최용준 룰루랩 대표

kimswed 2023.06.12 03:39 조회 수 : 61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하면 미국이 떠오른다. 구글·페이스북·애플·아마존 등 대표 기업들의 본사가 미국이기 때문일까. 좁은 시장 그리고 인재풀 등을 고려할 때 다른 나라에서 글로벌 플랫폼을 잡기는 쉽지 않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려는 스타트업이 있다. 뷰티와 헬스케어 스타트업 ‘룰루랩’이다. 2016년 피부데이터를 핵심 바이오 마커(Bio Marker)로 ‘질병을 조기 진단하고 예측해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는 비전으로 탄생했다. 바이오 마커는 단백질이나 DNA,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다. 
 
최용준 룰루랩 대표는 “일을 하되,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기존 의학이 통증을 완화하는데 집중한다면 저희는 통증을 느끼기 전에 조기진단으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소개했다.
 
▲룰루랩을 이끄는 최용준 대표는 삼성전자 C램 출신으로 피부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사진=룰루랩]
● 미국 유학 중 창업 위해 삼성행 = 선(善)한 취지 덕분일까. 최 대표의 룰루랩 창업과 성장 과정은 비교적 순탄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치 있는 일을 찾겠다’고 생각해온 최 대표는 미국 코넬대와 하버드대 메디컬스쿨에서 수학하며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매진했다. 하버드대학에서는 피부 변화로 특정 질환 예측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확인했다. 피부데이터의 ‘바이오 마커’를 발견한 것. 그가 창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다. 
 
최 대표는 “계속 연구를 한다면 전문가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는 사람들에게 보다 도움을 주는 일을 하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최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현재 펼치고 있는 ‘루미니(LUMINI)’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루미니 프로젝트는 피부 스캔으로 사용자의 모공·주름·여드름 등을 정밀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하는 솔루션이다. 최 대표가 삼성전자 입사를 택한 것은 삼성이 마침 신사업으로 바이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대기업 신입사원 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정형화된 일을 해야 했고, 최 대표가 꿈꿨던 사업을 구체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전자가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을 운영하고 있던 것.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기획된 것으로 직원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최 대표는 “만약 C랩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제 사업을 하기 위해 퇴사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 CES에서 글로벌 브랜드들 ‘눈독’ = 최 대표는 바로 C랩에 지원했다. 그리고 수소문을 해, 사내 능력자 4명을 모았다.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다. 최 대표는 이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반응은 빨리 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인 ‘CES 2017’에 출품했는데, 많은 외국 기업들이 관심을 보인 것. 특히 글로벌 브랜드업체들로부터 제대로 눈도장을 받았다. 몇몇 업체들은 CES 행사 직후 한국을 찾아왔다. 
 
이렇게 주목을 받은 배경에 대해 최 대표는 ‘무한한 시장 잠재력’을 꼽았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평가받은 것이다.
 
“‘뷰티’와 ‘헬스케어’라는 거대시장을 봤습니다. 좋은 피부 그리고 건강 유지에 대한 욕망은 세계 누구나 동일합니다. 글로벌로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데다가 세계적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아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단순히 시장만을 본 것은 아니다. 우수한 아이디어 그리고 탁월한 기술력도 이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최 대표는 “개인 피부를 분석할 수 있는 핵심데이터를 15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도출해 보여줬다”며 “분석되는 데이터의 퀼리티가 뛰어난 데다가 데이터를 뽑아내는 속도가 빠르니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룰루랩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 설치된 룰루랩 부스 모습. [사진=룰루랩]
곧 내부에서도 인정받아, 삼성에서 독립하는 ‘스핀오프(Spin Off)’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2년여의 연구개발로 룰루랩은 2019년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다. 2016년 사내벤처로 시작한 지 3년 만이다.
 
룰루랩은 지속 성장 중이다. AI 피부분석 장비인 ‘루미니’의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기술 경쟁력인 피부데이터도 지속적으로 쌓으며 고도화 중이다. ‘루미니 키오스크 V2’와 스마트 미러형 제품인 ‘루미니 홈’이 개발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모바일 솔루션 ‘루미니 SDK’도 론칭했다. 순간적인 손 떨림, 스마트폰 기종마다 다른 카메라 스펙, 외부 조명 상황 등의 한계를 적절한 알고리즘 개발로 극복했다.
 
회사는 현재 20여 개국에 100여개의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최대 스파 유통사인 ‘헬스 핏 시스템(Health Fit Systems)’과는 35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과도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다. 최 대표는 늘어나는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3년 내 1억 건의 피부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 기술 장벽 높고 앞으로 격차 벌어질 것 = 최 대표는 ‘우수한 기술력이 충분한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룰루랩이 지난해 ‘IEEE 국제심포지엄’에 발표한 논문은 단 2편에만 주어지는 ‘베스트페이퍼’로 선정됐다. 룰루랩의 독자 개발한 영상처리 기법이 담긴 논문이다. 피부 임상시험센터 검사결과 피부과 전문의와 비교해 92% 수준의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최 대표는 “뷰티와 헬스케어 두 산업에서 피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기업은 룰루랩이 유일한 것으로 안다”며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그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룰루랩은 가상데이터에 대한 AI 딥러딩을 통해 다양한 피부분석 및 검출 기술을 보유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나타낼 수 있는 핵심기술이다. 최 대표는 “세계인들의 피부 데이터를 지속해서 확보하는 동시에 만성 피부질환의 정확한 진단을 도울 수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급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세암병원과 ‘피부 AI 뷰티 연구센터’ 설립을 골자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보유 피부데이터를 기반으로 아토피·건선·백반증 등 15가지 만성 피부질환에 대한 AI 분석 기술을 연구 중이다. 최 대표는 “일부 질환은 상업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룰루랩의 모바일 피부분석 AI 솔루션 ‘루미니 SDK’ [사진=룰루랩]
해외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피부에 관심이 높은 필리핀 대표 의과대학인 하노이의과대학과 피부질환 AI 분석 솔루션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와 함께 현지에 AI 의료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다. 최 대표에 따르면 베트남은 피부과 시술비용은 우리나라의 3배 수준이다. 베트남 프로젝트가 순항하면 룰루랩의 솔루션이 현지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최 대표는 “수년 내에 베트남에 의료 AI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다른 국가와도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피부 관리 시장 규모는 매우 큽니다. 그동안은 인종·나이대별로 시장이 달랐지만, 저희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어디에서나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세계 유일을 넘어 피부분석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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