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의 대표적인 교육 프로그램인 무역마스터 교육생들이 한국의 수출 중심 스타트업에 대한 홍보 및 지원에 나섰다. 무역마스터 과정은 4개월간 500여 시간의 수출입 실무, 외국어 집중교육, 수출입 바이어 발굴, 무역 창업 및 마케팅 등에 대한 교육을 포함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38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번 43기 과정에서 수출지원 마케팅 과정에 나선 FHC Solutions 팀의 교육생들은 4개월의 노력을 통해 신생 필기구 스타트업인 제로지텍(Zero G Tec), 명품 분필 하고로모 브랜드로 유명세를 얻게 된 세종몰과 협업할 수 있었으며 현재까지도 해당 업체의 수출선 확보와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에서 수출을 진행한 무역마스터 교육생들이 김태엽 제로지텍 대표와 신형석 세종몰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한국무역신문>에 기고했다.…◇
❚ 김태엽 제로지텍 대표
일본 제품과 필기감 비교 압승… “K-컬처 덕에 한글 인쇄”
제로지텍은 2021년 5월 설립된 필기도구 제조 스타트업이다. 대표상품인 ‘제로지볼(Zero G Ball)’은 15도로 휘어져 있는 디자인으로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다수의 글로벌 특허를 확보했다.
이 제품은 필기도구 시장의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관심을 끌고 있으며 한국산 필기구 브랜드 최초로 유명 월간지 <닛케이트렌디>에서 23년 상반기 100대 히트 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 제품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2007년도에 사용하던 니들 펜에 힘을 너무 주다가 꺾인 일이 생겼는데, 꺾인 상태의 사용감이 왠지 모르게 무척 편했다. 그 아이디어를 뒷받침해 세계 최초로 기존 볼펜보다 15도 꺾인 볼펜을 만들었다.
그리고 부분의장특허(부분디자인특허)가 권리를 광범위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변리사의 조언에 따라 유럽연합(EU), 미국, 영국, 중국, 터키,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세계 9개국에 의장특허를 출원했다. 미국, 중국, 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는 등록이 완료된 상태다.
- 필기구 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비결은?
일본 글씨는 기본적으로 한자를 많이 쓰다 보니 필기에 획이 많다. 그래서 장시간 필기는 피로감과 직결되는 부분이 크다. 그래서 획이 많은 글씨일수록 볼펜심이 얇아야 한다. 볼펜심이 굵으면 글씨가 뭉개지는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한글도 마찬가지다.
이에 얇은 볼펜심을 많이 찾게 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필기감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중성 잉크 펜일 수밖에 없다. 중성펜은 잉크의 점도가 묽기 때문에 필기에 힘이 많이 안 들어가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을 완전히 깬 제품이 제로지볼 15도였다. 기존의 유성 잉크를 쓰면서도 중성 펜에 절대 뒤지지 않는 편안한 필기감을 일본 소비자들이 알게 된 것이었다.
일본 문구 전시회에 참가해 전시장에서 일본 최고의 필기구와 비교 시연을 한 적이 있었다. 실물을 일본에서 처음 선보인 자리였는데 결과는 100대 0으로 필기감에 있어 절대적 우위를 검증받게 됐다.
일본시장 진출 때 생소한 한국 브랜드로서 일본인들에 받아들여질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K-컬처 영향력이 큰 것 같았다. 현재 일본에 보내는 볼펜 집기에는 한글이 인쇄된 버전으로 내보내고 있다.
-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어려웠던 점과 극복 방안은?
신생 업체로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기존 시장의 진입 부분이었다. 해외 진출은 국내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느 유통업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외로이 브랜드와 상품을 알리기 위해 꾸준한 콘텐츠 개발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제품을 알리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또한, 필기구 사업은 생각보다 많은 투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이었다. 만만치 않은 금형 값도 있지만, 마케팅 비용 마련도 필수적이다. 현재는 좀 더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넉넉잖은 자금력에 여의찮은 상황도 어려움 중 하나다.
현재는 가장 어려웠던 변곡점을 넘은 상태로서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현재의 상태에서 최고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채널 확보 등의 마케팅 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새로운 신규 수요 창출 노력을 하고 있으며, 보다 공격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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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석 세종몰 대표
품질에서 양보하지 않는다… “직접 생산 원칙 고수”
하고로모는 본래 일본에서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명품 분필을 생산했던 브랜드였으나 현재는 완전한 한국산이 된 특이한 사례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사업이 한국으로 넘어와서 현재는 세종몰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표시를 달고 미국, 중국, 유럽 등지로 수출되고 있으며 일본으로 역수출도 발생하고 있다.
-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재수학원 강사로서 일하다 2003년 일본 학원 탐방을 하러 갔을 때 하고로모 분필을 보고 한국에 반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곧바로 분필 장인 와타나베 다카야스 사장을 찾아가게 됐다.
당시 경영주의 건강 악화로 인해서 더는 하고로모를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하고로모 제품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싶다고 밝혔다.
설득 끝에 하고로모라는 브랜드 이름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한국에서의 생산을 허락받았다.
이후 일본에서 사용하던 생산설비를 그대로 한국으로 들여오기로 했고, 굉장히 파격적인 가격에 생산설비를 양도받은 덕에 생각보다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고로모 분필의 특성에 매료돼 확신을 갖게 됐고, 그게 오늘의 사업으로까지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주요 수출시장 현황은?
세종몰은 하고로모 분필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구류를 전 세계에 팔고 있다. 현재 세종몰의 주요 수출대상국은 미국, 일본, 중국 순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아마존 플랫폼을 이용해서 주 거래를 하는 방면, 중국은 현지에 에이전트가 있어 정기적으로 일정량 수출하는 형태다.
세종몰의 주요 고객층은 국가마다 차이가 크다. 미국에선 수학자들 사이에서 분필계의 명품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어린아이들이 하고로모 분필을 이용해서 초크아트를 하는 등 다양한 연령층에서 고루 사용된다.
미국 같은 경우 사실 안정적인 시장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대학교수의 다큐멘터리 방송 뒤 입소문이 나서 아마존 재고 3개월 치 분량이 하루 만에 나간 뒤로 현재까지 꾸준한 수요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세계 최대의 안정적인 문구류 시장이고, 하고로모 브랜드의 원산지가 일본이라 그런지 인식이 좋았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매우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데에 성공했다.
한일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는 하고로모가 대표적인 반한감정의 표적으로 인식돼 일본인들이 보이콧하는 상황까지 발생해서 그때는 정말 회사가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현재까지 잘 버티고 있고 일본에서도 반한감정이 수그러지면서 다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 해외 사업에서 어려웠던 점은?
코로나 팬데믹 때에는 모든 시장이 힘들어서 회사가 어려웠다. 사실 분필이라는 제품은 특성상 한번 사두면 관리만 잘하면 유통기한이 없기에 꾸준히 수요가 나오는 곳 말고는 주문이 불규칙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시장예측 또한 어렵다.
그래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에도 몇몇 군데에서는 위탁생산을 해서 가격경쟁력을 이점으로 살리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동의하지 않았다. 위탁생산을 하면 품질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고, 분필계의 명품이라고 불리는 하고로모 분필에 대해 이미지 회복이 어렵다고 생각해서 직접 생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분필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제품생산부터 최종 수출까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지금까지 하고로모를 믿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새로 진출하고 싶은 시장은?
유럽이랑 인도 시장에 관심이 많다. 인도 같은 경우 입시 시장이 말도 안 되게 크다. 도시 전체가 입시 준비를 위한 학원가인 경우도 있을 정도다.
한 학원에서만 누적기준 2만1700여 명의 IIT 공과대 합격생이 나올 정도로 규모가 크다. 따라서 인도시장에 진입만 잘된다면 아마 세종몰의 최대 수출대상국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행히도 인도가 현재 저가형 제품을 선호하는 과거와 달리, 가격경쟁력보다는 제품의 질을 많이 보는 추세라 전망이 청신호이긴 하다. 물론 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격뿐 아니라 시장 조사나 유통업체 접근과 같이 현지시장에 대한 이해를 먼저 마치는 것이 숙제라고 생각한다.
유럽시장 같은 경우 유럽연합이 있어서 시장 규모 대비 진입이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또한 정책적인 제한이 많고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크고 예측이 조금 어려워서 진출을 계속 미루게 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서 독일을 중심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한국무역협회 무역마스터 과정 FHC Soultions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