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수출의 대가

kimswed 2023.08.29 06:49 조회 수 : 43

권태봉 쉐어데어 대표는 회사가 소재한 대전과 근방 충청권에서는 ‘화장품 수출 전문가’로 통한다. 2010년대 해외 50개국을 수시로 드나들며 화장품을 수출했다. 해외 화장품 유통체인들이 한국 화장품 수입을 위해 권 대표를 찾곤 했다. 유럽 굴지의 화장품 유통체인에 상당한 물량을 공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화장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권태봉 대표를 만나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권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만은 아니다. 2010년대 초반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마스크팩의 일종인 ‘모델링 컵팩’을 기획해 팔았다. 당시 피부관리숍에서 사용하는 모델링팩을 작은 컵 모양의 용기에 담아, 집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컵팩 등장 후 다양한 ‘미투 상품’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권태봉 쉐어데어 대표는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세계를 누비며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을 위해 뛰어다녔다. 화장품 제조와 유통 전문가인 권 대표는 ‘고객이 행복을 느끼는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쉐어데어]
●‘쉐어데어’ 탄생 그리고 코로나19 = 권태봉 대표는 2020년 1월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해외에 공급하던 다양한 브랜드를 통합해 회사 ‘쉐어데어’를 설립했다. 주력 브랜드로는 사명과 같은 ‘쉐어데어’와 해외에서 인지도가 쌓인 ‘이땅’을 정했다. 
 
그런데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시점에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권 대표는 “2019년부터 쉐어데어 사업을 준비했다.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시장 조사도 마쳤었다”며 “창업 후 바로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권 대표는 코로나로 큰 손실을 봤다. 무엇보다 해외 시장 개척 계획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다. 그런 권 대표가 올해 다시 심기일전해 개척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3년 동안 변화한 트렌드에 맞춰 제품도 리뉴얼 작업을 마쳤다. 
 
주력제품인 마스크팩 ‘쿡팩’은 진화시켰다. 파우더가 공기 중에 날리는 컵팩의 단점을 개선했다. 겔 형태의 팩, 세럼 형태의 드레싱 그리고 팩에다가 드레싱을 바르는 스파출러(떠서 바르는 스푼)로 구성된다. 
 
이번 개편에서는 디자인에 집중했다. 마치 먹는 샐러드처럼 메인 파우치와 드레싱·스파출러를 각각 포장 후, 뜯을 수 있도록 붙여 놨다. 누구나 한눈에 보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권 대표의 아이디어다.
 
“샐러드는 해외에서도 ‘건강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를 살려 마스크팩을 샐러드 구성품처럼 컬러 푸드, 드레싱, 스파출러로 기획해 건강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권 대표는 “화장품을 오래 연구하면서 국내와 해외 화장품 사용에서의 문화적 차이를 볼 수 있게 됐다”며 “쿡팩은 사용 편리성과 국가 간 문화적으로 생길 수 있는 차이를 극복한 제품”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제2의 성공제품 기획 = 쉐어데어는 쿡팩 이외에도 ‘화산재 크리스털 히팅팩’과 ‘펌킨 필링 마스크’를 개발했다. 과거에 국내외에서 선보인 화장품들을 트렌드에 맞게 개선한 상품들이다. 
 
화산재 크리스털 히팅팩은 집에서도 마사지 샵에서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홈케어 제품이다. 피지를 빨아들이는 화산재와 모공 청소 역할을 하는 크리스털 그리고 열을 가함으로써 혈액순환을 돕는 기능도 추가했다. 
 
권 대표는 “수십 년 화장품 제조와 유통을 하면서 ‘트렌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지금은 홈케어 제품 수요가 크지 않지만, 다시 증가할 것이다. 이에 맞춰 개발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펌킨 필링 마스크는 전형적인 해외 시장을 겨냥한 상품이다. 표피가 두꺼운 히스패닉을 대상으로 개발한 것으로 두꺼운 각질 알갱이로 된 스크랩제로 만들어졌다. 권 대표는 “중남미 시장을 타깃으로 상품을 개발했는데 의외로 러시아에서 반응이 좋다”고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2019년 중국 충칭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서 현지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는 권태봉 쉐어데어 대표(왼쪽 첫 번째) [사진=쉐어데어]
●고부가가치 창출 화장품에 ‘창업’ 결심 = 권태봉 대표는 1990년대 잠시 근무했던 화장품 회사에서 아이디어 제품들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권 대표는 “제가 만들고 싶은 아이디어 화장품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기획해 생산한다는 게 화장품 사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2000년대 다양한 화장품을 기획했다. 당시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진출했다. 마침 K화장품에 대한 해외에서의 관심이 시작될 시점이었다. 그는 많게는 1년에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보냈다. 권 대표는 “바쁠 때는 인천공항에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샘플과 브로슈어를 받아들고, 바로 다시 외국행 비행기를 타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국, 멕시코, 서유럽, 동유럽, 러시아 등 최고의 유통선과도 거래했다. 세계적인 화장품 유통체인인 세포라의 11개국 800개 매장에 제품을 넣기도 했다. 권 대표가 해외를 다니면서 느낀 것은 ‘좋은 화장품은 무조건 통한다’는 것이었다.
 
“영국 속담에 ‘감옥에 갇혀 있어도 거울과 빗만 있으면 행복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모든 사람이 외모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이익만을 추구하면 안 됩니다. 그런 제품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소비자가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크라전 참상… ‘안타까워’ =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매체를 통해 현지 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토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는 권 대표가 자주 찾던 나라다. 그는 “안타깝다. 우리 마스크팩을 붙이면서 기뻐하던 현지인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빨리 전쟁이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쉐어데어는 현재 베트남 수출 계약에 대한 기대에 차 있다. 개선된 컵팩 샘플이 현지 테스트 중인데,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중국에서도 샘플 요청이 있었다.
 
쉐어데어는 아시아를 필두로 차근차근 해외로 영역을 넓힌다. 권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 넘게 화장품 유통시장이 멈춰 있다 보니 다시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아시아 시장을 개척한 후, 그 이외 지역으로 시장을 다시 넓혀 나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권 대표는 “2020년 쉐어데어를 창업하면서 ‘고객이 행복을 느끼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며 “기획단계부터 소비자의 행복을 생각하며 정말 좋은 원료로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전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만족하고 사용하는 그런 제품 하나를 꼭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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