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트렌드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작년에는 NFT(대체불가토큰), 암호화폐, 메타버스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언어 모델인 챗GPT 같은 신기술이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특허 출원됐거나 벤처캐피털로부터 주목받은 기술을 통해 어떤 기술이 진정한 혁신을 통해 거듭날지 알아보자.
 
◆배터리 기술 분야 특허 출원 두드러져=미 특허청(USPTO)에 따르면 미국 내 특허 출원 건수는 2021년 41만92건에서 2022년 41만7922건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전반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발명이 속하는 기술 분야를 CPC(Cooperative Patent Classification)라는 코드를 기준으로 분류하는데 CPC 코드별로 출원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미국 기술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향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의 특허 데이터 분석기관 IFI는 2021~22년 CPC 코드를 이용해 어떤 기술 분야의 출원이 증가하거나 감소했는지 분석하고 “작년에는 배터리처럼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직접 전환하는 과정이나 수단에 관한 CPC 분류 ‘H01M’ 에 속하는 기술들이 급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에서 배터리 기술의 출원 증가율이 24%로 가장 두드러졌는데 전기차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로 연구개발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핵심 특허를 많이 보유할수록 기술 독점이 가능해 이 분야의 출원 증가세는 필연적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비롯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 국적을 불문하고 이 분야 선도 기업들의 치열한 특허권 확보 경쟁이 예상된다.
 
◆벤처캐피털(VC) 투자는 핀테크에 집중=VC의 투자동향도 미국에서 어떤 기술이 주목받는지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VC 기업 세쿼이아캐피털과 안드레센호로위츠는 지난해 핀테크 분야에 가장 많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쿼이아캐피털의 경우 지난해 전체 투자 중 핀테크가 25%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상위 3개 분야는 자본시장, 결제, 급여 및 복리후생이었다. 자본시장 분야에서 세쿼이아캐피털의 대표적인 투자 대상 기업은 시타델시큐리티였다. 이 회사는 주식, 옵션, 선물, 국채, 외환거래(FX)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다양한 자산 등급에 걸쳐 유동성 및 거래 실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시타델시큐리티는 세쿼이어로부터 12억 달러의 투자금을 받았다. 결제 분야에서는 클라르나가 8억 달러를 받아 이목을 끌었는데 MZ세대를 중심으로 급성장 중인 BNPL(Buy Now Pay Later·선구매 후결제)를 주요 서비스로 하며 사기 방지, 위험 관리 및 고객 확보 도구와 같은 가맹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급여 및 복리후생 분야에서는 원격 인력관리 플랫폼 기업 리모트가 3억 달러의 자금을 받았다.
 
안데르센호로위츠의 경우 2022년에 참여한 206건의 거래 중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49건이 핀테크였다. 상위 3개 분야는 결제, 블록체인, 디지털 대출이다. 결제 분야에서 안데르센호로위츠가 투자한 기업 중 주목할 만한 곳은 스팟온이다. 
 
이 회사는 레스토랑, 미용실, 스파 등 다양한 분야의 소규모 소매업체에 클라우드 기반 결제처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며 이외에도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약속 및 일정, 마케팅 및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을 포함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도구를 제공한다. 
 
또한 스팟온은 결제 솔루션에 중점을 둔 독특한 온라인 주문 및 배송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주문 가능한 자체 브랜드 온라인 상점을 설정할 수 있고 주문 관리, 드라이버 파견 및 배송 추적도 가능하다. 스팟온은 안데르센호로위츠로부터 3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블록체인 분야의 매터랩스는 안데르센으로부터 3억 달러의 자금을 받았다. 매터랩스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위한 최첨단 솔루션 개발 회사로 이들의 대표 솔루션 중 하나는 이더리움용 레이어2 스케일링 솔루션 ‘지케이싱크(zkSync)’다. 
 
지케이싱크는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을 사용해 빠르고 저렴하게 이더리움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블록체인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한다. 또한 디지털 대출 분야에서는 주택 소유자가 부동산의 미래 가치에 따라 대출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인트디지털파이낸스가 안데르센으로부터 1억15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VC 기업에 근무하는 투자가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핀테크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더 빠르고 저렴하며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이 부상하면서 디지털 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된 만큼 앞으로 AI,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과 결합해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를 파괴하는 혁신적인 핀테크 기술이 새로운 성장 및 투자 기회를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기업 시사점=전문가들은 올해가 기술 분야에서 더욱 냉정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정학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다음 단계의 기술로 나아가기 전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는 이제 막 떠오르는 기술보다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는 기술이 전략적으로 유리하고 진정한 혁신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지난해 특허 출원 및 투자가 집중된 배터리나 핀테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후 기술은 티핑 포인트에 도달 중인 대표적인 분야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10년간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비용이 크게 낮아져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졌고 기후 위기 이슈가 대두되면서 정부 주도로 기후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혁신을 기대할 수 있는 유망 분야 중 하나가 녹색수소다. 녹색수소 기술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전기 분해한 뒤 수소를 생산하는 것으로 천연가스나 석탄에 의존하는 기존 수소 생산방식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운송, 제조 및 에너지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청정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기업과 정부는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수소 생산시설, 파이프라인 및 충전소 건설을 포함해 녹색수소 인프라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녹색수소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와 기술 혁신이 필요하겠지만 전문가들은 다양한 응용 분야에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녹색수소의 잠재력이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미국 기업들이 강력한 클라우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클라우드를 도입한 기업은 서버 및 데이터 센터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것은 물론 필요에 따라 리소스를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클라우드 덕분에 보안성이 강화되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를 도입해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고 있는데 올해는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AI 부문도 혁신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에서 AI는 이미 자율주행 차량에서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응용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더욱 발전하면서 더욱 정교해지는 중이다. AI 개발에 투입되는 자본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혁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AI 부문에 대한 전 세계 자본 지출이 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강화 학습, 자연어 처리, 분산 AI,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더욱 정교하고 높은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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