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무역인] 이신희 휴메트론

kimswed 2023.09.12 06:25 조회 수 : 76

늦깎이 사업가, 수출의 짜릿한 맛을 알게 되다
 
 
사업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결단력, 추진력, 영업력, 도전정신….’
 
충북 오송에 위치한 의료기기 업체 휴메트론의 탄생부터 성장 그리고 해외시장 개척 과정을 보면 CEO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자질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이신희 휴메트론 대표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 ‘도전해보자’ ‘믿어보자’와 같은 긍정적 자세로 임했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2018년 12월에 설립된 휴메트론은 아직은 작은 기업이지만, 당당히 실적 대부분을 해외에서 걷어 들이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올해 수출 목표를 10억 원으로 잡은 휴메트론 이신희 대표는 내년에는 당당히 ‘100만불 수출탑’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신희 휴메트론 대표는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충북 오송에 위치한 세종창업혁신센터내 사무실에서 주력 수출상품인 ‘개복 상태 유지기 및 위치선정기’를 소개하는 이신희 대표 [사진=김준배 기자]
●뒤늦게 뛰어든 사업 = 이신희 대표는 16년간 보육교사로 활동했다. 사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가 창업하게 된 것은 2016년부터 3년간 의료기기 회사에 근무한 영향이 컸다. 코골이를 완화해주는 스노링을 생산 및 판매하던 이전 회사는 우수한 상품을 개발했음에도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지 못해 사업을 접는 상황을 맞았다. 이신희 대표는 그때 결단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스노링 상품이 실리콘인 반면 우리 상품은 고무로 만들어 여러 장점이 있었습니다. 다만, 사출물에 문제가 있어서 불량률이 높고 반품이 많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 부분만 개선하면 분명히 시장에서 좋은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직원이었던 그가 대표로 변신하게 된 계기다. 결단의 배경을 물었다. 상품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꼽았다. 한 번 사용하면 계속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제 가족 중에 코골이가 심한 사람이 있었는데 우리 회사 상품을 사용하면 확실히 개선됐다”며 “저도 등산할 때 이 상품을 쓰면 비강이 넓어져 숨 쉬는 것이 편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상품의 성능에 대해 “코고는 소리의 강도가 ‘탱크 지나가는 소리’에서 ‘전기차 지나가는 소리’로 바뀐다”고 재미있게 비유했다.
 
2018년 11월 기술을 인수하고, 바로 12월에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진행한 것이 상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금형 교체였다. 비용 부담은 예상보다 컸다. 제대로 된 금형을 찾다보니 2개를 만드는 데에만 무려 1500만 원이 소요됐다. 당시 중국산의 경우 절반 이하 가격으로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금형이 상품의 퀄리티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가장 우수한 국산 금형업체를 찾았다.
 
●사출물에 물자리를 없애라 = 이 대표는 단순히 공장에 금형을 의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금형 공장을 수시로 찾아가 확인했다. 그리고 문제점은 어떻게든 개선하려고 했다. 
 
사출물에 물의 흔적을 없앤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사출물을 식히기 위해서 물을 뿌려주는데 이 과정에서 물이 흐른 ‘물자리’가 남았다. 
 
이 대표는 “물자리를 없애기 위해 5번이나 금형을 다시 제작했다”며 “결국 물 쏴주는 방향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바꿨더니 물자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5번의 변형 후 생산된 사출물을 본 순간 “‘와~, 예쁘다!’고 감탄했다”고 소회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절반에 달하던 불량과 반품률은 제로(0)에 근접했다. 당연히 시장 반응도 달랐다. 2019년 출시 후 나간 국내 전시회에서는 바로 판매대행사를 찾았다. 같은 해 9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의료기기전시회에서는 바이어를 만나 1080개를 수출하는 성과를 얻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도 수출을 위해 해외 전시회에 몇 차례 나갔었는데 매번 성과가 없었거든요. 첫 해외 전시회에서 바로 수출성과를 냈으니 저도 놀랐습니다.”
 
●위기를 신제품으로 돌파 = 생각보다 빨리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 휴메트론은 ‘코로나 팬데믹’이란 복병을 만났다. 스노링은 제품 특성상 대면으로 상품을 보여주고 설명해야 하는데, 그런 자리가 모두 사라졌다. 화상 수출상담회에 몇 차례 나갔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휴메트론 제품의 우수성을 제대로 알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곧, 매출은 반 토막이 났고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신희 대표는 힘든 시기를 넋 놓고 있지 않았다. 새로운 먹을거리 고민에 나섰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이영삼 기술이사가 몸에 붙이면 체온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스티커형 ‘붙이는 체온계’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바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시중에 나온 제품들은 고온(37.6도 이상)에서 변하는 색깔이 붉은색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경고’ 의미로 붉은색으로 변한다면 훨씬 반응이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니 잉크를 잘 배합하면 고온에서 붉은색으로 변하게 할 수 있었다. 
 
품질도 챙겼다. 스티커 재질 또한 기존 PVC보다 접착력이 우수한 PE로 교체했다. 국내에서 마땅한 공급처를 찾지 못해 PE 소재를 미국 3M에서 공수했다. 이런 노력은 바로 성과로 나타났다. 충북 음성 보건소 등 지역 보건소에서 주문이 이어졌다.
 
 
▲휴메트론은 창업 5년 차인 올해 7월까지의 수출실적이 40만 달러를 넘었다. 사진은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충북 우수상품전시회에 참가한 이신희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현지 바이어와 수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휴메트론]
▲휴메트론은 올해 수출 10억 원 이상을 기대한다. 사진은 이신희 대표(왼쪽)가 지난해 8월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의료기기 업체인 ‘비엣제솔루션’을 방문해 수출 계약 후 현지 업체 관계자와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휴메트론]
●기회가 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휴메트론은 설립 4년차인 2021년 의료기기 제조업체로 변신한다. 이영삼 기술이사가 오랫동안 연구했던 흉부외과 심장 수술용 개복 상태 유지기(Stabilizer)와 위치선정기(Positioner)를 개발한 것. 미래 먹을거리로 생각하고 개발했는데, 의외로 개발 즉시 러시아에서 이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
 
“이 기술 제품들은 그동안 주로 미국에서 생산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미국산 수입이 막힌 것입니다. 그러다가 우리 회사 제품이 지인을 통해 러시아에 알려졌는데, 지난해에만 16만 달러어치 수출했습니다. 러시아에 물량이 많이 나가자, 다른 나라도 관심을 보여 지난해 수출 규모가 18만2000달러에 달했습니다.”
 
제품은 단기간에 회사의 효자 수출상품이 됐다. 미국 제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은 높고 품질은 유사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수출실적이 41만7000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0억 원 규모의 수출을 기대한다’고 밝힌 이 대표는 “전쟁이 발발한 것은 안타깝지만 저희에게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회사는 유럽으로 시장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미 독일에서 휴메트론의 의료기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건은 현지 판매를 위한 CE 인증이다. 올 1월에 신청한 상태로 인증을 받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지켜봐야 한다. 
 
●글로벌 선두와 당당히 ‘맞장’ = 이 대표는 세계 최고 의료기기 업체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K-의료기기에 대한 해외 반응이 좋습니다.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바이어들은 우리 상품을 한국산으로 강조하기 위해 상품의 포장을 현지어로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K-의료기기가 해외에서 통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아직 미국과 독일 등 이 분야 주도국 제품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이 대표는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표는 “미국과 독일이 이 분야 선두주자인데 한번 맞장을 뜨고 싶다”며 “국내에서도 외산 의료기기 선호 현상이 높은데 이 장벽을 뚫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명처럼 “우리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들어 널리 보급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휴메트론은 ‘휴먼+메디컬+테크론로지’의 합성어로 ‘사람을 위한 의료기술’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선희 대표가 말하는 휴메트론 상품의 수출 경쟁력]
 
1.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 개발
2. 높은 완성도와 품질로 불량률 제로
3. 언제나 성실한 자세로 고객의 신뢰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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