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국토 면적 4만1543㎢로 세계 130위, 인구는 1784만4000여 명으로 세계 67위에 불과하지만 농산물 수출은 미국에 이어 2위다. 국토는 협소하고 인구는 적은 나라가 ‘농산물 수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네덜란드 기후와 농업의 특징=네덜란드는 여름철 평균 온도가 17.3℃, 겨울철 3.9℃, 연평균 온도는 10.1℃로 연중 온난한 편이지만 연 강수일수가 192일에 연 강수량은 873㎜이고 연 일조시간은 1774시간에 불과하다. 비가 자주 내리고 일조시간이 적어 농작물의 노지 재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리 온실을 이용한 실내 농업을 통해 외부 기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사계절 작물 재배가 가능하도록 연구개발에 힘쓰고 최첨단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특히 온실에서 재배하는 작물에 맞춘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생육 시기별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최적의 급수량과 시비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물의 생육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단위 면적당 세계 최고의 수확량을 달성하고 있다.
◇한-네덜란드 농산물 수출입 현황=한국에서 네덜란드로 수출하는 농산물 1위 품목은 곡물·곡분 조제품으로 지난해 4612만 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전년 대비 38.6% 증가한 수치다. 이어 조제 식료품, 어류, 음료·주류, 채소·과실 조제품 순이다.
반면 네덜란드의 한국 농산물 수출액은 2022년 기준 6억8100만 유로로 17.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네덜란드의 농업·자연·식품품질부는 한국인의 서구 식품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농산물 수출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네덜란드의 최대 수출 농산물은 역대 최대인 1억7500만 유로를 기록한 돼지고기이고 전년 대비 31.2% 증가했다. 이어 분유 조제품, 치즈, 맥주, 사료와 버터 조제품이 인기 수출품이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비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교역품 가운데 돼지고기, 분유, 맥주는 전체 수출액 기준으로도 각각 2위, 3위, 13위를 기록했다.
◇네덜란드의 EU 농산물 무역수지=2022년 네덜란드의 농산물 수출액은 1223억 유로로 전년 대비 17.2% 증가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수입액도 882억 유로로 23.5% 늘어 가장 많았다.
네덜란드의 농산물 교역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은 유럽이다. EU 27개국은 지난해 수출 70%, 수입 57%를 차지한 네덜란드의 최대 시장으로 349억 유로의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인접국인 독일은 수출 24%, 수입 18%를 차지하는 주요 교역국이다. 네덜란드는 독일에서 139억 유로의 흑자를 내 EU 회원국 전체에서 거둔 흑자의 약 40%를 차지했다.
◇네덜란드의 연도별 농산물 수출액=지난해 네덜란드의 농산물 수출액은 1223억 유로였다. 이 가운데 국내 생산 농산물의 수출액은 798억 유로였고 수입 농산물의 재수출 금액은 425억 유로였다. 재수출한 품목은 과일(59억 유로), 육류(30억 유로), 천연유지(30억 유로)와 유제품 및 달걀(25억 유로) 순이었다.
네덜란드는 2022년 농산물 수출로 496억 유로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 중 449억 유로는 국내 수출, 47억 유로는 수입 농산물의 재수출을 통해 달성했다. EU 통계국 유로스탯에 따르면 지난해 EU 전체의 농산물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4% 상승했고 네덜란드 농가, 원예업자 및 식품 제조업체 등의 생산자는 이를 수출 가격에 반영했다.
◇네덜란드의 10대 수출 농산물=지난해 네덜란드 10대 수출 농산물을 품목별로 보면 최대 품목은 ‘유제품 및 달걀’로 전년 3위에서 1위로 상승했다. 이 제품의 수출액은 2021년 88억 유로에서 2022년 119억 유로로 35% 증가했다.
우유 가격은 2022년 역사적인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러-우 사태와 전 세계 우유 공급량 부족 때문이다. 상승한 우유 가격은 우유를 원료로 하는 유제품 가격에 영향을 끼쳤다.
달걀 가격 또한 역대급으로 높은데 주요인은 급격하게 상승한 사료 가격이다. 여기에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산란계의 숫자가 감소했고 이는 달걀 공급 부족을 유발해 가격 상승의 추가 요인이 됐다.
유제품 및 달걀처럼 육류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육류 수출액은 2021년 94억 유로에서 2022년 110억 유로로 17% 증가했다.
반면 수년 동안 농산물 수출 1위를 차지했던 관상용 식물은 2022년 화훼 수요가 정체돼 2위로 내려앉았고 수출액도 119억 유로에서 115억 유로로 감소했다. 과일 수출도 전년 대비 소폭 줄었다.
◇네덜란드의 10대 농산물 수출 대상국=네덜란드 농산물 수입 1위 국가인 독일은 2022년 296억 유로를 수입하면서 1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벨기에가 145억 유로로 2위였고 3위는 104억 유로를 수입한 프랑스다.
전년과 다른 것은 스페인이 중국을 제치고 6번째로 큰 네덜란드산 농산물 수입국이 됐고 스웨덴은 2021년 10위였던 덴마크를 제치고 새로운 10위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네덜란드의 10대 온실 재배 채소류=네덜란드에서는 4400헥타르가 넘는 온실에서 채소를 재배한다.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작물은 929헥타르의 일반 토마토로 온실 면적의 21%를 차지한다.
그 다음은 각각 714헥타르와 570헥타르의 적색 파프리카와 오이다. 일반용, 요리용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를 합한 토마토의 온실 재배 총면적은 1480헥타르이고 전체 온실 면적의 34%에 달한다.
◇우리 기업 시사점=한국 기업들은 네덜란드 온실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토마토 시장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특히 리코펜, 셀레늄과 같은 특수 영양소의 함량이 기존 품종보다 풍부한 기능성 토마토를 육종해 네덜란드를 통해 유럽 지역으로 수출길을 넓혀볼 만하다.
네덜란드의 토마토 종자 육종회사 액시어베지터블시드 관계자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토마토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 네덜란드는 토마토 갈색 주름 과일 바이러스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어 항바이러스 토마토 품종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이 네덜란드 종자회사와 신품종 육종을 시도하면 장기적으로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