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 행사에서 그룹 총수나 정치인, 고위공무원 등 VIP 의전만큼 피 말리는 일은 없다. 한 번의 실수는 그 분야에서 더는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상황으로 직결된다.
VIP 의전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노하우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업무를 담당하는 동안은 24시간 대기하며 긴장해야 한다.
장영우 모션투어앤디엠씨 대표는 이쪽 분야의 베테랑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거물급 인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온 장 대표는 “주문사항에 대해 ‘불가능’은 없다. 뭐든지 해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산업 매력에 빠져 전공을 바꾸다 = 장영우 대표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마이스 산업과는 거리가 멀다. 어떻게 마이스 비즈니스 사업가로 변신했을까.
장 대표는 호주 어학연수가 계기라고 소개했다. 군 제대 후 어학연수 차 호주를 찾은 그는 현지에서 파트타이머를 하다가, 서비스산업에 호기심을 가졌다.
장 대표는 “제가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를 통해 즐거움을 주고 그것에 그 사람은 즐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저는 만족하고 또 즐거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데, 장 대표는 여기에서 적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즉 일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공계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고민해온 그는 과감하게 대학을 자퇴하고 26세의 나이에 호주 대학 호텔경영학과에 입학을 결심했다.
2년 반 동안의 한국에서의 재학 경력은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남들이 대학을 졸업할 나이에 그는 서비스산업 매력에 빠져 대학 신입생으로 들어간 것. 그리고 뒤돌아보면 당시 결정이 ‘옳았다’고 당당히 말한다.
“호주 대학 생활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대학 수업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마케팅·회계 등 기본 이론부터 테이블매너·쿠킹클래스(요리수업) 등 과목마다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갈 길을 제대로 찾았다고 느꼈습니다.”
대학 졸업 후 30살에 한국으로 돌아온 장 대표는 굴지의 호텔에 들어가 5년간 VIP 의전을 포함한 객실 관리와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여기에서 연회장 대여 업무를 맡으면서 마이스 비즈니스를 접했다.
●경험을 쌓고 창업을 하다 = 2010년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모 여행사 대표가 새롭게 구상한 신사업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 사업은 한국을 찾는 VIP 대상 맞춤 투어 서비스와 기업 대상 ‘인센티브 투어(포상 여행)’였다. 일명 DMC(Destination Management Company·목적지관리기업) 비즈니스였다. 호텔에서 익혔던 업무여서, 그는 수락했다.
장 대표는 “그 당시만 해도 VIP 대상 DMC 비즈니스를 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새로운 사업을 맡아 발굴의 실력을 발휘했다. 매년 사업을 키웠고, 5년 만에 DMC 비즈니스를 그 회사의 주력 수익원으로 올려놨다.
장 대표는 “마침 그 당시에 외국 기업 가운데 한국 VIP 의전 서비스를 찾는 곳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수요가 늘어날 시점에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고 전했다.
5년 사업을 맡아온 그는 2015년 창업을 결심했다. 장 대표는 “‘(독립할) 시간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소개했다. 사명은 모션투어앤디엠씨(Motion Tour & DMC). 두 개의 비즈니스를 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DMC가 주력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DMC 비즈니스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서 투어(VIP 투어) 단어를 함께 넣었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사명에 담긴 ‘모션’에 대해 VIP를 대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과 ‘역동성’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DMC에 불가능은 없다 = DMC 비즈니스 세상은 어떨까. 더욱이 모션투어앤디엠씨 주 고객층은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자본가들이다.
이들의 요구는 다양하다. 물론 평범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또한 적지 않다. 그들은 종종 무리한 요구를 한다. 사례를 물으니 장 대표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사업가 가운데 한 명이 전용기로 김포공항으로 들어올 예정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를 영접해야 할 비서가 정확히 30분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입니다. 고객사에서는 사업가가 전용기에서 내리기 전에 무조건 그 비서를 대기시켜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습니다. 시간상으로 불가능하죠. 비서의 인천공항 입국 수속만 20분이 걸리고, 그곳에서 김포공항까지 가는 데도 30분가량 소요됩니다. 저희는 두 공항 그리고 출입국사무소 협조를 얻어내, 정확히 17분 만에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 전용 터미널 활주로까지 이동했습니다. 저희가 활주로에 도착하는 순간, 회사 전용기가 활주로에 진입하고 있었죠.”
또 하나의 사례는 역시 기업가의 와인 주문이었다. 고객 접대 목적으로 특정 와인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주어진 시간은 하루. 그는 와인 소믈리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리고 마침내 모 호텔에 해당 와인이 한 병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 대표는 와인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격은 ‘400만 원 정도’였다고 전했다.
장 대표는 “비싼 호텔 스위트룸을 누가 이용할까 생각하지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VIP들이 생각보다 많이 한국을 찾는다”며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고 왔다가 다시 출국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예정에 없이 아기와 동행하는 고객을 위해 전문 교육을 받은 베이비시터를 찾아야 하거나 국내에서 할랄 음식보다도 찾기 어려운 코셔 음식을 찾는 고객도 있었다. 당시 서울에서 확인되는 코셔 요리사는 딱 한 명밖에 없어, 고객이 국내에 머무르는 기간 내내 코셔 전문 식당에서 요리를 공수해 대접했다고 한다.
또 인지도가 높은 셀럽(유명인)이 입국하는 경우에는 언론 노출을 원할 경우에는 일반 통로로,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또 다른 통로로 안내한다.
장 대표는 “고객이 요청하는 모든 것을 완수해야 한다”며 “못 하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없는 것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업무를 하니 자연스럽게 인적 네트워크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조직을 무리하게 키우지는 않을 것 = 장 대표는 해외 VIP급 고객사만 150~20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소위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이용하는 고객들이다. 이들이 한국을 찾을 때는 바로 장 대표를 찾는다.
장 대표는 언제 보람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한번 모신 고객이 다시 한국을 방문한다면서 저에게 연락을 줄 때”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회사를 크게 키울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직원 수가 많아지면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숙련된 전문 인력으로 완벽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이 분야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그렇다고 조직을 무조건 키우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직이 비대해지면 관리가 어렵다. 변화하는 시장의 대응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많은 경험을 쌓으며 내실을 다질 수 있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핵심 분야에만 집중해 인정을 받겠다”고 밝혔다.
• 설립 : 2015년 9월
• 사명 의미 : MOTION TOUR & DMC – Motion은 고객의 요구에 빠르고 역동적으로 응대한다는 의미
• MICE산업 발전을 위한 한마디 : 마이스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지속 성장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