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 학문·인재양성·선진화 이끈 선구자
‘마이스 학문의 기틀을 닦은 인물’
‘마이스 인재양성 일등 공신’
‘마이스 선진화를 이끈 선구자’
김철원 경희대 고황명예교수 겸 글로벌 관광마이스연구원장을 소개하는 문구들이다.
올 2월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교수직에서 정년퇴임 후 지금은 석좌교수인 고황명예교수 직함을 받은 김 교수는 우리나라 마이스 산업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02년 경희대가 컨벤션경영학과를 개설하는 그해에 부임한 김 교수는 그동안 저널에 실린 논문만 250여 건에 달하고 진행한 프로젝트는 100건을 넘는다. 20년간 마이스 산업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낸 셈이다.
●선진국처럼 마이스 산업을 키우자 = 김철원 교수가 마이스 분야에 뛰어든 것은 우연한 계기가 있었다.
대학에서 문학사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90년대 초반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국제경영학 MBA를 밟을 당시만 해도 마이스로 인생 방향을 틀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MBA 학위를 받은 후 그는 미국에서 관광산업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이 분야 연구가 급증하는 데 주목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는 다민족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주류사회에 적응하는지는 여가생활에 달려 있었다”며 “국제화 시대가 되면 이런 민족 간 경계를 뛰어넘는 비즈니스가 활기를 띨 것으로 봤고, 이를 우리나라에 접목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분야에서 정통이 있는 미국 텍사스 주립 A&M 대학 박사과정(여가 및 관광학)을 밟았다.
김 교수는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어울리고 비즈니스를 창출해 나가는 ‘크로스 컬처럴 비즈니스’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펼쳤다. 그리고 다민족에 대한 융합적 사고, 포용성 등을 보게 됐다. 이는 우리나라 마이스 산업의 글로벌화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유커 확대에 ‘일등 공신’ = 김 교수는 1990년대 말 국내로 돌아와 한국문화관광연구소에서 관광 분야 연구를 맡았다. 당시 김 교수는 커다란 업적을 만들었다.
한·중 수교에 맞춰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연구결과물인 ‘중국 관광 유치 활성화 방안’이 대표적이다. 당시만 해도 중국 관광객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산업은 매우 빈약했다.
“중국 관광 전문 가이드가 없다 보니 화교에게 가이드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중국 자금성과 경복궁의 규모를 비교하는 등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리지 못했습니다. 한국에는 자칫 ‘볼 게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죠.”
김 교수의 관광 유치 활성화 방안에는 일련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미국에서 보며 깨달은 잠재 중국인 관광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졌던 것.
덕분에 활성화 방안에는 전문 가이드 양성과 중국어 관광지도 제작은 물론 양국 간 항공노선 확대, 유커들을 위한 전용 관광상품 개발 등 다양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의 생활 수준은 매우 낮았다. 어떤 연유로 중국 관광객 유치를 하려고 했을까.
“당시 중국 정부가 세계화를 하면서 해외여행 장려책을 썼습니다.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상류층이 1억 명이라면 이 가운데 10%만 유치해도 1000만 명입니다.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마이스 산업 기틀 세워 = 약 250편에 달하는 논문도 대단하지만 진행한 프로젝트도 100건을 넘는다.
여기에는 오송바이오엑스포, 완도 해조류박람회, 괴산 유기농엑스포, 충북 화장품 엑스포 등 수많은 행사의 기본계획 수립안이 포함됐다. 이들 프로젝트는 국내 마이스에 대한 기존 틀을 깨고 영역을 크게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은 17개 대학과 기업이 참여하는 ‘서울시 컨벤션클러스터 사업단’의 단장을 맡아, 국가 컨벤션 사업의 기틀을 닦았다.
당시 인재양성 전략은 물론 콘텐츠 개발, 타 분야와의 연계 등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후 2008년 마이스산업을 10대 성장 동력에 포함해 마이스 산업 활성화 방안으로 이어졌다.
●‘루틴 업무’에서 벗어나라 = 김 교수는 후학들에게도 마이스 비즈니스의 틀을 깨라고 주문한다. ‘루틴하지 말라’는 것이다.
김 교수가 지도교수로 배출한 박사는 무려 33명. 이들은 마이스업계와 학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이스 비즈니스는 모든 산업의 중심인만큼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영역을 개척하라는 요청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마인드셋’과 ‘융합적 사고’를 강조했다.
“초연결사회에서 마이스 산업은 중추적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 분야에만 치우치면 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습니다. 마이스도 테크와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고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해야 합니다. 기존 파이(시장)를 놓고 업계 간 경쟁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파이를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도 비전을 보고 마이스 분야에 뛰어들 것입니다.”
그는 이어 “똑같이 행사만 대행한다면 결국 기업들은 비용만 줄이려 하고 이러면 직원들은 번아웃에 빠진다”며 “결국, 아무도 마이스업계로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이스업계의 단순 반복 업무의 위험성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세계적인 연사를 초청한다고 해도, 그들에게 어떤 주제로 발표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으면 이전에 얘기했던 내용을 그대로 말한다. 발표 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그런 이유”라며 “마이스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사고를 위한 노력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연구 매진 = 올 2월 정년 퇴임한 김 교수는 2018년 개소한 글로벌관광마이스연구원에 집중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마이스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경제적 파급효과 및 투자수익률(ROI)을 연구한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고양 데스티네이션 위크(Goyang Destination Week) 행사의 일환으로 미국의 석학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와 지속 가능 경영을 주제로 대담을 벌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마이스를 통해 도시가 지속 가능하게 탈바꿈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2028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유치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김 교수는 “행사 유치로 우리 기업들은 탄소 중립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되고 갯벌이나 습지와 같은 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대외 인지도 개선과 함께 외국 자본 유치 등 여러 긍정적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올 초 퇴임하며 후학들과 함께 경희대 발전기금 1억300만 원을 기탁했다. 기금은 마이스 학생들의 스타트업 창업 지원으로 한정했다.
김 교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미래 마이스인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취지였다”며 “저도 마이스 산업 덕분에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었던 만큼 조금이나마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 직함: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고황명예교수 겸 글로벌마이스연구원(GDMI) 원장
• 전공: 컨벤션전시·국제관광
• 주요 경력 : 한국컨벤션학회장, 한국지식경영학회장, 경희대 호텔괸광대학장, 서울시 MICE 육성위원회 위원장
• 인재양성 철학: 융합적 사고와 글로벌 마인드셋
• 주요 업적: BK+21 마이스 창의 인재 양성, 서울시 컨벤션클러스터 구축
• MICE 산업 발전을 위한 한마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MICE 시스템 정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