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아랍에미리트(UAE) 내 가구 판매액은 22억2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으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 품목별로는 거실용 가구가 2억400만 달러로 전체의 약 10%를 차지했고 최근 5년간 판매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품목은 홈오피스 가구였다.
●국내외 브랜드들의 각축장=UAE 가구 시장은 현지 브랜드와 글로벌 브랜드의 각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지 소비자 집단은 매우 세분화돼 있다.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자국민과 고소득 외국인에서 저소득 노동자층에 이르기까지 소득 격차가 매우 크며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지닌 이민자 집단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게 다양한 소비자 집단이 개인 소득, 라이프스타일, 구매습관 등에 따라 선택 가능한 현지 가구 브랜드만도 수십 개에 이른다.
UAE의 주요 소비재 유통사 랜드마크그룹이 운영하는 홈센터와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가 각각 15%의 점유율로 현지 가구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어 현지 브랜드인 ‘홈스알어스’(4.2%), ‘판에미레이츠’(3.9%)가 중가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인 ‘마리나홈’(5.3%)과 글로벌 브랜드 ‘포터리반’(1.4%)과 ‘크레이트앤배럴’(0.7%) 등이 고가의 프리미엄 가구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소비자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가격이다. 브랜드별 판매가격은 큰 차이를 보이는데 6인용 식탁을 예로 들면 마리나홈은 14500디르함(약 528만 원), 포터리반은 9999디르함(약 364만 원), 이케아는 2950디르함(약 108만원), 홈센터의 경우 2299디르함(약 84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대부분의 가구 브랜드가 쇼핑몰 등지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데 반해 산업단지가 발달한 샤르자와 아즈만 지역에는 다수의 가구공장이 들어서 있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맞춤형 가구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트렌드 변화와 코로나19로 수요가 증가한 품목=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할 때 지난해 커튼과 블라인드 판매액은 전년 대비 7.5%와 10%가 증가했다. 팬데믹 기간 중 많은 시간을 가정에서 보낸 소비자들은 더 많은 돈을 커튼과 블라인드 구입에 할애하기 시작했다. 혹서의 기후로 UAE에서는 암막을 활용해 강렬한 햇빛을 가리는 것이 필수인데 커튼과 블라인드는 실내 온도를 낮추는 기본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름에는 낮 기온이 50도까지 치솟는데 조도 조절 없이 냉방기구만으로는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없다.
아울러 무슬림 인구를 중심으로 프라이버시를 중시함에 따라 커튼과 블라인드를 활용하면 조도를 조절하면서도 실내의 모습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을 수 있다. 최근의 웰니스 추세와 함께 좀 더 고급스러우면서도 안락한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커튼과 블라인드를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도 많다. 꾸준히 사랑받는 리넨 소재와 함께 실크와 같은 효과를 내는 제품이 인기다.
재택근무 보편화에 따른 홈오피스 가구도 많이 찾는다. 2019~22년 중 UAE의 홈오피스 가구 시장은 7.4% 성장했다. 성장의 배경은 팬데믹 기간 중 보편화된 재택근무이지만 기능적 요소를 갖춘 홈오피스 가구를 활용해 업무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도 이유다. 임차료가 비싸 별도의 서재나 홈오피스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수납공간이 많거나 사용하지 않을 때 접어서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다.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은 효율성 향상을 통해 일과 개인생활의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홈오피스 가구를 활용해 업무 능률을 올리는 환경을 만들 수 있어 더욱 많이 찾고 있다. 특히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인체공학적 요소를 중시해 좋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고 다용도로 활용 가능한 홈오피스 가구에 관심이 많다.
2022년에는 수납용 가구 수요도 대폭 증가했다. 대부분의 세대가 아파트식 생활을 하는 UAE의 주거문화를 감안할 때 수납용 가구의 구비는 필수다. 반면 추가적인 수납용 가구를 활용해 물건을 정돈해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하면 공간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팬데믹으로 인한 통행 제한을 겪은 현지인들은 수납공간 확대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많은 물건을 소유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나 불안감 대신 잡동사니를 처분하고 수납용 가구를 활용함으로써 더 큰 공간과 여유로운 생활환경을 조성하려는 마음이 강하다.
●새로운 트렌드로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품목=소파베드는 가장 높은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품목이다. 방문객을 위한 별도의 게스트룸을 구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낮 시간에는 소파로, 밤에는 침대로 번갈아 쓰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파베드는 필수라고 할 만하다. 아울러 관광산업의 호조와 더불어 많은 집이 홀리데이 하우스나 에어비앤비를 통해 임대되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객실 사용 인원에 따라 불필요한 공간 없이 편안한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대다수 현지 거주민들은 주재기간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를 대비해 자가 구매보다 연 단위의 임대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매년 이사하거나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준비를 하는데 소파베드는 자주 이동하는 이들에게 좀 더 부담이 적은 방안이 되고 있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실용적이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아이템으로 선택받기도 한다.
기능적, 심미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조명기구를 활용한 생활환경 개선 트렌드가 계속되면서 이 제품의 인기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UAE에서는 경쟁적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빌딩을 꾸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버즈칼리파나 에미레이츠타워, 미래 박물관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조명기구는 유니크한 디자인을 강조하고 건축물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고급 호텔이나 쇼핑몰, 관광지 관리회사들은 실내 조명기구를 적절히 활용해 좀 더 시원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더 많은 관광객의 이목을 끌기 위한 중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편 최근 현지 인테리어 트렌드는 가구와 소품을 활용해 ‘에미라티(Emirati·UAE 원주민)’ 전통의 분위기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특히 전통적인 요소를 현대적인 가구 디자인에 활용하는 접근 방식은 소비자들이 다른 문화를 체험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고 실용적인 주거공간을 창조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호응이 많다. 즉 에미라티 전통의 기하학적 문양, 패턴이나 디자인 모티브를 활용한 소파나 카펫, 커튼 등으로 스타일리시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 시사점=KOTRA 무역관이 만난 마리나홈의 브랜드 개발 담당자에 따르면 현지 가구 쇼핑패턴은 패션과 유사하다. 특정 트렌드가 소수에게 먼저 영향을 미치고 나면 일정 기간 후 대중들도 이를 따르는 패션처럼 가구 또한 유행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트렌드는 가구에 사용되는 원재료, 원단이나 패턴, 모티브나 디자인 등 여러 요소에서 기인하지만 고객 기반 확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세계적 트렌드에 걸맞으면서도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유행을 따르되 브랜드 정체성 유지는 필수라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또한 “UAE 소매유통 업계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계속되고 있지만 가구는 가족들이 함께 선택하는 품목임을 감안할 때 물리적 체험을 위한 오프라인 채널 투자도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OTRA 두바이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