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창조산업’과 소프트 파워

kimswed 2024.05.17 05:49 조회 수 : 4426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은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을 일컫는 말로,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가 1998년 발간한 ‘창조산업 매핑 문서’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창조산업의 세부 분야로는 △광고와 마케팅 △건축, 공예, 디자인(제품, 그래픽) △패션 △영화 △TV·비디오·라디오·사진 △IT·소프트웨어·컴퓨터 서비스 △출판·번역 △음악·공연·시각예술 △문화교육 등이 있습니다.
 
창조산업 용어의 발원지답게 영국이 전 세계에 끼치는 문화적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아델이나 에드 시런 같은 영국 태생의 유명 뮤지션부터 세계적인 수준의 국립극장 등으로 대변되는 문화 자산이 곧 영국의 창조산업이며 성공기입니다. 1956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국제 음악 페스티벌 ‘유로비전’, 다양한 문화 공연, 유명 게임인 ‘풋볼매니저’ 등의 콘텐츠는 영국의 문화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국가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창조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고 꾸준히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1년 창조산업위원회를 설립해 △하이엔드 TV, 애니메이션 세금 감면(2013년) △비디오게임, 극장 세금 감면(2014년) △어린이 TV 세금 감면(2015년) △오케스트라 세금 감면(2016년) △박물관, 미술관 세금 감면(2017년) 등 창조 비즈니스에 대한 일련의 세금 완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2018년에는 정부와 산업 간 협력을 통해 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민관협의체 ‘창조산업 섹터 딜’을 통해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개발(R&D)을 지원했습니다. 3억5000만 파운드 이상의 대규모 투자와 5600만 파운드 규모의 R&D 지원이 섹터 딜에 포함됐습니다.
 
이 결과, 영국 창조산업은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타 분야 대비 1.5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2021년 기준 연간 총부가가치가 1080억 파운드에 이르렀습니다. 그만큼 고용도 급증해 2012년부터 10년간 창조산업 관련 기업이 2250개 신설됐고 기업 매출은 1350만 파운드 늘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기간에도 다양한 지원에 나섰는데 15억7000만 파운드 규모의 ‘문화복구기금’을 통해 5000개 이상의 관련 기관을 지원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정부도 자체적으로 기금이나 지원금을 조성했습니다.
 
영국 창조산업은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많은 대표적인 분야인데 특히 서비스가 상품 분야보다 교역규모나 흑자 폭이 큽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2021년 창조산업의 상품 수출액은 91억 파운드, 수입액은 70억 파운드로 21억 파운드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서비스의 경우 수출 456억 파운드, 수입 269억 파운드로 197억 파운드의 흑자를 냈습니다.
 
지난해 6월, 영국 정부는 ‘창조산업 섹터 비전’을 발표해 창조산업에 대한 추가 지원으로 경제를 견인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2021년 정부 지출 검토 결과 창조산업 내 혁신, 지역 투자, 수출, 인재 육성 등에 이미 2억33000만 파운드를 지원했는데 섹터 비전을 발표하면서 7700만 파운드를 더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비전은 창조 클러스터 조성, 창조산업 인재 양성, 산업 영향력 확대 등 3가지 분야로 나뉘어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창조산업 성장을 위해 국제 교류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2021년의 브렉시트(BREXIT) 이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가운데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체결한 FTA에는 ‘영국 창조산업 기업이 협정 상대국에서 원활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2021년 10월에 맺은 뉴질랜드와의 FTA에서는 영국 작가와 공연자의 저작권이 기존 50년에서 20년이 추가 연장됐으며 영-호주 FTA(2022년 7월)는 양국 간 창조산업 분야의 인적 교류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합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영국 정부는 국제 협력뿐 아니라 부처 간 협력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부와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는 공동 무역사절단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또한 산업통상부가 관할하는 창조산업 관련 무역사절단이 2022/23회계연도의 4회에서 2023/24회계연도에는 10회로 두 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창조산업 주요 교류국인 호주, 일본, 인도,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 사절단을 집중 파견하고 인도와 호주 시드니에 추가로 파견하는 등 해외 판로 개척에 적극적입니다.
 
영국 정부는 창조산업을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산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산업과 달리 일상생활에 폭넓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해 6월 발표한 창조산업 섹터 비전은 ‘프라이드 인 플레이스(Pride in Place)’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장소나 공간에 대한 긍지를 의미하는데 해석하자면 사람들이 물리적인 공동체에 느끼는 애착, 소속감, 뿌리 깊은 만족감 같은 감정입니다. 그러니까 창조산업이 영국에 대한 국민의 애착과 소속감을 강화하고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 소식을 전한 KOTRA 런던 무역관은 “한국은 영국과 달리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문화 관련 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적다고 할 수 있지만 한류 확산에 따른 한국에 대한 해외 소비자의 인식 변화는 문화가 지닌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면서 “문화 강국 영국의 성장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도 문화산업을 통한 경제 성장이 가능하고 방송, 영화, 음악, 캐릭터, 언어 등의 분야에서 우리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관련 제품과 콘텐츠 수출 확대에 나설 만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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