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미용·성형 시장은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였지만 2021년부터 회복된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한국식 피부관리 제품이 인기를 끈 데 이어 한국식 피부 관리법에 대한 관심이 뷰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미용·성형 업계에 뛰어드는 의료인들=영국에서 미용·성형 업계로 진출하는 의료인이 많아지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 기기와 제품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용·성형 시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 확대가 클리닉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국민보건서비스(NHS) 의료인에 대한 열악한 처우도 의사들이 비보험 분야인 미용성형 클리닉으로 발을 돌리게 하는 이유다.
 
NHS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영국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8만6698파운드이며 1년차 주니어 의사는 3만7000파운드, 2년차가 4만5100파운드다. 영국 대졸자의 평균 연봉이 3만 파운드임을 감안할 때 급여 수준이 높지 않다. 게다가 러-우 사태, 에너지 위기 등으로 영국의 소비자물가가 10% 이상 올랐지만 의사들의 임금 상승률은 이에 미치지 못해 파업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급여에 대한 불만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NHS는 의료인들이 만족할 만한 인상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빠르게 밀려드는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하면서 NHS 재정은 최악으로 치달았고 계속되는 적자와 노령인구 급증, 정부 예산 축소 등으로 파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단적인 예로 영국의 의료 인프라는 암 선고를 받고도 2개월 안에 치료를 받는 환자가 55%를 밑돌 정도다.
 
이에 반해 미용성형 시술의 보험수가는 평균 800파운드로, 의료인들은 NHS 소속 의사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미용성형 시장에 진입한 한 의료인은 “급여 문제로 진로를 변경한 이후 전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미용 의료기기 수입=영국은 100여 개국으로부터 레이저, 보톡스, 필러 등과 관련된 미용 의료기기를 수입하고 있다. 레이저의 경우 네덜란드, 미국, 독일 순으로 수입액이 큰 가운데 네덜란드가 31%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네덜란드, 미국 등과 비교하면 미미하지만 K-뷰티의 힘과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이 기대된다.
 
영국 버밍햄에서 클리닉을 운영 중인 한 의사는 “10년 넘게 마취과 전문의로 일해왔으나 최근 미용성형 시장이 커지면서 미용성형 시술을 시작했고 관련 학회에서 알게 된 한국 기업을 통해 필러, 리프팅 실 등의 제품을 구매해 월 10여 명의 환자를 관리 중”이라며 “한국 제품은 경쟁국 제품에 비해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제품력과 안전성이 좋아 선호한다”고 밝혔다.
 
보톡스와 필러 제품의 경우 미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순으로 수입액이 크며 미국 제품이 압도적이다. 이들 제품의 경우 미국, 중국을 제외하면 유럽 국가들이 상위 수입국에 자리하고 있어 한국 제품의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2021년 영국 정부가 무분별한 시술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18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보톡스 시술을 금지해 수입액이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영국 내 미용 시술의 인기가 날로 올라가면서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미용성형 시장은 몇몇 핵심 기업이 자본, 마케팅, 유통채널을 장악하고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과 경쟁하는 구조다.
 
●프리미엄 미용 시장 진출하기=보수적인 영국 시장 특성상 의사나 간호사들은 핸즈온 트레이닝이나 세미나 등에 참석해 제품을 직접 경험해본 뒤 구매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영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직접 시연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CCR, FACE 등 의료기기 관련 전시회나 학회 등에 참석해 관련 종사자들과 네트워킹하면서 제품의 강점을 어필한다면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다.
 
CCR은 영국 최대의 미용 및 재건 성형 전시회로, 외과의, 의사, 간호사, 피부과의, 치과의, 진료시설 매니저 등이 주로 참가한다. 영국의 의료 에스테틱 관련 대기업과 제조업체 200여 개사가 매년 참가하며 첨단 수술장비, 레이저 치료 등의 비침습적 기술, 보톡스, 필러, 진료 시스템, 연수 및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전시회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콘퍼런스도 함께 개최되기 때문에 평소 만나기 어려운 의료기기 관계자들에게 브랜드를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리 기업 시사점=영국 의료기기 시장은 NHS 의료 시스템의 붕괴와 국내외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지면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CCR 같은 전시회 참석을 통해 시장 동향도 파악하고 면대면 소통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영국 시장 진출의 주요 경로가 될 수 있다. KOTRA 무역관 관계자는 “한국 제품의 안전성을 임상실험 결과나 구체적인 시술법 교육을 통해 입증할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OTRA 런던 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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