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수출유망기업 40개사가 아세안시장 판로 개척길에 올라 진성바이어 200개사와 412건, 7063만 달러 규모의 수출상담을 진행했다. 또 현장 수출계약 1775만8000달러의 실적을 올리고 518만5000달러어치의 MOU도 체결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충청북도와 한국무역협회충북지역본부는 우수한 수출상품을 보유한 도내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6월 4~5일 태국 방콕 방콕 스위소텔 특별전시장에서 ‘충북우수상품전’을 개최했다.
도와 무역협회충북본부는 이번 행사를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진성 바이어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행사 개최 3개월 전부터 수요 조사를 시작해 목표 바이어군에서 잠재 바이어를 살펴 유효 바이어를 추려냈다.
이를 바탕으로 유치한 바이어들이 모여 화장품, 식품, 소비재, 의료용품, 전기전자, 건축자재 등 분야에서 비즈니스 상담이 이뤄졌다. 특히 태국 시장에서 한류 열기가 뜨거운 만큼 소비재 부문의 수혜가 기대됐다.
4일 개막식에 단장으로 참석한 황현구 충북도 정무특별보좌관은 “태국은 아세안 2위의 경제대국이자 아세안 최대 제조업 국가이며, 무역의존도가 높은 개방형 통상국가”라며 “동남아 한류의 진원지이자 한류의 현지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 기준으로 태국은 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한국을 방문한 나라이며,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전체 학생들의 30% 정도가 태국 학생들일 정도로, 한국과 태국은 매우 친밀한 국가”라며 “이번 전시‧상담회를 통해 도내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무역 상담과 수출확대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K-’브랜드의 힘 실감… 독일 업체도 한글로 홍보 = 실제로 현지에서 본 태국시장은 한류 열풍이 거셌다. 수도인 방콕 곳곳에 한국계 프랜차이즈가 진출해 있었고, 편의점에는 ‘김치’나 ‘소주’ 등 한글을 내세운 상품이 즐비했다.
심지어는 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도 한류를 의식해 ‘한국에서 잘 나간다’는 점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독일 브랜드인 니베아는 태국에서 판매 중인 선크림 제품 포장에 ‘수분 진정 선세럼’이라는 한글 표기와 함께 태극기를 붙이고 한국 영화배우 천우희를 모델로 기용했다. 유럽 업체가 K-뷰티의 이름값을 빌리는 진풍경이다.
이처럼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가운데 우리 기업들도 그에 수혜를 입는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충북우수상품전에서 10만 달러 규모 MOU를 체결한 태웅식품은 한국 문화가 태국에서 유행하면서 판로 개척에 도움을 받았다.
태웅식품은 얼음컵에 넣어 빨대를 꽂아 먹는 형태의 포장 음료 제품을 한국 편의점에 납품해왔는데, 태국에도 한국 콘텐츠와 한국계 편의점의 진출 등을 통해 얼음컵용 음료에 대한 수요가 생긴 것이었다.
장현주 태웅식품 대표는 “코로나 이전 대비 (바이어들의) 한국 식품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며 “전에는 포장이 한글로 되어 있으면 누가 알아보냐며 다 현지어로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한글로 쓰여 있는 걸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태웅식품은 태국 대형마트에 해당 제품을 납품하는 계약의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음 주에는 바이어가 한국으로 찾아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예정이다.
해당 바이어와는 이번이 세 번째 만남으로, 충청북도 수출지원사업의 연장선으로 계속해서 행사가 이어지며 수출 논의를 발전시켜왔다고 한다.
장 대표는 진성바이어 초청에 대해 만족감을 표하고는 “충청북도가 되게 일을 잘하는 게, 바이어들 초청 행사를 많이 하고 연속성 있게 상담할 수 있도록 한다”며 “지난 행사에서 만났던 바이어들을 다음 행사에서 또 만날 수 있게 컨택해 준다”고 말했다.
●진성바이어 행렬에 수출상담도 약진 = 또 다른 참가업체인 스툴존바이오도 알짜 바이어들을 줄이어 만났다. 행사 첫날 오전에 바이어를 만나 곧바로 MOU를 체결했을 뿐만 아니라 즉석계약까지 갔다.
이용광 스툴존바이오 대표는 행사장에서 만난 바이어들에 대해 “K-뷰티를 많이 신뢰하는 것 같다”며 “피부를 재생시키고 회복시키는 케어 제품을 들고 왔는데 우리 회사 제품을 총판하고자 하는 분들, OEM하고자 하는 분들을 여럿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어들과의 만남에 대해 “아토피, 건선, 습진, 벌레 물린 데, 알레르기 등에 제품이 좋다고 하며 샘플을 사용해 보게 했더니 수입해서 태국에서 판매하면 너무 좋겠다고 한다”며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피부 트러블 케어 시장이 새롭게 열리고 있는데 저희 제품이 그런 부분에서 효능‧효과가 나오다 보니까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헤어케어 제품으로 참가한 바이오인터체인지는 발효공법으로 독자 특허를 획득한 마두카 화합물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러 왔다. 아직 수출계약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시장 개척 초기 단계이기에 체결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이춘화 바이오인터체인지 해외사업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탈모 고민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에도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마케팅을 크게 하지 않아서 판매고가 높지는 않지만 재구매율이 80~90%에 달하는 만큼 제품력에 자신이 있는데,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가격대 고민, 차별화‧프리미엄 전략으로 돌파 = 이처럼 ‘한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현지 물가가 싼 만큼 참가 업체들은 가격에 대한 고민이 컸다. 이미 한국계 대기업들도 진출한 시장이기에 차별화된 소구점을 내세워야만 했다.
김나영 이삭푸드 마케팅매니저는 “동남아 시장이 가장 어렵다”며 “기후가 다르니까 식품은 맛이 금방 변질되고 수출품 가격은 현지 공장 제품 가격을 이길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어들이 이삭푸드의 수출용 김치를 보러 온 것은 한국산 프리미엄 제품에 관심이 있어서였다.
그는 “고급 김치로 백화점이나 이런 곳으로 해서 타깃을 정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김치를 파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충북 자체 공장에서 생산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원재료부터 다르다”며 한국 내 제조를 내세운 프리미엄 김치로서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행사에 참가한 김 가공업체 하하푸드도 가격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은 태국에서 크게 사랑받는 제품이지만, 한국의 김 원물을 수입해 태국 현지 업체가 스낵 등으로 가공한 것이 현지 시장 수요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 김의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크게 오르고 수급에도 어려움이 발생했다. 한국산 제품은 안 그래도 태국에서 상당히 고가에 속하는데, 김 원물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가격 부담이 더욱 커진 셈이다. 그러나 하하푸드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시장에 파고들 여지를 공략 중이다.
김규상 하하푸드 이사는 “이번에 유기농 김을 가져왔는데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이더라”며 “원래 태국시장은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는데 최근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태국에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와 인식이 성장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시장에 파고들 여지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현지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이름값이 높아진 데 힘입어, 우리 기업들은 차별화된 프리미엄을 내세워 수출 판로를 개척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