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월 엑스포(March EXPO)’를 들어 보셨는가?
베이징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상하이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 광저우 중국국제수출입상품교역회(Canton Fair)의 중국 국가급 3대 수출입 박람회는 알고 있더라도 ‘3월 EXPO’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3대 수출입 박람회가 오프라인 박람회라면 3월 EXPO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무역 거래 전시 박람회다.
알리바바닷컴(Alibaba.com)이 글로벌 중소기업들의 온라인 무역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7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행사로 매년 3월 5~31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3월 엑스포’로 일컬어진다.
신상인·신제품·신서비스·신시장의 글로벌 무역 축제라는 의미에서 중국에서는 ‘신마오절(新贸节)’ 이라고 불린다.
알리바바닷컴은 올해 개최된 ‘3월 엑스포’에서 가구·식품·전자·기계 등 다양한 업종 2천 만개가 넘는 우수제품의 온라인 전시를 통해 중국 B2B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했다.
입점해 있는 글로벌 중소 수출입기업들에 물류·결제·금융 등 다양한 글로벌 무역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며 온라인 거래 규모를 키워 오고 있다.
알리바바닷컴은 전 세계 200여 국가 및 지역의 4700만 활성 B2B 바이어가 있고, 약 6000개에 이르는 제품 카테고리를 통해 일일 평균 50만 건 이상의 구매문의(Inquiry)가 들어오는 글로벌 최대 B2B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알리바바닷컴의 수요자 시장(수입 바이어)과 공급자 시장(수출 판매자)의 국가별 분포를 보면, 수요시장은 북미, 유럽, 호주 등 지역에서 일본, 한국 등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국가로 확대되고 있다.
한편 공급시장은 중국, 인도, 베트남, 튀르키예 등 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공식 등록된 1억5000만 개의 회원을 기반으로 매년 온라인 거래액이 500억 달러에 이르고, 2023년 기준 약 3500억 달러의 B2B 수출을 지원하며 중국 도매 및 제조기업의 해외수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닷컴은 1999년 설립된 플랫폼으로 알리바바 그룹이 당시 원화 약 8,300만 원 초기자금으로 1998년 설립된 후 구축한 첫 번째 글로벌 플랫폼이다.
알리바바 그룹의 출발점이자 장자(長子)인 셈이다.
알리익스프레스(B2C)의 공습과 1688닷컴(B2B 도매)의 한국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알리바바닷컴까지 한국기업 전용 웹사이트 ‘한국 파빌리온’을 오픈하며 한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알리바바닷컴은 한국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판로를 개척하는 데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산업계와 시장에서는 알리바바닷컴의 한국시장 진출을 두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의견과 향후 1688닷컴에 이어 알리바바닷컴을 통해 저렴한 중국산 B2B 제품이 들어오면서 국내 판매자와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알리바바닷컴의 본격적인 한국전용 사이트 구축과 진출 가속화가 향후 국내시장에 어떠한 사업기회와 변화를 가져올지 세부적인 분석과 그들의 속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리바바의 3단계 진화와 세계화 전략
알리바바닷컴은 크게 3단계로 나눠 발전 진화하고 있다.
1단계(1999년-2009년)는 ‘365일 하루도 쉬지 않는 캔톤페어(광저우 수출입박람회)’ 라는 모토 아래 다양한 영역의 수출입 무역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단계였다.
2단계(2010-2019년)는 2010년 중국 최초의 중소기업 수출입 아웃소싱 서비스 플랫폼인 ‘이다통(一达通)’을 인수하면서 중국 판매자들에게 통관, 물류 등 편리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제품과 기업 데이터를 축적하는 시기였다.
3단계(2020~현재)는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기업 간·국경 간 디지털무역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4월 알리바바는 판매자를 위한 육상-해상운송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5월에는 셀러와 바이어 모두 쉽게 육송-해상의 복합운송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글로벌 물류 추적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AI 장착한 무역거래 시스템으로 중기 도와
한국진출을 포함한 알리바바닷컴의 세계화 전략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알리 AI 무역 시스템’ 최적화를 통한 중소기업 제품의 맞춤형 해외 구매와 조달을 적극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2023년 기준 알리바바닷컴의 ‘AI 사업비서’ 기능을 활용해 해외 구매와 조달을 하는 중국기업 수가 1만7000여 개에 이른다.
AI사업비서를 통해 글로벌 제품검색과 소싱 비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외국기업들의 입점과 이용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2024년 3월 알리바바닷컴은 중국기업의 해외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AI 해외수출계획(AI出海計劃)’을 발표한 바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국경간 무역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중소제조기업을 도와 수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한편, 2023년 11월 알리바바닷컴은 국경간 이커머스 스마트 솔류션인 OKKI도 정식 출시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 사업도 본격화되면서 2023년 알리바바닷컴의 전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제품 판매액도 전년대비 74% 증가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나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고 쉽게 인터넷을 통해 수출입 지원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특성화된 플랫폼 운영과 물류활용 전략
둘째, 국가별 제품 경쟁력에 따른 특성화된 플랫폼 운영과 물류활용 전략이다.
알리바바닷컴은 2023년 9월부터 동남아관, 북미관, 유럽관 등 본격적으로 국가관 운영을 시작했다.
해당 국가 시장의 특징과 장점을 기반으로 온라인 국가관 개설을 통해 수익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2023년 10월 알리바바닷컴은 동남아 국가관을 개설해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고 있고, 이를 위해 20여 개의 물류·수송 노선을 확대해 ‘주문 후 2일 도착’ 목표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2024년 8월 8일 한국 전용관 개설도 그런 맥락이다. 예를 들어, 뷰티제품 같이 경쟁력 있는 한국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출지원과 함께 알리바바닷컴 수익도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미 및 유럽시장 수출 확대를 위한 한국의 빠르고 다양한 물류 인프라를 활용함과 동시에 글로벌 물류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속내다.
‘반완전위탁방식(半托管)’의 새로운 시도
셋째, B2B 모델의 ‘반완전위탁방식(半托管)’의 새로운 시도이다.
반완전위탁방식은 2023년 하반기부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B2C 플랫폼들이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자체 해외물류창고가 구축되면서 본격화됐다.
완전위탁방식과 반완전위탁방식의 차이점 중 하나가 해외물류창고의 유무 여부다.
완전위탁방식은 판매자가 제품을 플랫폼이 지정한 집하장소에 옮겨 놓기만 하면 플랫폼이 모든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것이고, 반완전위탁방식은 국제물류, 해외창고 입고 등을 판매자가 책임지는 방식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3년 8월부터 반완전위탁방식을 제품별, 국가별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2024년 1월 1일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B2B 플랫폼으로 반완전위탁방식을 도입한 것은 알리바바닷컴이 처음이다.
알리바바닷컴은 2024년 1월 B2B 반완전위탁사업을 공식화했고, 바로 해외창고에 제품을 입고시킬 수 있는 판매자 모집을 시작했다.
그리고 2월 18일부터 북미관, 유럽관을 통한 미국·캐나다·멕시코·영국·독일 등 6개국 진출을 위한 반완전 위탁방식 사업을 공식화했다.
알리바바닷컴의 한국진출은 우리에게 기회와 위협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플랫폼으로써 역할하지만, 반대로 알리익스프레스+1688닷컴+알리바바닷컴의 3자 간 가격경쟁력과 물류창고 협업을 통해 더욱 강력한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서 국내에 미칠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관건은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물류창고 규모와 구축 시기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