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인성의 푸념
베트남 사람이나 다른 외국인에게 한국인의 특징을 물으면 공통적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특징이 급한 성격이다.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어느 나이 지긋하신 어른이 필자에게 조언해준 말씀이 있는데 바로 참을성을 키우라는 말이다. “베트남 사람들 도무지 급한 일이 없으니 속이 많이 탈게다. 그래도 그 나름대로 배울 것이 많고 아무리 급하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스스로 참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서의 생활을 통해 급한 성격도 누르고 참을성도 배워보도록 하라”는 말씀이셨다.
그 분의 조언을 실감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마치 총알 탄 사람들처럼 내 달리던 한국인이 이곳 베트남에 오는 순간, 자신의 의지대로 일이 진행된다는 기대를 버려야 했다. 일에 관한 한 그런대로 이들 나름의 방식이 있고 그런 방식을 외국인인 우리 의지대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지만 일뿐만이 아니라 일상의 생활에서도 부딪치는 대책 없는 느긋함은 정말 이해가 안되다.
약속 시간을 제멋대로 엿가락 늘리듯 늘이기 일수고, 소나기라도 오면 아예 약속자체가 취소되고, 간단한 지시사항이 일주일이 지나도 수행되지 않는다. 그것뿐이랴, 거리를 나가면 그 바쁜 러쉬아워에도 한가하게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거니는 오토바이 뒤를 따라가자면 문득 확 밀어 버리고 싶은 충동적 살의가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인이 베트남에 산다는 것은 이렇게 마음과 상황의 불일치를 겪는 생활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불일치로 겪는 고통이 만만치 않아 언젠가부터 스스로 성격을 느긋하게 만들자고 작심을 하고, 눈에 안차는 일을 봐도, 속에 열불이 터지긴 하지만 억지로 그럴 수 있다는 듯이 넘겨보곤 했지만 성격이 바뀌기는커녕 속으로 울화가 더 치밀어 놀라 아예 속병이 날 지경이다.
이건 급한 성격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억지로 참는 것이니 근본이 달라지지 않는 헛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말이 행동을 결정하고, 행동이 습관을 형성하고, 습관이 성격을 만들고, 성격이 운명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성격은 확실히 변화될 수 있는 것이라 믿을 수 있는데 과연 어떻게 하면 변화되는가? 아니, 어떻게 하면 이 급한 성격이 조금이라도 차분해 질 수 있는가?
위의 말대로 성격의 형성이 습관에서 비롯되고 그 습관이 행동 그리고 말에 의해 시작된다면 말만 고치면 되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말은 어떻게 나오는가? 생각에서 말이 비롯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근본적으로 성격은 생각에서 시작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야 하는데 생각이라는 것이 살아온 경험이나 가치관 그리고 교육에 의해 달라질 텐데 그 생각을 어떻게 다 잡아야 느긋한 행동이 나오는가? 생각이 급해서 그렇다면, 생각을 천천히 하라는 말인가?
급한 성격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안 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화를 자주 낸다는 것이다. 이런 인성들은 대체로 다혈질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가끔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베트남 생활 15년 동안 수도 없는 화를 뿜어대고 스스로 뒤집어 질 정도로 소리를 치기도 했다. 책상이 부서지고 핸드폰이 벽에 헤딩을 하고 컴퓨터가 나둥그러진다. 모두 급한 성격으로 인해 일어나는 자해행위다.
골프나 고스톱을 치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고스톱은 몰라도 골프의 경우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유일한 취미생활인 골프를 20년 동안 즐기고 있지만 항상 급한 성격으로 자주 문제를 발생시키곤 한다. 우선 성격대로 샷이 빠르기 때문에 백 스윙이 완전한 탑에 이르기 전에 후다닥 내려치기가 일수라 공이 제대로 맞는 경우가 드물다. 참 무던히도 고생했고 지금도 고생하는데 도무지 수정이 만만치 않다. 가끔 내 스윙을 봐주는 양반이 천천히만 치면 모자람이 없다고 골백번을 말해주지만 필드에서의 샷은 그야말로 번개불에 콩 튀겨 먹듯 날쌔다. 그리곤 아! 또 빨랐네 하고 땅을 치지만 이미 시위를 떠난 공은 페어웨이를 외면하고 숲 속으로 내 달린다. 이렇게 급한 성격은 골프가 시작되기 전부터 드러난다. 티 오프 타임에 늦게 나오는 동반자를 마치 전직 대통령처럼 감옥에 보내버리고 싶고, 백을 찾을 때 늦장을 부리며 나오는 캐디를 보면 오늘은 운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라운드 중에 필드에서 꾸물대는 동반자를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오고, 앞 팀이 공을 찾느라 지체하는 것을 보면 속으로 욕지기가 일어난다. 무려 20년이나 골프를 해왔는데 아직도 달라지지 않으니 참 복장이 뒤집힐 일이다.
왜 이럴 까?
다행스럽게도 거의 수 십 년을 잠재적으로 고민하던 문제의 원인을 최근 들어 조금 깨달았다. 즉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급한 행동과 말을 억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의 힌트를 찾은 것이다.
급한 성격의 소유자는 일반적으로 이기적인 성향이라는 것을 알았다. 적어도 필자의 경우는 그렇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적기 때문에 급해지는 것이다. 일을 처리하는 데 늦장을 부리는 직원이 미운 것은 일의 가치만 생각하느라고 그 직원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고, 늦장 부리는 캐디가 걸리면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그 캐디의 성격이나 캐디 룸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티오프 타임에 늦게 나오는 동반자가 감옥에 처 넣을 만큼 증오스러운 것은 그 동반자의 입장을 전혀 도외시 한 태도가 원인이고, 약속시간을 엿가락 늘이듯 티미하게 지키는 인간이 한심해 보이는 것 역시 그 사람의 사고나 가치를 그대로 받아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매사에 말과 행동, 그리고 판단이 자신의 기준에만 의존하다 보니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상황이 일어나면 그 원인을 살펴보기도 전에 무조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급한 사람은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 한 두 마디만 들어보면 뭔 소리하는 줄 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남의 입장을 헤아리고 상황을 관조하는 습관이 없으니 점점 급한 행동이 고착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성격이 급하다는 말은 남을 인정하고 배려할 줄 모른다는 지적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다. 급한 성격과 더불어 화를 잘 내는 습관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스스로 겸손해져서 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들의 가치를 존중하며 입장을 헤아리는 역지사지의 습관을 들이면 일단 외형적인 성격은 조금 차분해 지고 화를 내는 빈도도 낮아지지 않을 까 싶다.
역지사지, 사실 이것을 실천하는 것은 성격고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아침에 교통이 혼잡하다고 매번 지각하는 직원이나 소나기가 온다고 며칠 전에 잡았던 약속을 취소하는 인성을 역지사지 해보면 그 얍삽한 마음이 더욱 드러나 보여 오히려 더 화가 나지 않을까?
글구 골프 스윙이 빠른 건 이유가 뭔데? 또 어찌 고치나.
아이고, 아무래도 오늘 너무 어려운 주제를 골랐다
도박 퇴치운동, 가동하고 있는가?
최근 호찌민의 한인사회를 들썩하게 만든 대형 사건이 터졌다. 호찌민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대형 음식점의 주인이 곗돈을 챙겨 달아난 것이다. 그런데 실상을 알고 보니 곗돈뿐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에 빌린 돈과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식품을 납품 받고 지불하지 않는 돈 등 그 피해액이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백만 불에 달한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정작 자취를 감춘 그 음식점 주인이 챙긴 돈은 그 액수에 비해 초라한 금액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 그 내용을 아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니 자신이 그 돈을 챙긴 것도 아니라면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간 것인가? 알고 보니 또 카지노다. 그 음식점 주인은 거의 매일 카지노를 드나들며 도박을 해서 많은 돈을 잃은 탓에 그런 사기극을 벌리고 도망갔다는 얘기다.
지난 년 말, 50대 중반의 교민이 카지노에서 돈을 잃고 캄보디아로 가서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건이 발생된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아 또 교민사회를 술렁거리게 할 사건이 카지노를 원인으로 또 일어난 것이다.
이 새로운 사건이 교민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또 다시 도박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우리는 안다, 그런 술렁거림이 있건 말건 여전히 사람들은 카지노를 드나들며 돈을 날리고 회사를 말아먹고 또 가정을 파괴할 것이라는 것을.
지난 번 캄보디아의 자살 사건이 일어난 후 대한 노인회 베트남 연합회와 해병 전우회가 작년 말 송년회를 겸한 모임에서 합동으로 도박근절을 위한 우리의 행동이라는 선언문을 배포하며 교민사회에서의 도박 퇴치를 위해 전 교민이 참여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다짐한바 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여전히 교민들은 내 돈으로 내가 도박하는데 누가 뭐라 하느냐는 듯이 카지노에는 한국인 고객이 성황을 이룬다.
도박 퇴치는 구호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아무리 도박의 위험성을 알리고 난리를 쳐도 카지노 갈 사람이 안 가겠냐고 그 운동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그렇다, 아무리 말려고 그런 도박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새삼 강조해도 용감한 한국인은 그에 굴하지 않는다.
결국 사회분위기가 문제다. 도박행위는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죄악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누구나 자랑스럽게 카지노를 드나드는 행위는 점진적으로 삭으러 들고 결과적으로 카지노 출입횟수가 줄어든다면 도박으로부터 한 두 사람이라도 구제될 수 있다는 기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 이 도박 퇴치 운동의 목적이다.
이런 운동의 효과는 몇몇 단체에서 모임을 하면서 그저 양념 삼아 선언문이나 발표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직접 행동을 함으로 교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계기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이런 일에는 여성단체의 활동이 매우 요긴하다. 주로 남자들이 카지노를 드나들며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는 것이라면 여성들이 팔 걷고 나서야 하지 않는가?
여성단체의 목적이 따로 있겠지만 자신들의 가정을 지키는 것 이상 큰 역할이 어디에 있는가?
내 남편은 절대 도박은 안 한다고 자신하지 말라. 호찌민의 교민사회에서 카지노에 드나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 보았는가? 이렇게 카지노 출입에 대하여 아무런 죄 의식이 없는 사회라면 언제 누가 다시 새로운 도박 중독자로 등장하여 가정을 파괴하고 목숨을 버릴 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당사자가 그대의 남편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다.
종교 단체의 역할 역시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종교에서 추구하는 영혼의 구원에 가장 근원이 되는 것이 현실에서의 올바른 생활 아닌가?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라도 도박으로 자신의 삶을 탕진하는 것이 올바른 삶이 아니라는 것을 신도들에게 수시로 알려주어야 한다.
이제 모든 교민들과 단체가 나서서 도박이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전체를 병들게 하는 죄악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이 부분에는 영사관의 역할이 빠질수 없다. 지금까지 영사관에서는 교민들의 도박 행위에 대하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교민을 보호하는 목적이 그들이 이곳에 나온 가장 큰 임무의 하나라면, 왜 도박으로 인해 각종 피해가 발생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침묵은 금이다 라는 격언 이럴 때도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문제를 갖고 다른 분들과 의견을 나눈 적이 있는데, 이런 일은 영사관이 나서서 자주 경고음을 내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교민사회의 복잡한 인간관계로 인해 개인이나 특정단체가 대 놓고 카지노를 출입하지 말라고 언급하기가 편치 않다는 말이다.
이미 지난번 본지에서 알린 것처럼 도박은 한국의 형사법으로 금지하는 행위이고, 설사 그런 도박행위가 국외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그 행위자가 한국인이라면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이 면죄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명기되어 있는데 왜 영사관에서는 많은 교민들이 카지노를 제 집처럼 드나들며 도박이라는 불법을 저지르는 것을 방치하고 있는가? 이건 직무유기 아닌가? 물론 베트남의 현지 사정상 합법적인 카지노를 외국인인 한국교민들이 드나드는 것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지만 계도마저 포기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 정도로 교민들의 재산과 목숨이 사라지는 대형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면 영사관은 도박과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기회를 통해 카지노를 자주 출입하며 도박을 즐기시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제발, 카지노를 여럿이 어울려 다니지는 마시라. 도박이 단순 오락으로 위장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카지노에서 일어난 일을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떠벌리지 마시기 바란다. 당신들이 가끔 돈을 땄다니, 잃었다느니 하는 소리가 경제 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사람들에게 엉뚱한 생각을 품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박이 무서운 것은 그 피해가 당사자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으로 시작되어 자동적으로 가정과 사회로 그 피해가 파급되는 아주 고약한 악성 바이러스와 같은 기질을 지니고 있는 것이 도박이다.
가진 돈이 많아서 흥청망청 도박으로 날려도 된다면 제발 조용히 혼자만 다니시라. 가뜩이나 병들어가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병패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공로를 세우지 마시기를 바란다.
그 동안 본지, 씬자오 베트남은 카지노와 유흥업소의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 방법으로 간접적인 교민사회 정화작업을 해왔다. 설사 이런 우리의 노력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않고 단지 본지의 광고 손실로만 드러난다 하더라도 이것이 교민 언론의 역할이라고 믿고 꾸준히 실행하여 왔다.
이제 본지는 지속적으로 도박의 폐해에 대한 증언이나 관련 발언들을 게재함으로 그 수위를 높이고자 한다. 교민들의 투고를 받는다. 도박의 무서움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과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교민들에게 경종이 될만한 글의 투고를 기다린다. 필요한 경우 방문 인터뷰도 가능하니 글을 보내지 않고 전화를 주셔도 된다.
아무도 안 한다고 나마저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교민들의 참여가 없으면 본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교민들의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글/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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