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베트남에 첫 매장을 연다.
정용진 부회장은 베트남 공략을 통해 중국 진출의 실패를 만회하는 데 시동을 걸었다.
이마트가 28일 베트남 호치민시 고밥에 3200평 규모의 1호점 문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국내 양대 유통체인 롯데와 신세계의 '베트남 전쟁'이 본격 점화된다. 이마트는 오는 23일 베트남 호치민시 고밥에 대형마트와 복합 엔터테인트 기능이 결합된 이마트 1호점 문을 연다. 이마트의 가세로 지난 2008년 국내 유통사로는 처음 베트남에 진출, 현재 11개 매장을 운영하며 베트남 내 유통 시장 4위에 올라있는 롯데마트의 사실상 독주 체제도 깨지게 됐다.
20일 베트남 현지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오는 23일 베트남 고밥 1호점(조감도)을 선 오픈 하고 본격 운영에 나설 방침이다. 이마트가 각종 규제로 국내 출점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으로 공격적인 점포 확장을 시도했지만 매출 부진과 적자 누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에서 베트남 1호점은 권토중래 성격이 짙다. 중국 진출에서 실패를 맛본 이마트는 뼈아픈 자성을 토대로 베트남 시장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마트 간판만 빼고 모든 걸 베트남화(化)한다는 '철저한 현지화'가 이마트가 내건 주 무기다. 인력 부문이 대표적인 예다. 베트남 법인 구성에서 한국직원은 10여 명 내외에 불과해 베트남 현지 직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인구 약 9,340만 명 중 30대 이하 인구가 70%에 달하는 등 풍부한 현지 노동력을 십분 활용해 현지 직원들의 의견을 다량 수렴하고 '베트남 소비자가 원하는 마트'를 만드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베트남 시장을 잡겠다는 이마트의 굳센 의지에도 불구하고 5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는 업계의 평도 있다. 여타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종교 ·문화적으로 유연해 외국 기업에 대한 반감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에서 흔히 맹점으로 꼽히고 있는 정관계 네트워크 등 영업력 외 변수가 사업 성패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지 진출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릴 정도로 글로벌스탠다드(세계 표준)가 통하지 않는 곳이 베트남"이라며 "생각했던 것과 달리 추가로 발생 되는 비용 등 불쑥 튀어나오는 변수들이 현지 진출한 유통 업체가 공통적으로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이마트 베트남 첫 진출에 누구보다 예의주시하고 있는 쪽은 롯데다. 이미 노하우를 쌓아 온 롯데 측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베트남 시장 세 확장에 더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당초 롯데마트는 이마트 베트남 1호점과 직접적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될 12호 고밥점 오픈을 서둘러 할까도 고려했지만 예정대로 순차적으로 준비, 내년 4월께 문을 열기로 했다. 홍원식 롯데마트 베트남법인장은 "생활·패션 트렌드 특화매장을 늘리고 온라인 부문 구매 잠재력이 높은 만큼 '클릭앤픽'과 같은 온라인주문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물론 2020년 안에 현지인 법인장체제 운영을 목표로 베트남 시장 세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을 뒤집을 변수는 있다. 현재 베트남 유통시장은 사이공 쿱, 프랑스계 Big C, 독일계 메트로에 이어 국내 롯데가 4위에 올라있다. 베트남 현지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유통시장 2위에 랭크돼 있는 Big C가 32개 매장을 매물로 내놓았다. 베트남 유통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Big C를 손에 넣으면 단숨에 시장 순위가 꿈틀대는 만큼 롯데마트와 이마트 모두 앞다퉈 눈독을 들이고 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마트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인력을 채용해 현지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에게 베트남 진출은 의미가 깊다. 이번 베트남 매장은 중국에서 마지막으로 매장을 연지 한동안 중단했다 4년 만에 해외에서 다시 매장을 여는 것이다. 곧 해외사업의 재가동인 셈이다.
정 부회장은 매장의 글로벌화, 현지화, 주재원을 비롯한 조직관리가 해외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신세계그룹은 7월에 호치민시에 희망장난감 도서관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베트남에서 이마트가 사업을 조기에 안정화할 수 있도록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중국 진출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낸 뒤로 2010년 매장을 28개까지 늘렸으나 현지화에 실패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 뒤 2011년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가 올해 매장을 8개까지 축소했다.
이마트는 앞으로 베트남에서 롯데마트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베트남에 낸 1호점의 인근 10km 이내에 롯데마트 점포가 3개나 위치해 있다.
롯데마트는 2008년 국내 유통회사로서 처음 베트남에 진출해 1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2호점 부지로 호치민시 공항 부근 떤푸지역을 확보하고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 곳곳에서 롯데마트와 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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