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응우웬 티 낌 응언 국회 부의장이 베트남 국회 역사상 최초로 여성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여성의 정계 진출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보수적인 베트남 공산당이 여성을 지도자로 선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진 왼쪽이 응우웬 티 낌 응언 국회의장. 【사진=뉴시스】 |
사회적 지위 상승과 함께 공산당은 물론 기업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베트남 여성이 늘고 있다. 이들의 갈수록 커지는 경제적 권리와 구매력을 고려할 때 주요 목표고객으로 삼을 만한데 베트남 여성들의 현주소와 공략 필요성을 짚어봤다.
◇ 베트남은 지금 ‘여성 전성시대’
지난 3월 31일 응우웬 티 낌 응언 국회 부의장이 베트남 국회 역사상 최초로 여성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공산당 일당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정계 서열은 매우 중요한데 국회의장은 공산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에 이은 네 번째 자리다.
여성의 정계 진출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보수적인 베트남 공산당이 여성을 지도자로 선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현지 분위기는 무척 긍정적이다. ‘여성’이라는 성별에 초점을 두기보다 과거 그녀가 보여준 리더십과 업무수행 능력을 봤을 때 적절한 결정이었다는 평이다.
베트남 여성 가운데 억만장자의 탄생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블룸버그’는 최근 베트남의 대표 저가 항공사인 비엣제트에어의 최고경영자(CEO) 응우웬 티 프엉 타오를 최초의 억만장자 후보로 지목했다. 비엣제트에어가 오는 연말 계획대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프엉 타오 회장의 자산은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프엉 타오 회장은 비엣제트에어와 호찌민시 주택개발은행의 소유주인 소비코 홀딩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주주다. 그녀는 베트남의 5성급 호텔과 리조트를 다수 소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부동산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프엉 타오 회장은 ‘포브스’가 발표한 ‘2016년 아시아의 파워 비즈니스 우먼 50’에 등재된 2명의 베트남 여성 사업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 일 잘하는 베트남 여성=2011~2016년 임기의 베트남 행정조직의 장·차관 129명 가운데 여성은 모두 11명으로 전체의 약 9%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발표된 차기 정부 인사에서는 응우웬 티 낌 띠엔 보건부 장관의 연임이 확정된 상태다.
또 베트남 9대 국회의원 중 약 19%를 차지했던 여성의 비중은 10대 때부터 25%로 올라갔으며 베트남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에 따라 앞으로는 그 비율이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이밖에 올해 1월 개최된 베트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는 베트남 공산당의 핵심 기구로 최고 정책 결정권을 갖는 정치국의 신임 국원 19명이 결정됐는데 이 중 여성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일반 베트남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도 무척 활발하다. 지난 3월 발표된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동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남성 대비 여성의 노동 참여 비율이 상당히 높은 국가로 나타났다.
베트남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은 것은 여전히 빈곤율이 높은 국가로 여성들도 생계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과 여성의 노동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경국가의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생활력이 강하고 근면하며 일의 성취도도 높아 현지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도 남자 직원보다 여자 직원을 선호하고 있다.
베트남 여성 사업주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통계청이 실시한 작년 2분기 노동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전국 사업주 가운데 여성은 3만1700명으로 전체의 약 32%를 차지했다. 자영업자의 경우 남녀 비율이 52%와 48%로 거의 대등한 분포를 보였다.
지난 3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하노이 중소기업여성협회(HAWASME)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전국의 중소기업 가운데 여성이 경영주로 있는 기업의 비율은 전체의 25%에 달했다.
◇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5년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세계 83위의 성 평등 국가다. 일부 아세안 국가와 한국(115위)과 비교할 때 상당한 수준의 양성평등이 실현되고 있다. 특히 경제활동 참여 및 기회, 정치적 권한에서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여성의 권리가 높은 것은 사회주의 체제 때문이다. 여기에다 양성평등 실현과 여성의 권리보장, 가사와 직장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베트남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와 지위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 베트남 정부의 여성 배려
베트남은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여성 노동자에 관한 세부 내용을 규정한 법령을 발효 중인데 법령에 따르면 사용자는 일터에 적합한 샤워실, 화장실 시설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여성의 생리기간 중에는 매달 최소 3일, 매일 30분의 유급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12개월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에게는 매일 60분씩 모유 수유 또는 유축을 위한 유급 휴식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이런 규정을 위반하면 사용자에게 경고조치나 50만~100만 동(22.4~45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또 △7개월 이상의(산간지역, 국경, 섬 근무자의 경우 6개월 이상의) 임산부 여성, 12개월 미만의 영아 자녀를 둔 여성에게 추가 근무, 야간 근무, 장거리 출장을 요구하는 경우 △노동법 규정에 따라 격무로 평가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여성이 7개월 이상의 임산부인데 보다 수월한 업무로 이동시키지 않거나 근무시간을 단축시켜주지 않는 경우 △12개월 미만의 영아 자녀를 둔 여성에게 매일 60분씩 휴식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 △노동법 규정에 따라 출산휴가 후 업무에 복귀했을 때 기존 업무 배치를 보장하지 않는 경우 △결혼, 임신, 출산휴가, 12개월 미만의 영아 자녀 양육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일방적으로 노동계약을 종료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1000만~2000만 동(449~897달러)의 벌금을 매기고 있다.
◇ 그렇다면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리서치 기관 TNS가 지난 3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여성들은 높아진 사회적 지위와 더불어 문화와 소비에서 더욱 활발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베트남 여성들의 활발한 소비 덕분에 화장품, 의류, 식품, 생필품 같은 소비재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이며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트남 여성들은 가격이 합리적이면서 품질이 좋은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데 한국의 화장품 수출이 2014년 3600만 달러에서 작년에는 4400만 달러로 20% 이상 늘어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에 따라 현지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계획 중인 우리 기업들은 현지 여성들에 대한 인식과 문화, 높아지고 있는 사회적 지위를 이해하고 현지 여성 경영인 또는 사업자와 파트너 관계를 맺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베트남 여성의 음주율은 매우 낮은 만큼 현지 여성 파트너를 상대로 술 접대를 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결례이며 여성의 특성과 심리를 배려한 보다 섬세한 소통이 요구된다.
베트남의 여성 노동자 관련 법규를 숙지하고 준수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베트남 여성들의 높은 경제활동 참여도와 섬유, 의류 등 경공업에 집중돼 있는 우리 기업들의 진출 특성상 여성의 고용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들과 관련된 법규의 준수와 배려로 한국 기업에 대한 인식 제고는 물론 건전한 노사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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