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및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베트남의 미국, 일본, EU에 대한 의류 수출 호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이 베트남-EU FTA 누적원산지 조항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세계 섬유무역과 메가 FTA 영향’ 보고서는 TPP 및 베트남-EU FTA 원산지 누적조항이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세계 섬유산업 공급망에 변화를 일으키고 다시 한국의 섬유수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의류수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EU, 일본이 베트남산 의류에 대한 관세 인하·철폐를 단행할 경우 베트남에 원사와 직물을 공급하는 한국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TPP와 EU-베트남 FTA는 까다로운 원산지 기준을 적용해 보통 베트남 내에서 직물을 만드는 제직 및 편직 공정부터 시작되어 완성된 의류에 대해서만 FTA 특혜고나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산 직물을 수입해 생산한 의류는 EU 및 TPP 회원국으로 수출할 경우 FTA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EU-베트남 FTA는 매우 이례적으로 원산지 규정에 ‘한국산 직물(Fabrics Originating from Korea)’에 대해 베트남 원산지 자격을 부여하는 누적조항이 삽입되어 있다. 즉 베트남에서 한국산 직물을 사용해 생산한 의류라 하더라도 EU에 수출시 베트남산으로 인정받아 FTA 특혜관세가 적용된다. 이는 아직까지 베트남이 원사 및 직물 자체 공급이 부족한 생산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규정된 것으로 한국이 이 조항을 활용할 경우 베트남에 대한 섬유 수출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TPP의 경우에는 비회원국인 한국산 직물을 활용해 베트남에서 생산된 의류는 미국, 일본 등 TPP 회원국에 수출시 FTA 특혜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TPP 역내 공급 네트워크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이 TPP를 가입하거나 베트남 내에 섬유사 및 일본 생산을 위한 투자를 확대시켜야 한다.
제현정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섬유 강국으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TPP 가입과 함께 베트남이 체결한 FTA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EU-베트남 FTA는 2018년 발효가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 업계는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