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이나 일 때문에 호찌민으로 이동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누적 오토바이 대수는 850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800만 명의 호찌민시 인구를 웃도는 수치다. 【사진=뉴시스】 |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이다. 길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은 베트남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 소비자를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현지의 오토바이 문화의 특성을 살펴보고 이를 비즈니스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
◇ 미래에도 핵심 교통수단
오토바이는 베트남의 대표 이미지이자 국민들의 생활 교통수단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최소 5년간 굳건히 이어질 전망이다. 베트남 정부는 ‘도로교통 안전을 위한 국가계획’ 수립을 위해 조사를 진행한 뒤 “2020년까지도 오토바이는 베트남에서 가장 핵심적인 도로 교통수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9월 누적 기준 베트남 교통부에 등록된 오토바이는 약 4300만 대다. 이 수치는 베트남 정부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은 것으로 당초 2020년의 등록대수를 3600만 대로 예측한 바 있다. 이는 오토바이를 소유할 수 있는 만 18세 이상의 베트남 인구에 대비하면 성인 4명 중 3명이 오토바이를 갖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 인구는 약 9400만 명이며 만 18세 이상은 전체의 약 60%다.
호찌민은 베트남에서 오토바이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작년 말 누적 기준 호찌민시에 등록된 오토바이는 743만 대였다. 출근이나 일 때문에 호찌민으로 이동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누적 오토바이 대수는 850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800만 명의 호찌민시 인구를 웃도는 수치다.
◇ 오토바이가 늘어난 이유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이 높은 반면 오토바이는 베트남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에 걸맞는 차선책이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베트남의 1인당 월 평균 소득은 약 450달러이고 대당 오토바이 가격은 1500~2000달러다. 여기에다 도로 개발이 아직 진행 중이고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마저 이용에 불편함이 많아 대안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2만 달러짜리 자동차 한 대를 수입하려면 60%의 수입세와 45%의 특별소비세, 10%의 부가세를 내야 한다. 결국 베트남 소비자는 2만 달러짜리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 5만1040달러를 써야 한다. 여기에다 오토바이 한 대의 월 평균 주유비가 20만~40만 동(한화 1만~2만 원)인 데 반해 4인승 승용차는 150만 동(7만5000원)으로 차이가 크다.
KOTRA 호치민 무역관은 “여기에다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노이와 호찌민에서 지하철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두 도시를 제외한 3개 직할시와 58개 성에서 새로운 교통수단이 대중화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속도와 편리성 뛰어난 오토바이
베트남의 경제 성장세와 정부의 자동차산업 육성 노력으로 장기적으로는 베트남에서도 자동차 운전자가 증가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현지 언론들은 여전히 출근이나 간단한 이동에는 속도와 편리성에서 앞서는 오토바이를 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오토바이를 소유한 사람이 많고 인프라 확충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베트남 대도시 도로에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뒤섞여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교통체증이 심해질수록 이동성 면에서 오토바이는 차량보다 우위에 있다.
특히 베트남은 길거리를 따라 특정 상품의 상권이 형성된 곳이 많은데 이 경우 오토바이 운전자는 원하는 곳에 잠시 멈춰 전시된 상품을 살펴보거나 물건을 사는 게 가능하다. 비교적 작고 가벼워 주차가 쉽고 주차 시에도 관리인의 도움을 받기 쉽다는 이점도 있다. 반면 4인승 이상의 자동차는 주변에 지하 주차장을 갖춘 건물이 없으면 주차공간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데 대도시를 벗어나면 지하 주차장을 갖춘 현대식 건물의 비율은 크게 낮아진다.
◇ 오토바이 문화를 비즈니스에 접목하라
2008년 호찌민에 문을 연 롯데마트 1호점은 소비자들에게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했는데 이는 빅씨나 코옵마트 같은 대형 마트와 차별되는 서비스로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었다. 작년 12월에 개장한 이마트 역시 무료주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대형 마트를 이용할 경우 오토바이 한 대의 평균 주차비는 1000~5000동(한화 50~250원)으로 부담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주차할 일이 잦은 현지인들에게 주차비는 사소하지만 기분과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무료주차로 주차비를 준비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베트남은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 서비스가 보편화된 사회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베트남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신속함을 강조한 배달 서비스가 발달하고 있는데 기업 대 소비자(B2C) 배송의 경우 부피가 크지 않은 이상 좁은 골목길도 문제가 되지 않는 오토바이를 이용한 택배가 보편적이다.
UPS, DHL, 페덱스 등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오토바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베트남의 통신 사업자 VNPT와 비엣텔 역시 주요 인터넷 쇼핑몰과 택배 서비스 제휴를 맺고 있다. 최근 3년 사이에는 한국처럼 음식배달 서비스 업체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올해 4월 우버는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택시 ‘우버모토’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는 길거리 오토바이 택시 ‘쎄옴’에서 착안한 것이다. 쎄옴은 거리측정 미터기가 없어 구두로 가격을 흥정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외국인이나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객은 바가지를 쓰곤 했다.
그러나 우버모토는 서비스 이용료를 정확히 안내함으로써 그간 쎄옴 기사와의 가격 흥정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시키는 한편 운전자 정보 제공으로 신뢰를 쌓고 있다. 우버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인 ‘그랩’ 역시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오토바이 노점은 커피나 음료수, 길거리 음식 등을 판매하는데 이들은 이동 중에도 소비자가 부르면 곧바로 멈춰 물건을 판매하거나 배달도 해준다. 또한 유동 인구가 많은 시간대에는 길목에 자리 잡고 물건을 판매하기도 한다.
오토바이 노점은 열대의 태양 아래에서 특별한 가리개나 냉방시설 없이 이동해야 하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수요를 잘 반영하고 있다. 길가의 이동 음료수 노점은 운전 중 생기는 갈증을 시원한 음료로 해소해준다. 대부분의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길가의 노점 앞에 잠깐 멈추어 구입한 음식이나 물건을 재빨리 포장해 가는데 노점상들은 소비자가 오토바이에 달린 고리나 핸들에 구입한 물품을 걸 수 있도록 포장해준다.
한낮에 특별한 가리개 없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면 피부를 보호하기 힘들다. 오토바이는 베트남 여성들에게도 보편적인 교통수단이므로 햇빛을 차단해 하얀 피부를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낮에 운전할 때는 태양을 가릴 수 있는 긴 팔의 겉옷과 선글라스, 장갑, 햇빛 차단 양말 등을 착용하곤 한다. 현지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마스크를 매연 차단 기능 외에도 햇빛 보호 목적으로 쓰기 때문에 현지에서 애용되는 마스크는 일반 마스크보다 두껍고 크다.
베트남의 전통 의상 아오자이를 입은 현지 여성이 오토바이 뒷좌석에 관광객을 태우고 거리를 운전하는 관광상품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기존에 관광객들에게 단순히 오토바이를 대여해주던 것과는 차별화된 것이다.
이용객들은 “외국인에게 오토바이로 가득 찬 베트남의 거리는 굉장히 복잡하고 낯선데 현지인이 직접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시를 구경할 수 있어 안전함을 느꼈다”, “구경만 하던 오토바이 물결에 끼어들어 베트남을 구경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 “도로를 주행하며 도시를 설명해주는 것이 좋았다”는 등의 후기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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