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와 경제 성장 등에 힘입어 베트남 의료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수입에 70%를 의존하는 베트남시장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있어 적절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BMI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의료시장 규모는 119억달러(약 13조5000억원)였으며 올해 10.1% 상승해 125억달러(약 14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연간 4만여 명의 베트남인들이 치료 목적으로 싱가포르, 중국, 한국, 미국 등을 방문하고 있고 연간 50억 달러를 해외에서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베트남의 1인당 연간 의료비 지출은 127.1달러로 이웃 국가인 태국(361달러), 말레이시아(416달러)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반면 베트남의 GDP 대비 국민 의료비는 7.1%로 태국(6.5%), 말레이시아(4.2%), 캄보디아(5.7%) 등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매우 높은 축에 속한다.
베트남은 의료시장 확대로 인해 의약품 시장도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BMI에 따르면 베트남 의약품 시장은 2014년 기준 38억1000만달러, 지난해 50억달러로 추산되며 2019년까지 매년 평균 13.8% 성장해 72억7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유럽-베트남 자유무역협정,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체결로 베트남 의료기기와 의약품 시장의 잠재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베트남은 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비에틴뱅크의 제약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의약품 시장의 약 60%를 수입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트라 호치민 무역관 윤보나 조사관은 "베트남 현지 제약회사들은 중소 규모라 특수 목적의 약이나 현대 신약이 아닌 일반적인 종류의 의약품만 생산 가능하다"며 "베트남 소비자들은 해외 제조약품의 품질이 더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현지 생산 의약품에 대한 선호도가 비교적 낮아 베트남 의약품 업계의 성장에 내부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의약품의 자체 생산비율을 7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의 의약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베트남 내 한국 기업의 입지는 매년 작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전반적인 의약품 수출은 성장세인 반면 베트남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 수출은 몇 해 전부터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베트남은 2013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의약품 수출대상 3위 국가였으나 지난해 5위로 하락했다. 지난해 전체 의약품 수출액 29억5000만 달러 가운데 베트남 수출액은 1억3866만 달러에 불과했다.
윤 조사관은 "우리나라는 국제 의약품 국제조화 위원회(ICH)의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베트남 의약품 시장에서 입찰 시 낮은 등급으로 분류된다"며 "이에 따라 다른 해외 국가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탓에 향후 현지에서의 성공을 위해 입지를 다질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ICH는 유럽, 일본, 미국이 포함된 의약품 산업 프로젝트로 신약 연구개발 시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검사나 활동을 없애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한 조직이다. 현재 식약처도 ICH 가입을 추진 중이다.
한편 베트남은 의료기기의 수입 의존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베트남은 의료기기 제조기술 수준이 매우 낮아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85%에 달한다.
현지 시장에서 한국산 의료기기는 일본·유럽산에 비해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가격의 합리성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공립 병원보다 재정적인 지원이 낮은 사립병원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한국산 제품을 선호했으며, 베트남 병원 관계자들은 신속한 사후처리 대응력을 이유로 일본 제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 조사관은 "베트남은 풍부한 인구와 경제 발전, 국민의 건강의식 제고 등으로 의료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현재 현지의 의료시설과 수준이 수요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한국은 베트남의 상위 의약품 수입국 중 하나이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입지는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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