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농림수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7%, 수출의 13%를 차지할 만큼 국가 핵심 산업이다. 전체 인구의 67%가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5년간 베트남의 농림수산업은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쌀 수입국이었으나 1990년대 들어 집단농장 체제에서 농지 사유화를 통한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 단기간에 식량난을 극복했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쌀뿐만 아니라 수산물, 커피, 캐슈넛, 과일, 야채, 천연고무, 카사바와 타피오카, 후추 등은 일명 ‘수십억 달러 수출군(Billion Dollar Export Club)’으로 불리면서 세계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토록 욱일승천하던 베트남 농림수산업도 이제는 양적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다.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농업이 GDP에 기여하는 비중이 매년 줄고 있다. 특히 농촌인구 비율(69%)에 비해 농업이 GDP에 기여하는 비중(17%)이 낮다는 것은 농촌지역의 노동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을뿐더러 도-농 간 임금 격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베트남 농림수산물의 품질이나 1차 산업 종사자들의 작업환경이 나이진 것도 아니다. 베트남은 여전히 주변국에 비해 관개와 같은 농업 기반시설과 수확 후 저장 및 보존 가공시설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베트남이 수출하는 농수산물은 거의 가공하지 않은 원료여서 부가가치가 낮은 것은 물론 품질이 고르지 않고 다른 농산물 수출국 제품에 비해 품질도 떨어진다. 매년 상승하는 임금 때문에 농업계도 저비용을 강점으로 내세우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 역시 자국 농업의 취약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2014년 12월 1일을 기해 2016~2020년의 5개년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법령을 마련했다. 법령은 농업, 축산업, 수산업, 가공업 등으로 나누어 각 산업의 개발계획을 명시하고 있으며 첨단농업 기술단지(AHTP) 개발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AHTP는 개발펀드 부족으로 계획을 실제로 실행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베트남 정부가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와 프로젝트 참여를 적극 희망하는 이유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의 요구조건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아서 지난 상반기까지 투자 인센티브를 받은 첨단 농업기술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베트남 농업부문의 외국인직접투자(FDI)도 미미하긴 마찬가지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농업부문에 등록된 FDI 금액은 35억7000만 달러(524개)인데 이는 베트남이 유치한 전체 FDI 중 1.2%에 불과하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농업투자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 기업과 개인 투자자가 허가받은 농업부문 직접투자는 총 41건, 1억1370만 달러다. 우리나라가 베트남에 투자한 프로젝트 건수 기준 0.8%, 금액 기준 0.2%에 불과하다. 용과, 망고, 바나나 같은 열대 과일, 감자, 화훼, 고무나무나 유칼립투스 같은 가공원료가 되는 산업용 나무에 집중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에게 좀 더 유망한 베트남 농업 투자진출 방안은 없을까? 일단 수확 후 저장 및 건조 등의 가공처리 산업을 들 수 있다. 주요 농림수산식품이 대부분 최소한의 가공만 거친 채 수출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가공을 통해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현재 베트남 농산물 가운데 수출용으로 선별되지 못한 상품들은 주로 중국계 중간 유통상들에게 헐값에 팔리고 있다.
가공업 투자에 대해서는 베트남 지자체들도 호의적이다. 대부분의 성이 중간 유통상의 ‘시장 흔들기’를 알고 있는 만큼 1차 산업에 투자를 고려하는 우리 기업은 가공업 개발을 내세워 지역정부나 관계 당국과 접촉해볼 만하다.
일본의 베트남 농업투자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본은 최근 들어 첨단 농업기술 분야 투자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2015년 일본의 베트남 투자액은 18억4000만 달러였고 그 중 7%는 농업 부문에 신규 등록됐다.
주베트남 일본 대사관은 일본의 베트남 농업투자 증대 이유로 ①큰 농수산물 개발 기회 ②아세안, 중국,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회원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등 세계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베트남의 거점 역할 ③내수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지목했다. 베트남은 올해 초 TPP를 체결해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은 주로 성 정부와 연계해 농수 공급과 같은 기반시설 개발, 농약과 비료, 가공공장 건설, 유통채널 개발,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기술 및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 투자기업의 관리 하에 저렴한 노동력과 잠재성 있는 농업환경을 바탕으로 농수산물을 자국에 공급하는 한편 수출도 도모할 수 있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대규모 생산과 가치사슬의 효율성, 포장 및 보관시설과 같은 주변 산업의 발전이 가능하다.
KOTRA 호치민 무역관은 “베트남 농림수산물 및 축산물 가공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해외 진출의 거점, 1억 명에 가까운 큰 내수시장도 매력적이어서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주간무역 wtrade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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