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소비자들이 고가 스마트폰을 선호하면서 O2O(Online to Offline) 모바일 플랫폼 시장도 본격 성장 중이다. 특히 도시화의 진전과 부동산 개발 열기로 모바일 부동산 플랫폼 시장 참여자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 기업도 진출한 베트남의 모바일 부동산 앱 시장을 알아봤다.
◆ 앱 시장이 열리다
2015년은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이 피처폰 판매량을 처음으로 뛰어넘은 해다. 2009년 10월 현지 통신사인 비나폰이 3세대(3G) 통신망을 구축한 이래 약 6년 만의 일이다.
베트남에서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될 수 있었던 한 가지 원인은 300만 동(14만~15만 원) 이하 저가 스마트폰의 대량 유입이다.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대중화를 이끈 저가 폰은 가격에 비례해 저사양 제품이었다. 그러던 것이 현지 소비자들의 소득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고급 스마트폰 수요가 커지고 있다. 베트남의 단말기 유통기업 FPT숍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의 2016년 스마트폰 매출 중 70%가 중간 가격대(300만~600만 동) 제품”이라며 “저가 폰은 더 이상 소비자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KOTRA 호치민 무역관은 베트남 모바일 앱 시장에서도 차량 공유, 배달, 방 임대 같은 O2O 앱 수요가 크게 증가했음을 관찰했다. 특히 부동산 개발 열기 및 도시화 현상과 맞물려 부동산 중개 앱 시장은 유망하기까지 하다.
◆ 베트남 사람들은 어떻게 방을 구할까?
대부분의 나라처럼 베트남에서도 거주공간을 임대하려면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한다. 호찌민시를 기준으로 부동산 업체가 임대계약을 성사시키면 임대인이 한달치 임대료를 수수료로 지불하는 게 관례다.
2010년 전후로는 베트남에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면서 아파트 경비원이 방 임대를 문의하는 수요자에게 집주인을 직접 소개해주는 풍경도 생겨났다. 임대를 원하는 이가 아파트 외관을 보고 경비원에게 시세와 공실 여부를 물으면 집주인이 경비원에게 성의 표시를 하고 소개를 유도하는 식이다.
인터넷으로 부동산 매물정보를 확인하기도 한다. 2012년 전후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관련 홈페이지가 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 가장 보편화된 페이스북의 특정 커뮤니티를 통해 방 임대정보가 공유되기도 한다. 페이스북은 대도시 유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을 포함한 청년층이 주요 사용자다.
마지막은 1~2년 전 시장이 형성된 부동산 관련 모바일 앱이다. KOTRA 무역관이 파악한 관련 앱(안드로이드 기준)만 30개가 넘는다. 다만 소수의 앱을 제외하면 다운로드 수가 500건이 채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시장형성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베트남 부동산 앱 수요는 호찌민과 하노이에 집중돼 있다. 두 곳이 1인당 소득과 인구가 가장 많고 주거지 임대 수급 또한 가장 활발하기 때문이다. 앱 주요 이용자는 30대 이하의 청년이나 외국인이다. 상품 등록자는 부동산 업체와 주택 실소유자인데 전자의 등록 물량이 압도적이다. 부동산 업체들은 다량으로 보유한 임대물량을 홍보하고 관리하기 위해 모바일 앱을 활용하고 있다.
◆ 한국산 앱의 돌풍
우리 업체가 개발해 베트남 시장에서 운용 중인 부동산 관련 앱은 ‘헬로렌트’(2016년 출시), ‘방방’(2017년), ‘렌트익스프레스’(2017년) 등이다. 이 중 렌트익스프레스는 현지 앱 ‘쩌똣’에 이어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 쩌똣이 다양한 물품을 아우르는 베트남의 대표 C2C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렌트익스프레스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다음은 호치민 무역관의 렌트익스프레스 개발사 패션프루트의 안우찬 대표 인터뷰 내용.
- 회사를 소개해달라.
“패션프루트는 2015년 12월 한국에서 설립된 IT 기업이다. 본사는 서울대 연구공원 SK상생혁신센터에 있고 렌트익스프레스 또한 한국에서 개발했다. 대표 투자사는 매시업엔젤스, 빅배신, 카카오 등이다. 앱 개발은 한국에서 했지만 애초 목표 시장은 해외였다. 따라서 2016년 중순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그해 6월 태국에서 렌트익스프레스를 처음 출시했다. 태국에서 입지를 다지고 이듬해 6월 베트남으로 시장을 확장했다.
- 베트남으로 진출한 계기는?
“해외사업을 검토할 때 인구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최고경영자(CEO)라면 숫자로 된 자료만으로 시장을 판단하기보다 어느 정도의 동물적 감각과 사업 열정을 지속시킬 기반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스타트업은 ‘어느 곳에서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은가’부터 자문해야 한다. 사업 기틀은 그 다음에 다지면 된다.
동남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이미 널려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요소는 차치하더라도 우선 동남아시아에 호감이 있었기에 첫 진출지로 태국을 택했다. 태국은 살아보고 싶은 나라였다. 전 직장에서 ‘애드포켓’이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한 경험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베트남은 현지인과 함께 일해보고 싶은 곳이었다. 한국과 부분적으로 정서와 문화가 겹치는 것이 흥미로웠다. 베트남을 실제로 겪어보니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태국에 비해 베트남 고객들이 더 진취적이고 요구사항도 다양하다. 일하는 스타일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 베트남에서도 호찌민을 선택한 이유는?
“처음부터 한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 내 이용자 중 한국 분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호찌민시는 베트남의 경제수도이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하노이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앱에 등록된 매물은 있다. 하노이는 올 하반기부터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 왜 베트남인보다 외국인을 우선시했나?
“베트남에서 현지인을 상대하는 앱은 이미 많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프리미엄’이다. 현지인이 이용하는 앱과 포지셔닝을 일치시키면 한국 기업 고유의 강점과 경험을 활용할 수 없다. 반면 한국인이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베트남 앱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예를 들어 렌트익스프레스의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 외국어 번역 기능이나 매물 등록자 전화번호에 의사소통이 가능한 언어를 표시하는 기능 등은 베트남 내 외국인들에게 차별화된 편리함을 준다. 이 기능은 경험에서 착안했다. 외국인으로서 처음 집을 구할 때 현지의 온라인 부동산 거래 사이트를 이용했는데 막상 물건을 보고 전화를 하려니 의사소통이 걸림돌이 됐던 경험이 있다.
개인적으로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앱을 높이 평가한다. 단순히 매출이 커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기 때문이다. 즉 사업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렌트익스프레스를 개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으로서 경험한 어려움을 토대로 사용자에게 도움을 줄 만한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성공하면 당연히 베트남 소비자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 기대했던 수요가 현실에서도 정말 발생하나?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베트남에는 개발 인력이 풍부해 경쟁 앱들이 이미 많이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걱정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현지 개발자의 앱은 품질수준이 높지 않다. 또한 앱이 많아도 다운로드 수가 굉장히 저조해 상용화되기 힘든 것들이 많다. 이에 착안해 더 나은 품질의 앱을 개발했고 현지인이 아닌 베트남에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다.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동남아에서 총 5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는데 특히 베트남에서 적극 홍보한지 6개월 만에 전체 트래픽의 70%가 베트남에서 발생했다.”
- 베트남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어떤가?
“개인 경험과 주변을 돌아보았을 때 베트남 정부의 외국계 스타트업 지원책은 없다. 혜택이나 지원은 고사하고 외국계 스타트업을 제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태국은 외국인이 회사를 설립할 경우 지분을 절반 이상 소유할 수 없다. 패션프루트는 투자자들이 한국에 있으므로 태국 법인을 만들 때 현지 기업에 51% 이상의 지분을 줘야 하는 규정이 문제가 됐다. 결국 예외규정에 편입해 100% 외투법인을 설립했지만 이를 위해 정부기관을 방문해 설득하는 등 10개월 이상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반면 패션프루트 베트남 지사는 태국 같은 제한 없이 곧바로 단독 외국인 투자법인으로 설립했다. 오히려 한국 정부 관계자 분들이 베트남을 방문할 때 현지에서 사업에 올인하고 있는 우리 스타트업들을 격려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있었다면?
“한국인과 베트남 인력을 구하는 문제다. 솔루션은 있는데 이를 현지에서 운용하도록 도울 한국인과 베트남 직원을 찾기가 힘들었다. 베트남에서 인재를 어디서 찾고 이들에게 얼마를 줘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 최근 KOTRA 호치민 무역관 ‘K-Move’가 주최한 채용 박람회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인 청년을 채용했다. CEO의 업무는 좋은 인력을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핵심인데 우리 정부기관이 먼저 나서 기회를 마련해줬다.”
- 앞으로 계획은?
“빠른 시일 안에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은 없다.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사업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먼저다. 순익을 빨리 창출하기보다 개발에 더욱 몰입해 우리 고객과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향후 비즈니스 분야를 부동산 거래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는 임대 물량만 취급하지만 비즈니스 범위를 거래 매물이나 신규 분양 물량까지 확대하겠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시리즈A 투자를 목표로 하는 등 추가 펀딩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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