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베트남에서는 신선식품 판매시장(wet market)을 포함한 전통적 유통채널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닐슨(Nielsen)의 최신 쇼핑객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식 유통채널이 지속해서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이후 편의점의 수는 거의 4배가 되었고 미니마트는 올해 가장 많은 매장을 개점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건강, 미용 및 제약을 판매하는 매장도 지난 2년간 2배로 성장했다. 온라인쇼핑 매출은 2013년 22억 달러에서 2017년 62억 달러로 성장했다.
재래시장의 월간 쇼핑 횟수는 2010년 25.17건에서 올해 18.86건으로 감소했다. 편의점 방문은 1.24건에서 4.5건으로 증가했다. 건강미용 매장의 방문은 0.76건에서 1.22건으로 증가했다. 도시의 현대식 유통채널에서 소비재 판매는 2018년 2분기에 11.3% 증가했으며 전통적인 유통채널에서의 소비재 판매는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식 유통채널은 상점을 더욱 확장하는 추세이므로 앞으로도 매출액은 높은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베트남에서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요인은 역시나 국민소득 증가다. 건강 및 웰빙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주요 고객인 도시의 쇼핑객은 복잡한 교통체증으로 바빠지면서 구매 행동에서 쇼핑의 용이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한, 알뜰한 소비자들은 낭비를 최소화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더 적은 수의 제품을 더 자주 구입하고 작은 용량의 포장을 선호하며 구매할 때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여 버려지는 상품의 양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최근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소비자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건강과 웰빙이며, 관련 상품을 구매할 때 놀랄 만큼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점상의 경우 재료의 품질이 나쁘고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사용한 것을 관리기관들이 발견했다는 언론보도가 최근 잦아지고 있다. 거리상점의 음식에 대한 신뢰도가 점차 낮아짐에 따라 건강을 위해 도시락을 지참하는 직장인이 늘어가고 있으며, 편의점에서는 도시락 식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점심을 직장에서 해결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도시락 용기를 판매하는 업체에서는 플라스틱보다 건강에 좋은 유리 밀폐용기와 함께 보온용 재료로 만든 운반용 케이스를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제품보다 50% 이상 비싼 가격이지만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대형 식품회사는 거리상점 음식과 직접 경쟁하면서 도시락 및 간편 식품에 이어 간식인 스낵시장에 진출했다. 베트남 최대의 육류 공급업체 중 하나인 비산(Vissan)은 유럽에서 수입한 재료로 만든 싱싱한 튀긴 돼지고기를 판매했다.
베트남의 전통요리 중에는 반짱쫀(banh trang tron, 비빔월남쌈), 튀긴 돼지껍데기 및 가공된 닭발과 같은 많은 간식 스낵식품이 있다. 현대시설로 생산한 반짱쫀은 호치민시의 세븐일레븐(7-Eleven)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품이다. 판매가격은 노점보다 5000동(250원) 높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돼지껍데기로 만든 식품을 개발 중인 회사는 베트남 소비자들이 파삭파삭한 식품을 좋아하는 것에 착안하여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식품을 가공하는 현대식 기술이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한 식품회사 임원은 베트남에서 거리 음식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지만, 기업이 모든 식품을 생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식품위생을 보장하기 위해서 생산자는 재료의 선택, 가공, 보존 및 유통을 포함한 생산공정의 모든 단계를 통제해야 한다.
베트남의 식품회사들은 농산물 생산량은 많지만, 기술이 부족하여 시설, 생산공정 및 기술의 도입을 바라고 있다. 또한,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해도 새로운 상품에 대한 마케팅 경험이 부족하여 판매에서 고전하는 기업도 있다.
빈탄닷 식품회사(Vinh Thanh Dat Food JSC)는 신선란 공급업체로서 2015년에 계란으로 식품을 만들기 시작했으나 판매 부진을 겪었다. 효율적인 마케팅을 도입한 2017년이 되어서야 판매가 연평균 100%씩 성장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의 소비시장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으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고품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과 웰빙을 감안한 상품의 고급화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의 기업은 베트남 기업과 협업을 통해 시설을 포함한 생산공정 및 기술을 수출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김석운 베트남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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