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oogle) 및 테마섹(Temasek)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지역의 2018년 전자상거래 부문은 32% 성장했다. 베트남도 2018년 매출액이 28억 달러 증가하며 인도네시아에 이어 성장률 2위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베트남의 전자상거래시장은 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인터넷 사용인구 비율 53%를 비롯해 약 5400만 명의 스마트폰 보유 인구와 높은 경제성장률 등이 있다.
사실상 2013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베트남 온라인 쇼핑시장의 매출은 2014년 29억 7천만 달러, 2015년 40억 달러, 2016년 52억 달러, 2017년 62억 달러, 2018년에는 90억 달러를 기록했다. 4년만에 시장의 규모가 3배가 되었다.
베트남 온라인쇼핑 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장 속에서도 2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배달에 걸리는 시간이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배달비용이 많았다. 또 현금에 의한 결제가 대부분이어서 반품의 비율이 높았고 이로 인해 많은 관리 인력이 필요했으며 오히려 오프라인보다 더 높은 유통비용을 지출했다.
베트남은 물류 인프라가 미흡하고 영세하여 전국적인 택배 사업자가 없다.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우선 하노이 및 호치민시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자체 창고를 건설하고 직접 배달 시스템을 구축하며 배달시간 단축을 위한 투자를 진행했다.
베트남의 직불카드 발행개수는 1억 개가 넘지만, 세계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성인 인구 중 70%는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우선 상품을 배달하고 현금으로 수금하는 COD(Cash on Delivery) 방식의 비율을 낮추기 위해 전자지갑 등 핀테크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선두업체로서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은 라자다(Lazada)는 2016년 1조 동(4339만 달러)의 손실을 보고했고,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매진하면서 2017년에도 손실이 증가해 누적손실이 4조 동(1억7356억 달러)으로 증가했다.
7년간 운영한 티키(Tiki)는 2017년 누적손실이 6천억 동(2643만 달러)을 기록했다. 쇼피(Shopee)도 2016년 8월에 공식적으로 출범했으나, 2017년에 6천억 동의 누적손실을 보고했다.
온라인 업체의 경쟁적인 배달시간 단축의 노력은 2018년에 결실을 맺기 시작하며 큰 폭으로 트래픽(traffic)이 늘어나고 매출의 증가로 이어졌다.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월평균 트래픽은 쇼피가3450만, 라자다가 3020만, 티키가 2940만으로 늘어났다.
2018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한 전자상거래 사이트 상위 10개 순위에 쇼피, 라자다, 티키 외에도 베트남기업인 모바일월드(Thegioididong)가 7위, FPT의 센도(Sendo)가 8위에 올랐다.
전자상거래의 취급품목도 일반소비재에서 가격대가 높은 상품 및 전문점 영역의 상품 등으로 폭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동영상 및 상세페이지를 제공하는 노력의 결과로 여행 상품을 비롯한 건강식품, 아동용품, 여성용품, 가정용품, 의류패션, 팬시용품 등에서도 큰 폭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처음에는 물류비용이 많이 들어 대다수의 온라인 상품의 가격이 오프라인보다 높았으나, 최근 전자상거래 업체의 배달비용이 감소하고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점차 판매가격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도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어 가는 요인이다.
최근 베트남 전자상거래협회가 1000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기업의 37%가 전자상거래가 기업 매출의 30%를 차지한다고 응답했다. 16%는 전자상거래 활동으로 인한 매출이 50%를 차지했다고 응답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닐슨(Nielsen) 베트남 관계자는 기술발전으로 고객의 쇼핑 행동과 습관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소비자들은 온라인쇼핑을 점차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며 “구매하기 전에 구매하려는 제품에 대해 신중히 알아보고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리뷰를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직도 베트남의 전자상거래 업체에는 가장 큰 과제가 남아있다. 소비자는 전자상거래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다. 배달된 상품이 불량이거나 품질보증 기간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소비자가 직접 업체를 방문해 교환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은 전자상거래시장에서 매출 증가에 목표를 두는 것 못지않게 고객의 신뢰확보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운 베트남경제연구소장
(kswks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