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대한미용피부레이져학회 학술대회. 이날 행사에는 베트남성형미용협회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해 K뷰티에 대한 베트남의 관심을 입증했다.
20세기 이후 몇 차례 전쟁을 겪었던 베트남의 의료분야는 외과적 치료 위주로 발전해 왔다. 반면 미용성형 영역은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고 베트남 국민들의 미(美)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면서 성형 및 미용 수요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미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일종의 표본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의 성형 관련 사업의 베트남 러시도 활발하다. 한국의 병원급 성형외과 6곳이 이미 베트남에 들어와 있으며, 개인 성형외과 의사들도 대거 진출 중이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베트남성형미용협회 레하잉(Lê Hành) 회장은 “베트남 정부에서 한국의사들의 진출을 돕기 위해 자격증 서류 간소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연장에서 한국 성형외과 의사들이 베트남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K뷰티가 베트남에서 또 다른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적잖은 부작용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레하잉 회장은 한국 일부 무허가 업체의 행태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베트남 성형시장에서는 한류가 인기라 한국 간판만 달기만 하면 사람들이 몰린다. 따라서 전문 자격증 없이도 이를 표방하는 의사들이 있어 문제"라며 "한국의사 중에서 미용성형 분야의 수술 및 시술을 잘하는 분도 있지만, 잘못하는 사람도 있다. 진짜의사인지 가짜의사인지 구분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이 정도 비판이 나왔다는 것은 베트남 현지에서 느껴지는 문제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대한미용피부레이져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레하잉 베트남성형미용협회장(왼쪽에서 두번째)
무허가 의사, 시술로 부작용 속출
몇 년 전 호치민시 7군 푸미흥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의원이 있었다. 의사 자격증이 없는 한국인 물리치료사가 각종 미용 관련 시술을 했는데 전문적이지 못한 시술로 다수의 환자들 사이에서 부작용이 발생,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당시 피해자 중에는 베트남인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밖에 병원 간판을 달지 않고도 일반인들이 한국에서 보톡스 혹은 필러 약물을 몰래 들여와 불법시술을 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성형외과 의사 A씨는 시장 조사를 위해 베트남에 갔다가 소개를 받아 한 미용 클리닉을 간 뒤 기겁을 했다. 한국인이 운영을 하는 곳이었는데 대표라는 이는 의사도 아니었고, 단순히 주사 놓는 법만 익힌 뒤 불법시술을 하고 있었다. A씨는 “주사기도 재사용을 하는 것 같았다. 보톡스가 절대 간단한 시술이 아니다. 피부가 괴사하고 시각에 지장을 주는 등 심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의사들이 상주한다고 광고하고 실제로는 베트남 현지 의사들로만 운영되는 곳도 많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의 유명 성형 및 피부과 병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교민 B씨는 피부 트러블이 생겨 호치민시에 있는 한국의 피부과를 찾았다. 광고에는 한국인 의사가 상주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담사는 “한국인 의사는 현재 없으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오지만 이번 달에는 언제 오실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베트남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B씨는 “굳이 한국 피부과를 찾아올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한국 의사는 구경도 못했고 베트남 현지 병원보다 치료비도 훨씬 비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사례들이 결국 K뷰티, 더 나아가 한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믿고 찾아간 한국 병원에서 부작용만 얻고,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한국의 미용성형외과에 대한 오해가 생기고, 더 나아가 불법과 무허가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
한국측 “불법적인 요소 최소화 노력”
학술대회에서 나온 레하잉 회장의 비판에 한국 최대 규모 미용성형 관련 학회인 대한미용피부레이져학회 기문상 회장은 베트남 현지 의사단체와 체계적인 공조를 통해 불법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기문상 회장은 “예민한 문제다. 어떤 곳이든 합법과 불법이 있다. 미용성형 관련 의료산업이 베트남으로 진출하는 과도기적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추후 우리 학회는 베트남에 공인된 의사협회와 MOU를 맺어 우리나라 의사들이 법적인 절차를 제대로 밟아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 회장은 “베트남에서 법에 맞춰 관련 의료 면허를 취득한 이후에 활동할 수 있도록 돕겠다. 아울러 베트남 현지의사가 우려하는 불법적인 요소들에 대해 파악에 나설 예정"이라며 "올해 초(1월) 베트남성형미용협회와 MOU 체결도 합법적인 진출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베한타임즈(http://www.vietha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