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인 대응을 계기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약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인구가 9천600만명이 넘지만, 베트남의 코로나19 환자는 288명에 불과하고 사망자는 없어 국제사회로부터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10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전날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과의 화상 회의를 갖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계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응우옌 찌 중 베트남 투자계획부(MPI) 장관은 "베트남의 매우 성공적인 코로나19 억제는 경제 회복을 돕고 베트남의 국제사회 내 입지를 새롭게 하면서 베트남 투자 환경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점이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국회 경제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베트남의 '안전'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면서 베트남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미국과 한국의 IT 기업들이 최근 생산 시설을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다변화 전략을 추진 중이며, 일부는 이미 베트남을 그 대상으로 선택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애플이 2분기 들어 무선 이어폰 '에어팟'의 생산을 일부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경제매체 닛케이아시안리뷰의 보도를 인용했다.
베트남 해산물 수출생산업체 협회의 쩐 딘 호에 사무총장은 해산물 생산 및 수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호에 사무총장은 인도나 에콰도르 등 해산물 수출 경쟁국이 현재 코로나19 억제를 위해 격리와 봉쇄 조처를 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이들 국가의 해산물 생산 및 수출이 5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경우에도 해산물 수출이 30%가량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요 해산물 수출 경쟁국이 코로나 사태로 생산 회복이 베트남과 비교해 늦어지면서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섬유업계도 코로나 사태가 지나고 나면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국영 섬유·의류 그룹인 비나텍스(VINATEX)의 르 띠엔 쯔엉 이사는 말했다.
섬유 산업을 포함해 생산업계는 이에 따른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쩌옹 이사는 강조했다.
푹 총리는 이번 코로나 사태는 업계가 관리만 잘한다면 베트남에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업계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스스로 개혁하고 관리 역량과 생산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금융 지원과 시장 지향 정책 등을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친기업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수출 확대·투자유치 적극 나서지만 ‘재확진’ 말썽
라오스·캄보디아, 코로나19 진정세… “검사 수 적기 때문”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1차 전쟁을 끝내고 2차전 ‘경제 살리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퍼져있지만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신규 확진자 수가 0에 다다르며 사태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완치자가 재확진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고, 검사 건수 자체가 적어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여전히 나와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베트남 = 먼저 베트남은 5월 5일 기준 20일 연속 지역사회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현지 매체
앞서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 퇴치에 성공했다고 선언하고 경제 회생 모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4월 28일 열린 각료회의에서 우옌 쑤언 푹 총리는 “베트남은 코로나19를 근본적으로 퇴치했다”며 “이는 (공산)당과 정부, 인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푹 총리는 그러면서 각 지방정부에 비즈니스와 생산을 부양하기 위해 서비스 분야 등의 제한을 완화하라고 지시했다. 국내선 여객기와 기차, 차량 운행 횟수 등도 점진적으로 늘려갈 것을 주문했다.
푹 총리는 또 의료용 마스크와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의료 장비의 수출을 허가했다. 5월 4일 베트남 정부 공보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19일까지 베트남이 수출한 마스크는 4억1570만 개, 6320만 달러(약 775억 원)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속히 줄어든 4월에는 19일간 8820만 개, 3400만 달러(약 417억 원)어치가 수출됐다. 이후에도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미국과 유럽에서 주문이 쇄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의 자회사인 빈스마트와 빈패스트는 두 종류의 산소호흡기 개발을 완료하고 성능 검사를 거쳐 오는 15일 출시할 예정이다. 현지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도 최근 유럽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세계 보건기구(WHO)의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곡창지대 메콩강 삼각주의 가뭄, 바닷물 역류에 따라 식량안보 차원에서 지난달 말부터 제한을 뒀던 쌀 수출도 5월부터는 해제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세계 3대 수출국으로, 올해 650~670만t을 수출할 수 있다는 관계 당국의 분석에 따른 것이다.
푹 총리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격리 조치를 조건으로 기술자와 숙련 노동자, 투자자들의 입국을 계속 허용하라고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9일 한국 143개 기업의 필수인력 340명으로 구성된 출장단이 대한항공 전세기를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기업인 단일 출국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들은 베트남 내 플랜트 건설과 공장 증설·운영 등에 필요한 인력으로, 공기업 1개, 금융사 6개, 대기업 9개, 중소·중견기업 127개사 직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모두 국내에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베트남에 입국한 뒤 14일 격리를 마치고 13일부터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5월 6일 <베트남뉴스통신(VNA)> 등 현지 언론은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외국인 투자가 대거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의 국무조정실장 격인 마이 띠엔 중 총리실 장관은 전날 “다국적 기업들이 설비 이전을 검토하는 것은 베트남에 도전이기도 하지만 좋은 기회”라면서 “투자 물결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 장관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베트남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투자 환경을 갖춘 믿을만한 투자처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현지 경제 전문지 <베트남인베스트먼트리뷰>도 외국 기업들이 잇따라 베트남 진출 및 투자 확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HP, 델 등 미국 거대 기업들이 일부 생산 설비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나노코팅 업체인 HZO사는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 생산 시설을 갖추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 일본 전자업체 샤프가 미중 무역전쟁 이후 컴퓨터 생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것을, 게임업체인 닌텐도는 콘솔 생산 일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길 것으로 계획했다고 알렸다.
다만 <베트남뉴스통신(VNA)>에 따르면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사람들 중 7.3%에 해당하는 17명이 코로나19 검사에서 다시 양성 반응이 나온 바, 아직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오스 = 라오스도 최근 20여 일 연속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라오스 정부는 5월 4일부터 봉쇄령을 일부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5월 3일 일간 <비엔티안타임스>에 따르면 라오스 총리실은 지난 1일 “최근 20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누적 확진자가 19명으로 유지됐다”며 봉쇄령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4일부터 외출이 허용됐고, 시와 주 안에서의 이동이 자유로워졌다. 또, 정부 기관과 민간기업의 활동도 정상화됐다.
식당과 미용실, 슈퍼마켓 등 일부 서비스 업종의 영업도 허용됐으나 주점과 영화관, 카지노, 마사지샵, 실내 스포츠시설, 야시장 등의 영업은 17일까지 허용하지 않는다. 초·중·고교의 졸업반 학생들은 18일부터 등교할 수 있다.
다만 지역 간 이동과 외국인 입국 금지 조처는 연장했다. 현지 진출 기업의 전문가와 기술자 등의 입국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되 14일간 격리 등 방역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주춤함에도 라오스 당국은 봉쇄령 완화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인구 720여만 명 가운데 지난 1일까지 집계된 검사 건수가 2165건에 불과해 코로나19 퇴치를 자신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캄보디아 = 캄보디아도 공식적으로는 20일 이상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당국은 긴장 모드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캄보디아 보건부는 5월 4일 지난달 12일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훈센 총리는 4월 24일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수도 프놈펜의 도로가 붐비고 있다”면서 “코로나19는 감염 위험이 높고 치료제가 없는 만큼 경각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출 자제와 마스크 착용 등을 당부했다.
각급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진 캄보디아에서는 여전히 영화관, 클럽, 카지노, 마사지샵 등의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캄보디아 역시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은 이유가 턱없이 부족한 검사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태국에서는 최근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를 유지하면서 3일부터 식당, 시장, 골프장, 미용실 등의 영업 재개를 허용했으며, 주류 판매도 다시 이뤄진다. 그러나 3일 신규 확진자가 3명이라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남부 얄라주(州)에서 40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히며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필리핀은 오는 15일까지 봉쇄령을 연장한 메트로 마닐라와 중부 세부주(州), 남부 다바오시 등 8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저강도 사회적 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나, 최근에도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는 12일부터 가내 제빵업이나 이발소, 세탁업소 등의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