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어떻게 먹는지 모르는 낯선 식품 사지 않아
교민마트·신유통 채널 먼저 공략해야… ‘배달’도 유망
수출 시 제품등록은 필수… 품목별로 관할 기관 달라
베트남 수입 식품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1차 농수산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가공식품 수입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서 해외 식품류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8월 19일 서울푸드 연계 ‘生生 세계식품시장 르포’에서는 이러한 베트남 식품시장을 조명한 웨비나를 진행했다. KOTRA의 김관묵 호치민 무역관 관장이 기조발표와 사회를 맡았으며, 박일상 aT 호치민 지사장, 김기현 C&C 대표, 박주희 호치민 무역관 관세사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들은 “베트남 식품 시장에 이미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어 포화상태라는 목소리가 있으나 10년 전부터 이런 소리는 나왔고, 시장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앞으로 얼마나 밀접해지고, 양국이 얼마나 소통하느냐에 따라 발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먼저 유망 품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일상 aT 호치민 지사장은 “식품 수출에는 식습관, 식문화의 차이가 큰 영향을 준다”면서 “어떻게 먹는지 모르는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드물고, 같은 품목이라도 국가별로 선호하는 제품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음료나 스낵류 같은 경우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소비하는 제품군이다. 다만 미국 소비자들은 대체로 알갱이가 들어있는 음료를 싫어하고, 베트남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다. 이런 차이를 알아야 한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쌀이 익숙한 국가다. 쌀 과자나 쌀음료 등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향후에도 쌀음료와 두유 등의 대베트남 수출이 기대된다.
신선농산물의 경우 한국은 현재 배, 딸기, 포도, 사과, 감 다섯 품목만 베트남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딸기는 한국산이 당도가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베트남뿐 아니라 어느 국가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포도는 씨가 없고 당도가 높으며, 3개월 정도 보관이 가능한 샤인머스켓 품종이 베트남 고소득층에게 인기다. 한국 내에서도 인기를 끌며 재배 면적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과일 특성상 1년차, 2년차, 3년차에 재배 가능한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이 두 품목은 꾸준히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단감도 전망이 나쁘지 않다.
김기현 C&C 대표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 대표는 “외국인한테 자국의 식품을 팔 때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 판매가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라면, 아이스크림, 음료처럼 전 세계가 공통으로 소비하는 것이 해외진출 시 유리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경우 현지 교민마트가 발달해 현지인도 교민마트에서 제품을 구매하곤 하는데, 다양한 제품이 그곳에서 소비되다가 자연스럽게 현지에 스며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첫 진출 시 교민마트를 공략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베트남에 대한 편견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탄산음료 소비가 많을 것이라 함부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베트남 소비자들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 당도가 지나치게 높지 않은 제품을 선호한다.
◇한국 식품 믿고 먹는 베트남 소비자들 = 다음으로 김관묵 호치민 무역관 관장은 18세 이상 베트남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한국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응답자의 42%는 한식이 떠오른다고 답했으며, 28%는 김치를, 21%는 K-팝을, 11%는 드라마를 떠올렸다. 한국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대부분 “드라마나 예능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돼 호기심에 구매한다”고 답했다. 김 관장은 “앞으로 한국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할 때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엿볼 수 있는 자료”라고 풀이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설문에는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품질을 신뢰하도록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박일상 aT 호치민 지사장은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에 대해 가격은 비싸지만 ‘안전하다, 품질이 좋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베트남 소비자들 머릿속에 한국 식품은 포지셔닝이 굉장히 잘 돼있다”며 “한국 포도를 들여올 때에도 베트남어로 번역해 가져오는 것보다 한국어가 적혀 있는 박스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을 더 선호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기현 C&C 대표는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이 낮을 때는 한국 제품에 관심이 적었지만, 현재는 베트남이 세계 경제에 편입됨에 따라 소득수준이 높아져 한국 제품을 많이 구매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대표적인 한류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실제 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짚었다.
◇베트남 사람들의 음식 취향 = 한국인들이 대체로 매운 맛을 좋아하는 것처럼 베트남 사람들은 달고 짠 음식을 좋아한다고 박 지사장은 말한다. 육류 같은 경우도 한국과 조금 다르다. 한국 사람들은 연한 부분을 좋아하는 반면 베트남인들은 질긴 고기를 좋아한다.
김 대표는 베트남 소비자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제품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는다고 소개했다. 중국 제품의 베트남 진출이 쉽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다음으로 하노이 등 북부지방의 경우 지인들의 추천, 입소문이 큰 영향을 미치고, 호치민 등 남부지방에선 광고가 구매 여부를 결정짓는다.
◇단순히 점포 많다고 전통 유통채널에 첫 발 내디뎌선 안 돼 = 베트남 인구는 9600만 명 정도다. 이 중 6300만 명 정도가 도시가 아닌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통 시장과 같은 유통채널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편의점, 대형마트 등 현대식 유통채널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어떤 채널을 활용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야 할까.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재래시장이나 잡화점 등 구 유통채널이 전체의 70%를, 편의점, 대형마트 등 신유통 채널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C&C의 ‘아침햇살’은 현재 5000개 정도 되는 신유통 채널에서 거의 대부분 판매하고 있다. 구유통 채널 20만 개 중 납품하는 점포는 2만 개가 채 안 된다. 그는 “신유통 채널에 비해 구유통 채널에서 비즈니스 하기가 더 어렵다”며 “수입제품의 경우 신유통 채널에서 먼저 판매하다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 ‘탑다운’ 방식으로 구유통 채널에 진입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박 지사장은 “한인 교포 시장을 시작으로 중국 교포 시장, 현지마켓 순으로 진출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시 제품등록은 필수 = 박주희 호치민 무역관 관세사는 대베트남 식품 수출 시 꼭 알아야 할 제품등록 절차를 소개했다. 베트남으로 식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제품등록이 필수다. 유의할 점은 식품의 종류에 따라 등록해야 하는 기관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가공식품은 보건부, 과일, 야채, 어류, 육류 등 신선식품은 농업농촌개발부, 알코올이나 음료 등은 무역산업부 소관이다. 수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이 서류를 준비해 넘기면 현지 유통자가 각 기관에 등록할 수 있다. 신선식품의 경우 모든 품목을 수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농림축한검역본부 홈페이지에서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베트남은 식품 수입 관세를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까지 대체로 높게 책정한 편이다. 우리 기업들은 한-아세안FTA나 한-베트남FTA를 활용해 이를 줄이거나 피할 수 있다. 두 FTA 중 각 기업의 제품에 유리한 FTA를 선택해 그에 맞는 원산지증명서를 발급·제출하면 된다. 이때, 한-아세안FTA의 경우 한국과 다수의 아세안 기업이 체결한 FTA기 때문에 일부 HS코드에선 한국을 관세 면제·감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두 FTA 모두 원산지증명서 원본을 제출해야만 수입자가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웨비나를 마치며 박일상 aT 호치민 지사장은 우리 기업들에게 “베트남 바이어를 만날 땐 준비를 성급히 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많이 해오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전시회에 참가할 때도 마음을 너무 급하게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도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바이어들은 같은 전시회에 매년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 중 대부분은 해외 기업을 본 첫 해에 ‘저런 기업이 있네’, 두 번째 해에 ‘저 기업이 또 참가했구나’ 생각만 하고 그친다. 세 번째 해가 돼서야 ‘저 업체가 괜찮은가보다’하고 마음을 열고 거래한다. 그는 “성급하지 않은 태도가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비결”이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민유정 wtrade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