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섭 KOTRA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 겸 하노이 무역관장
"베트남은 지금도 기회의 땅… 커지는 소비시장 노려볼 만"
“베트남은 지금도 기회의 땅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한국인과 한국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종섭 KOTRA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 겸 하노이 무역관장은 한국에서 베트남에 대한 일부 잘못된 정보와 오해가 전파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KOTRA 하노이 무역관에서 이 본부장을 만나 최근 베트남 경제 현황과 비즈니스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하노이에는 언제 부임했나.
2020년 8월 1일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 겸 하노이 무역관장으로 부임했다.
입사 후 1998년 첫 해외 근무지가 호치민이었다. 그리고 지금 마지막 해외 근무지가 하노이인 셈이다.
- 24년 전과 지금의 베트남을 비교한다면.
베트남은 24년 전에도 기회의 땅이었고, 지금도 기회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베트남에 왔을 당시 베트남은 미국의 적성국이어서 MFN(최혜국 대우)이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 그 때 이미 베트남의 미래를 보고 진출한 한국기업이 약 500개 정도 있었다.
이후 2002년 미-베트남 무역협정이 발효되고 미국으로부터 MFN 적용을 받게 되면서 한국기업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그리고 2016~17년 무렵 중국의 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2차로 베트남 붐이 일었다.
지금 베트남 전체에 한국기업 약 9000여 개가 활동하고 있다.
- 어떤 면에서 지금도 기회의 땅인가.
베트남은 정부에서 적절하게 최저임금을 통제하고 있고, 향후에도 당분간 이런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제조기지로서 매력이 적어도 향후 10년 정도는 지속될 것이다.
그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소비시장으로서의 베트남이다. 베트남인들의 소득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저가 중심의 시장이 점진적으로 중고가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소비시장의 고급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새로운 진입도 늘고 있는데, 이들은 노동력의 원천이며 동시에 소비시장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유행에 민감하며 브랜드 제품에 대한 소비지향성도 높다.
이곳에서 한류의 영향도 막강한데, KOTRA에서는 오는 10월 대규모 한류전시회를 현지에서 열 계획이다.
- 한국 언론에서 베트남도 임금상승 등으로 매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기업들이 떠나고 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베트남을 떠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와전된 것으로 안다. 내가 알기론 사실과 다르다. 공식적으로 떠났거나 떠나겠다는 기업을 본 적이 없다.
몇 년 전 미얀마가 생산 및 제조기지로 떠오른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당시에도 베트남에 있는 기업이 미얀마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진출한 기업이 추가 투자할 때 미얀마를 고려한다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미얀마로의 생산기지 이전 얘기도 사라졌다.
- 이와 관련한 베트남 정부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베트남은 여전히 글로벌 제조기지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집약 업종의 투자진출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인센티브도 약하고, 투자진출 지역도 가능하면 지방으로 보내려고 한다.
대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나 하이테크 기업은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한다. 그런 요구를 많이 받는다.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도 많이 준다.
- 한국기업들의 진출 현황은 어떤가.
남부 북부 합쳐 약 9000개사 정도다. 아무래도 제조업이 약 80%가량 된다. 서비스업이 10%, 무역업이 5%, 기타 5% 정도다.
- 베트남 소비시장을 겨냥한 진출은 늘고 있나.
현재까지 소비시장 진출은 현재는 식품과 화장품이 중심이다.
화장품은 이미 많이 진출했고 식품은 최근 한인이 운영하는 케이마켓(KMARKET)을 통해 신선농산물과 각종 가공식품이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성공모델이 있다면.
대표적인 곳이 오리온이다. 한국에서처럼 베트남에서도 일반 가정집이나 사당에서 제사를 지낼 때 음식을 놓게 되는데, 이 제사음식으로 항상 초코파이가 들어간다. 최근 10여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 오리온 덕분이다.
오리온은 현지화를 잘 했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가 쌀과자 ‘안(AN)’이다. 베트남에만 있는 브랜드다. 베트남 쌀과 베트남인들이 좋아하는 향을 넣어서 만들었고 그 결과 토종기업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오리온의 진짜 성공 비결은 모범적인 소외된 지역과의 상생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오리온은 감자가 원료로 들어가는 제품들이 많은데, 현지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조달한다. 여기에는 스토리가 있다.
초기에 베트남 감자를 쓰려다 안 맞아서 고민하다 연구개발 통해 현지에 맞는 씨감자 개발해 보급했다. 이후 달랏이라는 고산지대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현지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고 개발된 품종을 감자농민들에게 보급했을 뿐 아니라 계약재배를 통해 원료를 조달하면서 현지인들의 소득 향상에 기여했다.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현지인들 사이에 호의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단순한 임금 따먹기식 진출이나 수출 전초기지로만 이용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 베트남에 투자진출하려는 한국기업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면.
앞서 얘기한 대로 제조기지나 소비시장으로서 베트남의 역할과 매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여기서도 베트남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기업들을 대체할 것이다. 또 임금상승 등으로 제조기지 매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진출 초기부터 이런 상황을 잘 감안해 전략적으로 투자하길 바란다.
- 하노이무역관에는 몇 명이 근무하나.
관장인 나를 포함해 본사에서 온 직원들이 10명 있고, 현지 채용인력이 29명 있다. 이렇게 약 40명이 상근 직원이다.
현지 채용인력 중 10명 정도는 한국인이고, 나머지는 베트남인들이다.
전시회나 기타 행사가 있을 때 단기적으로 30~40명 추가로 채용하므로 많을 땐 70~80명이 일한다.
-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해외무역관의 고유 업무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고객(한국 중소·중견기업)의 해외마케팅 지원 활동, 예컨대 전시회 참가 지원, 무역사절단 지원, 중소기업 지사화 역할 같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보조사다. KOTRA 홈페이지 해외시장뉴스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전파한다.
이와 관련해 내가 부임한 이후 <월간베트남비즈니스뉴스>라는 50~60페이지 정도의 정보지를 매월 PDF로 발간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게 메일로 발송한다.
한국의 본사와 지방지원단, 지방자치단체에도 보낸다. 발송처가 대략 1만 곳이 넘는다. 베트남의 미발표 프로젝트 같은 것도 입수해 간략히 소개하는 등 콘텐츠가 괜찮아서인지 인기가 있다.
또 투자진출지원센터에 베트남 현지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을 채용(연간 계약)해서 베트남에 진출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일도 한다.
이밖에 현지진출 기업들의 요청사항이나 본사에서 내려온 과업 등도 수행한다. 현지에서 채용박람회를 개최해 진출기업들의 인력채용을 지원하는 동시에 한국 청년들의 취업 지원도 한다.
- 아시아대양주지역본부장이면서 무역관장을 겸임하면 업무가 많을 것 같다.
하는 일의 80% 이상이 무역관장으로서 업무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많다.
지역본부장으로서 15개 무역관을 관할하지만, 각 무역관의 업무는 관장들이 맡는다.
본부장으로서 하는 일은 아세안 및 오세아니아 지역에 대한 전략수립, 사업목표 부여 및 조정, 평가, 2개 이상의 무역관이 공동으로 수행해야 할 사업개발이라든지, 무역관끼리 협력이 필요한 업무 등을 조정하거나 간여하는 것이다. 이때도 전체 무역관의 전체 무역관의 의견을 구해 전략을 수립하고 조정하고 총괄하는 정도다.
- 베트남의 코로나19 상황은 어떤가.
작년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와 문제가 심각했다. 당국의 지침에 따라 삼성전자와 협력업체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기숙사나 공장 내 임시텐트에서 숙식을 제공하며 일을 해야 했다. 공장가동률이 50%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당시 고향으로 돌아간 많은 근로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지금도 공단 쪽에 가 보면 구인공고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코로나19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 오토바이 배달이나 유튜버 등으로 ‘전업’한 경우도 많다. 많은 기업들이 인력난을 호소한다.
현재 베트남은 코로나19 규제가 대부분 사라졌다. 확진자 수 발표도 없다. 해외에서 입국할 때 방역증명서 같은 것도 필요 없다.
관광과 제조 등 산업활동이 정상화되면서 7%대로 성장률이 회복됐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경제, 사회활동 등이 대략 80~90% 회복됐다.
-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은.
여기도 물가가 엄청 올랐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60~70%나 올라 오토바이를 타는 시민들 부담이 크다. 식품 등 대부분의 물가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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