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크게 북부, 중부, 남부 세 지역으로 구분된다. 이 중 북부는 서북부, 동북부 및 홍강 삼각주 등 세 곳으로 나뉘며 특히 홍강 삼각주에는 수도 하노이, 공업 및 항구도시 하이퐁 등 2개 중앙 직할시가 포함돼 있다. 베트남 북부는 최근 몇 년간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이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현지 부동산 컨설팅 전문기업은 이 지역이 글로벌 공장의 ‘확장 팔’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프라적 이점=베트남 수도 하노이와 북부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13개이며 길이는 895.8km에 이른다. 또한 북부지역 내 주요 철도는 6개로, 전체 국토 연결망으로서 산업단지, 공항, 해안, 국경지대 및 주요 교통 허브를 연결해준다.
북부지역은 2017~21년 타 지역 대비 수출 운송 증가율이 154%로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베트남항만협회에 따르면 꽝닌, 딩부, 하이퐁 등 주요 3개 항만을 포함해 북부지방 전체에서 총 200만 TEU 이상의 컨테이너가 통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작년 11월 하이퐁항은 최대 14만5000DWT(선박이 운반할 수 있는 중량)에 달하는 선박을 최초로 입항시키는 데 성공했다. 해당 선박은 길이 335m, 폭 51m, 선적 용량 1만3458TEU로, 베트남과 미국 서부 해안 사이를 운항하는 완하이라인의 탐사선이다.
베트남 북부지역에는 도로, 철도, 항만 이외에도 내륙수로 운송망이 존재한다. 내륙수로 운송망은 남북고속도로 및 남북선 운송량 과부하 방지를 위해 일반 소비재의 대량 운송에 활용되며 비교적 저렴한 운송비용이 강점이다. 주요 내륙 수로망에는 4개의 수로가 있다.
북부지방은 또한 노이바이, 번돈, 깟비, 토쑤언, 빈, 디엔비엔 공항 등 견실한 항공운송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중 노이바이국제공항에는 연간 운송 용량이 40만3000톤인 화물 터미널이 있다. 나머지 공항들은 여객 수송량 증가 및 직항 노선 운항을 통해 베트남 여행객 및 투자자 증가 여건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은 국내 전체 항공 화물 수송량 중 절반 가량을 담당하며 이는 호치민 떤썬녓국제공항을 통해 수송되는 물량보다 3배 많은 수치다. 항공 화물은 주로 전자, 반도체 산업 및 첨단 기술 제품이 엄격한 운송 요건을 충족해야 할 때 많이 이용된다.
노이바이국제공항은 3개 화물 창고 및 66개 화물 항공사 취항을 특장점으로 하는 공항이다. 특히 66개 항공사 취항은 세계 최대 중 하나로, 99개가 취항 중인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비교된다.
▶글로벌 전자기업들의 초기 투자=파나소닉(1971년), LG디스플레이(1995년), 캐논(2001년), 폭스콘(2007년), 삼성(2008년), 후지제록스(2013년) 등 세계적인 전자제품 기업들이 일찌감치 베트남 북부 산업단지에 투자했으며 최근에는 페가트론, 고어텍, 진코솔라 등이 투자하고 있다.
전자제품 업체들의 동시다발적 상륙은 부자재 및 부품 생산 기업의 유입으로 이어졌다. 작년까지 베트남 내 협력 업체 수는 삼성의 1, 2차 협력 업체를 포함해 총 250개이며 이 중 1차 협력업체는 52개다. 이는 2014년의 4개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약 60%는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작년 6월까지 삼성은 기존에 계획한 금액의 28배인 200억 달러 이상을 베트남에 투자했다. 인텔은 고도 복합 기술 달성을 위해 작년 1월 5세대 이동통신(5G) 제품 및 10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제조에 4억7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FPT반도체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진출을 위해 베트남 북부에 의료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최초 가동해 올해까지 일본, 중국, 미국 등 전 세계 2500만 개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 최초의 글로벌 스마트 전기차 업체 빈패스트와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솔루션 기업 인피니온테크놀로지AG는 전기차에 초점을 맞춘 공동역량센터 건설을 위한 파트너십 확대를 발표했다.
▶중국을 잇는 경제회랑=베트남 북부와 이어지는 곳은 상하이, 홍콩, 선전, 푸젠, 광둥 등 중국 중남반도 경제회랑이다. 경제회랑은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연선국가들과 중국을 철도, 도로, 송유관 등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중 중남반도 경제회랑은 제조업, 바이오케미칼, 전자상거래, 전자제품 관련 대기업 본사가 다수 위치한 지역이다.
글로벌 부동산 기업 쿠시먼앤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이 지역은 2021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을 차지했으며 투자자본 유치 및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북부지방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과 직접 연결되는 육로, 해상운송 루트, 철도 등을 보유하고 있어 지역 생산 확대를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유리하다. 또한 일찍이 베트남 북부 산업용지 시장도 함께 형성돼 공장 확장을 희망하는 중국 및 대만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부동산이 제공되고 있다.
▶산업용지 부동산 공급 동향=FDI 유입 및 성숙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베트남 북부지방은 투자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전체 시장에서 산업용지 총 누계 공급량은 푹디엔 산업단지의 신규 확장으로 1만3600헥타르에 달한다. 작년 3분기 토지 임대료는 직전 분기 대비 2% 상승한 제곱미터당 111달러였으며 입주율은 80%를 넘었다. 쿠시먼에 따르면 향후 하이즈엉, 흥옌, 박장 및 박닌 등에 신흥 제조업 중심지를 위한 산업용지 1만7000헥타르가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즉시 가동 가능한 공장(RBF) 흡수율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86%를 기록해 신규 공급 면적 253.4헥타르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반면, 즉시 이용 가능 창고(RBW)의 경우 181.8헥타르로 9.3% 증가했으며 흡수율은 직전 분기 대비 2% 증가 및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78%를 각각 기록했다. 공장 및 창고 평균 임대료는 제곱미터당 월 4.6달러와 4.5달러였다.
▶우리 기업 시사점=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공급망 재편 시도가 이루어지면서 베트남 북부지역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저렴한 인건비 등을 내세워 생산공장 역할에 그쳤다면 포스트코로나, 탈중국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기존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 시도 속에 새로운 공급망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북부지역 역시 발 빠르고 유리한 공급 및 생산 조건과 매력적인 투자정책을 제시하며 전자제품 생산 중심지는 물론 글로벌 공장의 ‘확장 팔’(Extension arm)로 발돋움하고 있다. 다만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진출 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으나 수요 증가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 추이 역시 주목해야 한다. 베트남에 공장 건설 및 임대를 통해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부지 임대, 생산, 운반 등 단기 비용과 장기 투자가치부터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KOTRA 무역관과 만난 쿠시먼앤웨이크필드 베트남 법인의 짱 부이 파트장은 “베트남 북부는 삼성, LG디스플레이, 현대 등 이미 많은 한국 기업들의 제조공장이 진출해 있다. 또한 각 성은 투자 관련 공장 임대 및 인허가 관련 혜택을 다수 제공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섬유 및 소비재 산업이 강세인 남부와 달리 북부는 전자제품 생산 중심지 및 글로벌 제조업 기지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정책 이후 많은 기업이 베트남 진출을 희망한다는 점에서 장기적 투자가치와 진출 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OTRA 하노이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