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섬유봉제업 불황 탈출 대책

kimswed 2024.02.29 06:59 조회 수 : 6558

2022년 하반기부터 위기를 맞은 베트남 섬유봉제산업은 작년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업계는 조업일수 단축, 공장 가동 제한 등으로 맞서고 있지만 어려움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작년에도 ‘흐림’=베트남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4월 원단 생산에 사용되는 원사 수입은 6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의 섬유직물 제품 수출은 97억2000만 달러로 18.1% 줄었다. 또한 베트남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직물의류 제조부문의 산업생산지수(IIP)가 94를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6p 하락했다.
 
베트남 섬유의류협회(VITAS)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글로벌 수요가 회복하지 못함에 따라 전체 수출이 작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신규 주문량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베트남 제조업 전망을 보여주는 구매자관리지수(PMI)도 5월 45.3포인트를 기록해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미·중·유럽연합(EU)의 영향=올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1%로 꾸준히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인식과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도 69.5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심리가 회복되더라도 신규 주문이 생산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하반기부터 문제가 됐던 미국 내 높은 재고율은 수요처의 신규 주문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유통채널 사이에 저가 의류의 지나친 재고 현상이 점차 해소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보수적인 입장이어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실제로 미국의 대형 유통망 월마트는 실적 발표에서 “전반적인 재고 수준은 작년과 비슷하지만 의류 부문은 조정이 더 필요하다”고 업급했다. 또한 노스페이스, 반스, 팀버랜드 등의 모기업인 VF와 나이키, 아디다스 등 주요 브랜드도 여전히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리오프닝은 베트남 섬유봉제업계에 양날의 검이다. 베트남은 중국에 대한 주요 원사 공급국이자 최대 수출시장이다. 베트남의 유가증권 중개회사 VN다이렉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리오프닝은 베트남의 원사 공급을 개선하면서 가격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베트남 섬유봉제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이 베트남 원사 수출의 48%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기 때문이다. VN다이렉트는 “중국이 경제를 완전히 재개하면 하반기부터 베트남의 원사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의 리오프닝은 베트남 섬유봉제산업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다시 등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VN다이렉트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의류 시장에서 중국은 25.7%의 점유율을 보였고 베트남은 14.9%로 그 다음이었다. 
 
또한 EU 통계국 유로스탯에 따르면 2021년 EU 의류 부문에서 중국은 12.8%를 점유했지만 베트남은 1.8%에 그쳤다. 이처럼 중국은 베트남 섬유봉제산업의 가장 큰 조력자이자 경쟁자다.
 
팬데믹, 에너지 대란,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복합 위기를 겪으면서 유럽 소비자들은 저렴하면서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아직 유럽이 원하는 생산 환경을 갖추지 못해 베트남산 봉제 제품의 시장 점유율 감소가 예상된다.
 
EU 집행위원회는 2022년 2월 공급망실사지침(CSDD) 초안을 공개했다. 이는 EU 회원국의 주문을 받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요건을 의무화하는 조치로, 베트남 섬유봉제업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실사법 적용 시 베트남 내 한국 기업에게도 유럽 수요처의 ESG 관련 정보 요구가 예상되며 ESG 관련 요건이 공급처 선정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은 그간 EU에 제품을 수출할 때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통해 무관세 또는 낮은 세율을 적용받다가 올해부터 베트남이 이 대상에서 제외돼 수출 차질이 우려됐다. 하지만 EVFTA(EU-베트남 자유무역협정)를 이용하면 GSP와 비슷한 수준의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입비용의 증가=베트남은 정부 주도로 최저임금이 매년 5~7% 상승했다. 2022년 베트남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12%로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블룸버그의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지난해 실질 임금 상승률이 4%로, 국가별 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결국 생산 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쳐 글로벌 시장에서 베트남 봉제 제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2022년부터 지속된 원자재 공급망 불안도 베트남 제품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섬유봉제산업에 필요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공급망이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중국은 더 이상 안전한 공급망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중국 의존도 낮추기=베트남은 섬유와 의류 수출에서 세계 3위를 자랑하지만 원단, 면과 같은 주요 원자재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인건비 상승, 물류 차질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 원자재 가격과 공급 불확실성이 상승한다. 
 
이에 따라 베트남 섬유의류협회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30 베트남 섬유의류산업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은 크게 네 가지인데 고부가가치 전환, 환경보호 및 지속 가능한 발전 추구, 숙련 노동자 육성, 해외투자 유치가 그것이다. 
 
또한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 원자재의 현지화율을 2030년까지 70%로 높일 계획이다. 
 
작년 12월에는 정부가 ‘2035년 섬유의류산업 비전’을 발표했는데 섬유봉제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발전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아세안섬유산업연맹(AFTEX)은 지난 6월 정기 회의를 갖고 역내 섬유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공급망, 친환경 생산 등에 대한 역내 연결성을 높여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산업 발전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업계 대응과 시사점=글로벌 경기 침체와 신규 주문 감소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베트남 소재 섬유봉제 업체들도 투입비용을 줄여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업일수 감축인데 베트남은 주 6일 근무가 기본이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현재 주 5일만 공장을 운영하고 일부 공장은 4일 생산도 고려 중이다. 
 
업계는 현 상황이 장기화하면 근로자 이탈이 불가피해 주문이 늘 경우 즉각적인 생산량 회복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일부 신발 업체는 신규 주문 감소 장기화로 조업일수 감축만으로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호치민시 인근의 봉제업체 관계자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근로자의 이탈을 막으려면 더 이상의 생산 감축은 힘들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숙련 기술자를 양성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위주로 생산하고 있다. 또한 노사 합의로 공휴일에 연차휴가를 붙여 사용해 공장 가동시간을 탄력적으로 가져가는 식으로 근무일수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KOTRA 호치민 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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