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생활

kimswed 2009.02.10 08:01 조회 수 : 1721 추천:370





가족을 데리고 호치민 시내 동물원 옆 레지던스로 이사를 들어갔다. 한 달에 며칠 정도, 1주일도 채 못 되게, 베트남에 있었지만 원래 레지던스 사업에 관심이 있어 호치민에 있는 거의 모든 레지던스에 살아봤는데 여기는 유난히 일본인이 많다. 일본인들은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불쌍할 정도로 조용하고 예의 바르다. 장관, 대사가 참석하는 공식 석상이나, 사석이나 싹싹하고 조용하다.

동경이나 서울에서도 일본인들은 마찬가지로 예의가 바르고 매너가 좋아, 조상들은 나쁜 짓 많이 했지만, 사람들 매너는 좋은 줄 알았다. 사실 북미나 유럽에서는 한국인은 중국인과는 못 그러는데, 일본인과는 역사적인 이유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친하게 지낸다.

그런데 이 베트남에 와 있는 일본인들 중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내가 겪은 일부 일본인들은 영 아니다. 되지도 않는 영어로 베트남 직원에 막 하는데, 이 베트남인은 영어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이런 일부 일본 아줌마보다는 영어가 훨씬 낫고, 얼핏 들어도 잘못한 건 일본 아줌마였다. 태국에서 일본인들의 이런 행동을 보고 태국이 예외인줄 알았는데 동남아 등 후진국에서는 다 이런다면 곤란하다. 우리야 어디를 가나 상대방 안 가리고 기 안 죽으며, 매너 없으니 우리는 최소한 일관성은 있고 사람 차별은 안 하지만…

원래 일본인들은 백인들에게 뿌리 깊은 열등의식이 있다. 동경에 가 일본어로 길 물어 보면 도와는 주지만, 좀 시큰둥해 하고, 영어로 물어보면 확실히, 공손하게 도와 주려고 노력 하며 호텔 등에서 문제 있으면 영어보다 한 술 더 떠 프랑스어로 따지면 확실한 대접 받는다.

프랑스 배우 알란 드롱이 원래 프랑스에서나 유럽에서는 큰 인기가 없었다. “태양은 가득히” 같은 명화에도 불구하고 알란 드롱이 미국 헐리우드 진출을 하다 실패 했기에 프랑스인은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그는 황제였다. 그가 프랑스 기자들에게 한 말이 있다. “당신들이 내가 연기 못한다 어쩐다 그러며 우습게 보지만 나는 아프리카와 일본에서는 신의 경지에 가 있는 사람이다”.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베트남이라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쵸콜렡(chocolate)을 소콜라(socola)라 하는데 이는 프랑스어로는 쵸콜렡(chocolate)이 쇼콜라(chocolat)로 발음이 되기 때문인 것 같다. 베트남어로도 잘 생긴 남자는 “알란 드롱 같다”로 표현 된다 한다. “태양은 가득히”의 프랑스어 원제는 “Plein Soleil”로 영역하면 “Full Sun”인데 한글 번역이 원제보다 훨씬 낫다. 제목이 영어로는 영 아니라 이 영화가 미국으로 들어 갔을 때는 “Full Sun” 대신 “Purple Noon (보라색 정오)”가 되었는데 정말 재미 있는 건 이 영화는 영국 소설 “A Talented Mr Ripley”이 원제다. 따라서 리메이크 되었을 때는 “A Talented Mr Ripley”라는 제목을 썼다.
  
캐나다는 원체 많은 인종이 섞여있기에 거기서 정치를 하고 선거를 치루려면 여러 언어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따라서 관동어, 북경어, 일어도 배워보았고 독어나 불어는 학교에서 배웠고 해 여러 언어를 해 봤지만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다. 영어가 세계평정을 하기 전에는 프랑스 빠리에 가 영어로 길을 물어보면 대답도 안하고 가버리는데 그건 양반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마르세이 등을 가 영어로 길을 물어보면 아주 친절하게 정반대 방향으로 가르쳐주기에…. 즉 광화문에서 분당 가는 길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일산 가는 길을 가르쳐 준다는 얘기가 되겠다. 하지만 이제는 빠리건 베를린이건 마드리드건 전세계 어디를 가나 영어면 된다.

베트남에서 많이 들리는 싱가폴 영어는 영어가 아니다. 아마 영미인들이 하도 나쁜 짓을 하고 다니고 영어 때문에 설움 받은 사람들이 많아 그 영어에 대한 저주가 싱글리쉬 (싱가폴 잉글리쉬) 라는 희한한 말로 환생한 것 같다. 싱가폴 영어 할 바에는 영어 안 하는 게 낫다면 너무 심한 얘기가 될지 몰라도 싱글리쉬는 정말 받아 들이기 어렵다.

아이들에게 영어 외 다른 외국어를 가르칠 때 흔히들 얘기하는 중국어나 일어 또 프랑스어나 독어 경우 당연히 외국어는 많이 하면 할수록 좋지만 중국어는 중국인과 말을 할 때만 그 언어를 쓸 수 있으며 그건 프랑스어, 일어, 독어도 마찬가지이다. 장사나 아니면 외교건 뭐건 언어의 우위성이 무척 중요하며 어차피 영어는 배워야 하니 중국인과는 중국어보다는 영어를 해야 안 밀리며 주도를 잡을 수 있고 이 논리는 일본인, 독일인, 프랑스인과 대화 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제2외국어에 얼마나 노력을 할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삼국지를 한문으로 읽고 오페라를 이태리어로 듣고 일어로 하이쿠를 쓴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 대가가 작지 않아 기회가 된다면 차라리 거의 전 남미에서 통하는 스페인어나 베트남어, 몽고어 등 특정 국가 언어를 배우는 게 남는 장사 아닐까 싶다.


한국 주식은 모르겠지만 베트남 주식은 지금부터 600선 정도 까지는 무난히 올라갈 것으로 분석이 나오고 있으니 살 때로 보인다. 원래 여기 주식은 유동성이 적어 오를 때는 사기가 어렵다. 어떤 주식을 살지 고르는 것도 만만치 않으니 펀드식으로 파는 베트남 내부의 뮤츄얼펀드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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