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라떼

kimswed 2009.07.26 08:19 조회 수 : 1781 추천:419



카푸치노와 카페라떼


골프 카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떤 커피를 드시겠습니까? 저는 이런 한가한 오후에는 밀크가 들어가 있는 카페라떼가 좋습니다.
사실은 그와 맛이 비슷하지만 보다 풍성하고 깊은 맛을 내는 카푸치노가 좋은데, 베트남에서 카푸치노를 제대로 만드는 곳이 없더군요. 그래서 카페라떼로 대신합니다.

그러나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엄연히 다릅니다. 우선 카푸치노에 들어가는 커피는 일반 커피보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씁니다. 그리고 우유를 뜨거운 김으로 쏴서 데운 후 커피 위에 붓는데 이때 거품이 적당히 함께 덮여야 합니다. 여기에 카푸치노를 제대로 만드는 기술이 숨겨져 있습니다. 적당한 온도를 내서 알맞은 거품을 내는 것 말입니다. 우유를 커피에 부을 때 처음에는 우유가 나오지만 나중에는 거품이 흘러 마지막 장식을 해주는 고도의 기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거품이 가만히 가라앉은 후 코코넛 가루나 초콜릿 액으로 예쁜 모양을 만드는데, 우유와 커피가 억지로 섞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어 커피 맛을 깊게 느낄 수 있는 반면 카페라떼는 에스프레소 커피 1에 더운 우유 2를 넣어 젓는 것으로 별다른 기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카페라떼는 만들기는 쉽고 얼핏 혀에 닿는 맛은 비슷하지만 커피의 깊은 맛을 그대로 살리고 외관상으로도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카푸치노와는 근본이 다른 커피입니다. 카페라떼와는 달리 카푸치노는 일반인들이 그냥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커피가 아닙니다.

이 두 가지 커피가 비슷한 맛을 내는 것 같지만 본질이 다른 커피인 것처럼 골프 역시 보이는 것과 드러나는 것은 많은 차이가 납니다.
즉, 보이는 실력은 비슷한 것 같은데 드러나는 골프 스코어는 확연히 다른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싱글 골퍼 정도가 되면 핸디 갭이 9이나 3이나 거의 비슷한 실력처럼 보입니다. 샷도 나무랄 것이 없고 어프로치나 퍼트 역시 그리 수준 차이가 보이지 않는데 정작 같이 골프를 쳐보면 그 기량의 차이를 현격하게 느끼게 됩니다. 일반 싱글 골퍼 (핸디 9-7 정도)와 5이하의 일급 싱글 골퍼와는 고등학생과 실업 팀의 차이와 같습니다. 생각보다 차이가 큽니다. 오늘은 왜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한번 함께 연구해보고 그 차이를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죠.

골프라는 게임은 단거리 게임이 아니라고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단시간에 승부가 나는 게임이 아닙니다. 18개 홀을 돌면서 누적된 점수로 승부를 가름하는 장거리 경기입니다.
우리가 연습장에서 스윙을 연습하는 것은 바로 달리기 주법을 연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장거리 경주에서는 달리는 주법이 완성되는 것 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장거리 경주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하여는 주법 외에 꾸준히 달리는 지구력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골프도 이와 같습니다. 골프의 스윙을 달리기의 주법으로 비유한다면 지구력은 스윙의 일관성을 의미하겠고 강한 정신력은 골프에서 필요한 마인드 콘트롤로 비견될 수 있습니다.

바로 장거리에서 필요한 이런 점들이 골퍼의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그냥 싱글 골퍼와 특급 싱글 골퍼와 스윙을 단순 비교하자면 그리 차이가 없습니다. 즉 주법상의 차이는 없다는 말이죠. 그러나 지구력, 즉 스윙의 일관성에는 차이가 납니다. 한 샷의 차이는 없지만 여러 샷을 하면서 약간의 차이들이 조금씩 간격을 벌리는 것입니다. 세 번의 샷 중에 한번을 실수하는 확률을 지닌 골퍼라면 파 5홀에서 파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5번의 샷 중에 한번을 실수하는 골퍼라면 파 5에서는 버디를 노리고, 못하면 파를 기록하는 상황이니 18홀 중 4개가 있는 파 5홀에서 3-4타는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일관된 스윙을 하는 골퍼라는 것은 장거리 달리기에 지구력을 갖춘 선수라는 의미와 같습니다. 연습장에서 샷을 해보세요 몇 개의 샷을 꾸준히 같은 거리와 방향으로 공을 보낼 수 있는지 확인해보면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연습하실 때 이런 인식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열 개의 샷을 모두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도록 연마하는 지겨운 노력이 필요합니다. 후후, 지구력 키우기가 만만치 않죠?

골프 샷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숏 어프러치 입니다. 몇 개의 구질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높이 띄워 가볍게 안착하는 구질과 짧게 띄워 강한 스핀으로 핀을 향해 덤비듯이 달리다 스핀에 의해 멈추는 구질도 상황에 따라 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차이는 바로 스코어로 드러납니다. 아무리 롱 스윙을 잘해도 매번 그린에 공을 올릴 수는 없습니다. 일급 싱글 골퍼라 해도 그린에 올리는 확률이 50%가 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다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로 그 실수를 만회하는 것이죠. 일급 싱글 골퍼가 되려면 온 그린을 못했을 때 어프로치로 파를 잡아내는 확률이 60-70%는 넘어야 합니다. 타이거 우즈는 90%에 도달한다고 하죠. 아무튼 일급 아마추어의 경우 50%의 온 그린 중 1~2 개 정도 버디를 한다고 하고 나머지 50% 즉 9개 중에 60-70%의 파를 거둔다면 보기가 3개 정도 나오겠죠. 그런 버디 1-2개와 상쇄하며 결국 1-2개의 오버 스코어를 기록하며 왕 싱글이 되는 것이죠. 수치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또 다른 조건들이 있으니 그걸 마저 살펴보도록 하죠.
골프에서 퍼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스코어 상으로 가장 확실한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 바로 퍼트입니다. 온 그린을 했을 때는 2퍼트로 막고 어프로치를 2미터 이내에 붙였을 때 확실하게 홀 인을 시키는 자신 있는 퍼트 실력이야 말로 스코어 관리의 요점입니다. 아무리 짧게 붙여도 1퍼트로 홀 아웃을 마감하지 못하면 그 강한 어프로치 실력은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니 어프로치는 퍼트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온 그린을 못하고도 파를 기록하는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어프로치와 퍼트가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만 가능합니다.
그 다음은 무엇이 남았죠? 바로 맨탈관리입니다. 코스 매니지먼트를 포함한 조건입니다.
장거리 달리기에는 항상 넘기 힘든 사점(死点)이 있습니다. 신체적으로 이미 모든 기력이 소진되어 그냥 주저 앉아버리고 싶은 순간을 의미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정신력입니다. 고갈된 신체에 새로운 기운을 넣어주는 강한 정신이 있어야만 그 사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골프에서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위기를 언젠가 한번은 만나게 되는데 이때 현명한 코스 매니지먼트가 바로 스코어의 몰락을 방지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홀에서 3 오버 파, 즉 트리플 보기를 했다고 합시다. 가만히 그 홀에서의 샷을 거꾸로 살펴보면 자신의 실수가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처음 드라이버 샷이 미스가 나서 숲으로 날았을 때 욕심을 안 부리고 가만히 페어웨이로 빼내기만 했어도 보기는 하는 건데 무리하게 좁은 나무 사이로 비치는 요염한 그린의 모습에 현혹되어 무리하게 공을 날리다 나무에 맞고 더 깊은 숲 속으로 보내던가 하여 트리플의 비극을 만들어 낸 것 아닐까요? 결국 비기너가 아닌 이상 더블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경우는 아주 짧은 거리를 놓치는 퍼트 미스거나 혹은 코스 관리 미숙으로 인한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점들, 샷의 일관성과 숏 게임 능력 그리고 코스 매니지먼트 등이 일급 싱글 골퍼와 일반적인 그냥 싱글 골퍼와의 차이입니다. 커다란 스윙이 비슷하다고 같은 골퍼가 아닙니다. 이렇게 작지만 중요한 부분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카페라떼와 카푸치노의 차이처럼 말입니다. 그저 맛이 비슷하다고 카페라떼만 마시면 커피의 깊은 맛과 멋이 담긴 카푸치노의 향기를 영원히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영원히 일급 골퍼가 못되고 허접한 싱글 골퍼의 과거를 안고 사는 저 같은 인간처럼 말입니다.  

어디 카푸치노 잘 만드는 곳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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