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국제결혼, 그 비극적 결말
요사이 베트남 현지 언론에 또 다시 한국인 중매업자가 개입된 불법 중매현장 급습사건이 대문짝하게 실려 이곳에 사는 한국교민들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고 있다. 양국 간의 우호적인 관계는 물론, 한국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이런 불미스런 일들이 언제쯤이나 근절되려나. 이번 호에는 두 나라 간의 국제결혼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때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말미암아 평생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된 어느 한국교민의 비극적인 국제결혼의 사례를 소개한다.
[사건개요]
이혼남 최철만 씨 (45세, 가명, 부산 남포동 출신), 베트남 여성 응옥 (Ngọc: 21세 가명, Tây Ninh 성 출신) 양과 결혼 후 정식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루다 다시 캄보디아로 건너가 또 다시 그곳 여성과 정식으로 결혼, 이후 양 쪽을 오가며 양다리 생활 6개월 만에 베트남 처자에게 현장이 발각되어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당할 위기에 몰려 . . .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 노총각 최철만 씨 (45세), 그는 베트남 여성 응옥 양과 결혼하기 전 이미 몽골 여성과 결혼한 전적이 있는 이혼남이었다. (당시 이 여성은 한국에 입국하여 최 씨의 비참한 주거환경을 직접 목격하고 3일만에 자해 소동을 벌여 이혼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최 씨는 국제결혼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또 다시 결혼중매업자 김 씨에게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을 부탁한다. 결국 자신의 뜻대로 중매업자를 따라 베트남으로 건너온 최 씨 (2007년 11월 경), 다음 날 10군 담생 공원 근처 모 가정집에서 응옥 양을 처음 만날 때도 “현재 수출회사에 다니며 한 달 수입이 200만원”이라고 신분을 속였다. 문제는 당시 중매업자 김 사장이 최 씨에게 “일용직 노동자라고 소개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며 대충 그런 식으로 말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남성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선택되는 것 자체가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것인 데다 한번 거부하면 ‘마담뚜'들이 다시는 맞선을 보지 못하게 하는 ‘불이익’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최 씨와의 맞선 자리에서 응옥 양 역시 “솔직히 나를 선택하고 있는 남성이 한국인인지, 대만인인지 몰랐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베트남 여성은 상대 남성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마저 갖지 못하고 있다.
어찌됐건 당일 최 씨가 고른 응옥 양은 눈이 큰 데다 피부도 상당히 하얗고 몸매도 호리호리한, 소위 한국에서는 절대로 만나기 힘든 그런 아리따운 여성이었다. 단 결점은 몸매가 왜소하다는 점. 하지만 당일 최 씨는 시종일관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는 그녀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두 사람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자 다음날 바로 담생 공원 야외 식장에서 결혼식이 거행되고, 그날 밤 10군 모 호텔 방에서 최 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첫날밤을 치렀다. 하지만 옛말에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고 일단 ‘볼 일’을 보고 나니 왠지 너무 쉽게 성사가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간 후에도 한 동안 고민하던 최 씨, 다시 중매업자 김 사장을 찾아가 “도저히 그 여인과 결혼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비용을 더 줄 터이니 일단 서류 수속과정을 중단하고 다른 여성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김 사장은 차일피일 미루며 응옥 양에게 한국에서 서류가 처리가 잘 되지 않는다고 둘러댔고, 그 사이 최 씨와 함께 캄보디아로 넘어가 누엔티 (가명 21세) 양을 소개한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했던가. 누엔티는 응옥 양에 비해 남자처럼 키가 크고 피부가 검고 우락부락한 여성이었는데 최 씨는 만나자 마자 첫 눈에 이 여성에게 반한 것이다. 며칠 후 두 사람은 결혼식을 마친 후 아예 캄보디아에서 신혼집을 차려 몇 달간 그곳에서 살았다. 하지만 차차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에서 ‘왜 저런 여자를 골랐느냐, 너무 외국인 티가 난다’는 등의 잔소리를 자주 듣게 되자 서서히 옛 처자가 생각이 났다. 이후 최 씨는 수소문해서 따이닌 성으로 응옥 양을 찾아갔다.(당시 그녀는 이미 최 씨의 아이를 가지고 있었음) 그때부터 최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양쪽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번갈아 했다.
응옥 양은 그런 식으로 이따금 씩 자신을 찾는 최 씨를 한 동안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생활비조차 주지 않는 최 씨가 야속한 생각이 들어 외삼촌을 시켜 그의 뒷조사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최 씨는 이미 캄보디아 여성과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였고 둘 사이에는 1살 된 딸까지 있었다.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며 전전하던 응옥 양을 보다 못한 식구들이 최 씨를 만나 “한국 영사관으로 찾아가 그를 혼인빙자간음죄 (피해자가 신고해야 죄가 성립하는 친고죄임) 로 고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최 씨는 1천불을 빌려 그 돈으로 위자료를 주고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다행히 응옥 양 측에서도 매달 아이의 양육비 조로 100만동 씩 보내준다는 조건으로 고소를 포기했다.
현재 프놈펜의 한인 호텔에서 지배인으로 근무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최 씨, 그는 이번 사건을 털어놓으며 다음과 같은 말로 두 여인에게 사죄를 청했다.
“아내 (캄보디아 여성)는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나의 어리석고 무지한 행동으로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에게 큰 죄를 짓게 되었다. 이 빚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든 갚겠지만 한 순간 베트남 여성의 순결을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믿음을 배반하고 다른 여성과 결혼하여 이중생활을 해온 파렴치한 행위는 용서받기 힘든 중대한 범죄였음을 고백한다. 앞으로 다시는 나와 같은 전철을 밟는 사례가 없기를 바란다.”
옛 말에 결혼은 ‘인륜지대사’라고 했고, 러시아 속담에는 ‘바다에 나갈 때는 한번 기도하고, 전쟁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하기 전에는 세 번 기도하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결혼 생활이 어렵고 신중해야 한다는 뜻. 하물며 이역만리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결혼이라면 얼마나 더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인가. 이번 사례는 정조와 결혼관에 대한 개념 자체를 상실한 한국인 신랑과 돈에 양심까지 팔아먹은 일부 악덕 결혼 중매업자의 막가파식 행동, 그리고 국제결혼에 대한 무지개빛 환상에 젖은 어리숙한 베트남 처자의 어리석음이 빚어낸 비극적인 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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