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양용은 프로가 연전불패의 타이거 우즈를 꺾고 90여 년이 넘는 전통 PGA 챔피온 쉽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돈이 없어 골프장에서 볼 보이로 시작한 그의 골프 인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고 프로선수로서의 원대한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비록 타이거 우즈가 깊은 실망의 낯 빛을 보이는 바람에 여유 있는 챔피온 퍼팅을 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타이거 우즈의 속 좁은 배려를 탓하는 듯 3미터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타이거 우즈의 마지막 퍼팅을 더욱 빛 바래게 만들었죠. 절대 지존의 고개 숙인 모습과 환호한 양용은의 모습이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골퍼의 로망은 무엇일까요? 프로 선수라면 바로 양용은과 같이 골프계의 절대 지존을 따돌리고 차지한 찬란한 우승컵에 온 열정이 담긴 뜨거운 키스를 보내는 것 아닐까요?
프로 골퍼의 로망이 은빛 우승컵에 키스를 보내는 것이라면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는 어떨까요?
아마추어 골퍼들은 어떤 로망을 품고 살고 있을까?
공연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우선 커피를 한잔 시키도록 하죠. 이곳은 골프카페이니 말입니다.
이런 로망을 주제로 얘기를 할 때는 어떤 커피가 어울릴까요?
그래, 아이리쉬 커피를 마시도록 하죠.
아이리쉬 커피를 마시기 위하여는 아이리쉬 위스크가 필요합니다. 아이리쉬 위스키는 향이 부르더워 커피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스카치 위스키를 넣어 주는 곳도 있는데 아무래도 커피 향을 죽이는 결과는 내는 것 같아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 기회에 아이리쉬 커피 만드는 법을 알려드릴 까요? 커피 한 컵에 설탕 한술을 넣고 아이리쉬 위스키를 1온스 정도 넣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거품을 낸 생크림, 휘핑 크림을 올려서 완성합니다. 영국인들 모든 음식에 술이 빠지면 안되니 커피마저 위스키를 배합하여 마시는 가 봅니다.
한국에서는 술잔 주변에 설탕을 묻혀서 바로 단맛을 느끼도록 만들기도 하죠.
로망을 품는 대화에서는 적당히 알코올이 들어간 아이리쉬 커피가 맞을 것 같아 좀 비싸긴 하지만 아이리쉬 커피를 한잔 들고 골퍼의 로망에 관해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로망.
아마도 남자들에게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장타가 로망이 될 수 있을 테고 여자들은 모르긴 해도 남들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스윙 폼을 익히는 것이 로망이 아닐 까 싶습니다.
조금 골프 역사 깊은 골퍼에게는 세계 유명 골프장 순례가 로망이 될 것이고 또 어느 비기너에게는 남들처럼 스핀이 잘 먹는 타이틀 리스트 프로 V 1 공을 맘대로 사용하는 것이 될 수도 있죠.
골프를 시작한 이상 골프의 시작인 센인트 루이스 올드코스를 한번 가보는 것은 아마도 모든 골퍼들의 공통된 로망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패블비치의 링크스 코스를 밟아보는 것인데, 그것조차 만만치 않은 꿈인 모양입니다.
홀 인원을 한번도 못한 저 같은 골퍼에게는 평생 홀인원을 하지 않는 것을 로망으로 유지하고 싶습니다. 희망이 달성되고 난 후의 허전함이 두려워서일 수 있죠.
어느 친구는 잔뜩 술에 취해 격의 없는 친구들과 짓궂은 장난을 하면서 큰 금액의 돈을 걸고 내기를 하고 싶다는 로망을 갖고 있습니다. 지갑이 비어가도 친구들에게 넘어가는 돈이니 외화유출은 아닐 테고 언젠가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기대를 가질 수도 있고 알코올 기운에 지갑이 가벼워져도 별로 개의치 않는 기분이 되지 않을 까도 싶은 게죠. 그 친구는 워낙 술을 못하는 친구라 역설적으로 그런 로망을 지니고 있는 지 모르죠.
그보다 더한 어느 친구는 사막 한가운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끝없는 골프를 치고 싶다고도 합니다. 물을 찾아 헤매면서도 공을 치고 결국 바짝 말라 타 죽어도 골프를 치다 죽으면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랍니다.
이런 경우는 거의 병자 수준의 로망이지만 일반 골퍼의 꿈은 아마도 로우 스코어를 기록하여 동반자부터 기념패를 받고 그것을 바라볼 때마다 희열의 순간을 기억하는 그런 추억의 물건을 지니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깊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골프에 대한 로망은 사실 아프리카에 심어 두고 왔습니다.
아프리카 캐냐의 캐냐 마운틴 기슭에 작은 사파리 클럽이라는 프라이빗 호텔이 있는데 십 수년 전에 일을 핑계로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남반부와 북반부를 가르는 적도 라인을 걸터앉아 자리한 이 호텔은 제가 50여 개 국을 다니며 들린 호텔 중 최고의 서비스와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윌리엄 홀덴을 비롯한 헐리우드 스타들이 자신들의 별장으로 만들었다가 나중에 호텔로 개조한 것인데 정글 한가운데 위치하여 차가 없으면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고립된 섬 같은 호텔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식사를 마음 컷 즐기기도 했고, 그 호텔이 약 2200M 고지의 위치한 덕에 밤이 되면 서늘한 날씨로 인해 롯찌 안 거실의 벽난로에 아름들이 통나무를 그대로 태우곤 했는데 아직도 뚝뚝 둔탁한 소리를 내며 튀어 오르는 빨간 불꽃 앞에서 마시던 붉은 화인을 잊지 못합니다.
그 곳에는 6홀의 골프장이 있었는데 그때는 유감스럽게도 골프채를 준비하지 못해 라운딩을 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그곳에 가서 발목까지 묻히는 잔디를 밟으며, 그 잔디 위를 어슬렁거리며 걷던 이름 모를 거대한 새들과 라운딩을 즐기고 싶은 것이 제 로망입니다.
사실은 아프리카를 파이널 데스티네이숀(마지막 정착지)로 삼는 것이 인생의 로망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로망은 마음에 담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모양입니다.
결코 다시 올 것 같지도 또 실현될 것 같지도 않지만 그런 로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살만한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아직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에는 친구가 서울에서 찾아왔습니다.
오랜 세월 서로의 삶을 함께 지켜보며 엉기고 뒤섞여 뒹굴던 죽마고우입니다.
골프의 로망이 무엇이라고요?
어린 시절부터 짓궂은 농담으로 속마음을 다 드러내며 살아온 허물없는 친구와 라운딩을 한다는 것, 바로 골퍼들이 로망이 아닐 까요?
그대의 골프 로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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