챨스강

kimswed 2009.10.26 08:54 조회 수 : 1426 추천:432



하롱베이. 바다 한 가운데 크루즈선 위에서 밤하늘을 바라다보면 보석처럼 빛나는 별들의 모습 속에서 그간 잊고 있었던 옛 기억들이 불현듯 되살아난다. 어렸을 적에 본 것과 같은 모습의 별들이 옛날과 같은 위치에서 변함없이 반짝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킨다’란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숨 가쁜 생존 경쟁과 오염된 서울의 공기 때문에 밤하늘에 별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아온 세월이 아쉽고 날로 변해가는 주위 환경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환경의 변화보다 더 빨리 조석으로 변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항상 그 자리에 변함없는 모습으로 의연하게 서 있는 인물들도 있어서 좋다.

잘 나갈 때 주위에서 알랑거리던 사람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는 언제나 제대로 맺어 놓은 이런 인물들과의 관계가 밤하늘의 별처럼 지켜주고 있다.

이처럼 옛날에 서로 인연을 맺은 베트남 친구를 만날 때마다 한결 같은 마음과 자기에게 부여된 자리를 그대로 지키면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가끔 갖는 의문이기도 하지만 구찌 터널의 그 좁은 땅굴 속에서 오랜 세월을 참고 견디며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에 충실했던 베트남의 전사들을 움직이게 한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도 생각해 본다.

과연 무엇이 호치민 루트의 험준한 산길로 무거운 짐을 지고 운반하게 했는가. 한 때 조국을 등졌던 해외동포를 환영하는 지도자의 마음속에는 또 무엇이 있는가.

베트남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나는 그 정신의 균형을 잡아주는 존재를 느낄 수 있는데 그 존재는 그들의 영혼에 녹아들어서 본능처럼 행동하게 만들고 있다. 그 존재가 바로 ‘호치민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일단 부여 받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는 정신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아름답지 않은가.⊙

강력한 집단을 결속하여 정권을 잡고 한 시대를 풍미한 후 사라진 세계적인 지도자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이 계속 계승되는 사례는 역사상 드물었다.

그들은 꿈은 함께 꾸었지만 집단 이기주의와 각 개인의 이해관계를 기초로 하였기에 그 꿈은 그 인물들과 함께 모래성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 지도자집단의 꿈은 달랐다. 그 집단의 꿈은 곧 ‘베트남 국민들’의 꿈이었고 개인의 이해관계는 없었다.

이들은 베트남의 독립이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의 마음속에 집단이나 개인의 이해관계는 설 자리가 없었다.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그냥 꿈에 지나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꾸면 그 꿈은 현실이 된다.” 그들은 오랜 세월을 함께 감옥에서 버티고 험한 전쟁터를 누비면서 ‘생명, 자유, 행복’을 국민들에게 되찾아 주겠다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나갔다.

“이들이 감옥에서 보낸 복역 기간을 합하면 222년이다.” 호치민이 언젠가 당 중앙위원회의  31명의 경력을 회고하면서 한 말이다. 악명 높은 Con Son섬 감옥에서 ‘판반동’ 수상과 ‘레둑토’는 함께 6년을 보냈고, ‘돈득탕’ 대통령은 17년을 보냈다.

이렇게 감옥 생활도 함께한 경험을 공유한 베트남 지도자의 결속력과 ‘호치민 정신’으로 무장한 지도자들의 정신을 미국은 몰랐고 이해하지도 못했다.

2천 년대까지의 전쟁에 대비한 원대한 꿈을 가진 그들. 계획보다 이른 1975년 사이공을 함락 통일한 것은 ‘호치민 정신’ 때문이었다.

나는 베트남 지도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 속에서 풍겨 나오는 ‘호치민 정신의 향기’를 경험하게 된다. 위대한 인물이 떠난 자리에는 향기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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