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동반자

kimswed 2009.11.14 10:57 조회 수 : 1320 추천:365



베트남에 대한 글이라면 필자는 신물이 나도록 써댔다.
아마 지난 십여 년 동안 기백개의 글은 족히 써왔는데 그 중에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베트남과 한국의 기이할 정도로 닮은 유사성이다.
베트남과 한국의 유사성은 아마도 베트남에 생활하시는 교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예로부터 강력한 주변국으로부터 예속 받지 않으려는 강한 독립성부터 이데올로기의 충돌로 일어난 분단국가로서의 아픔도 공유했다. 이런 역사적 유사성 외에도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가족과 교육을 중시하는 정서적 유사성, 소규모 공동사회를 주축으로 생활한 영향으로 조상과 전통을 중시하는 문화적인 유사성 등 우리와 베트남은 그야말로 형제보다 가까운 역사적, 문화적, 감성적 공유점을 지니고 있다.


어찌 그뿐이랴, 국가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서로를 보완하는 완벽한 파트너로써의 자격과 조건을 절묘하게 구비하고 있다. 근면 성실한 국민성과 높은 교육열로 다져진 잠재적 인적자원이 공동의 자산이라면 이미 발전의 정점을 달리며 선진 기술로 무장한 한국과 풍부한 자원으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베트남의 사정은 서로를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입장이라는 것 역시 다른 나라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조건들이다.
또한 나라의 규모나 인구마저 규모의 차이를 느낄 정도가 아니라는 것 역시 절묘한 조화다.  
더구나, 지리적으로 너무 가까운 나라끼리 발생되는 국경분쟁과 같은 이익의 충돌을 염려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지리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 지리적 간격이 심정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멀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간격이라는 것도 두 나라 국민을 격의 없이 가깝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두 민족은 너무나 유사한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된 탓인지 타 민족으로는 베트남인이 가장 많이 한국인과 결혼을 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피로써 맺어지는 동반자의 길을 걷고 있기도 한다.
아마도 예전 같으면 두 나라가 국혼이라도 맺어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살아가는 반려자의 나라로 만들어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베트남을 정식으로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가 전략적 동반자로써의 관계를 맺기로 했다. 지난 2001년 합의한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이제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분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밀접한 협력을 하기로 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서로의 지위를 격상시켰다.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는 11개국이지만 베트남은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에 이에 다섯 번째로 우리나라와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었다. 한국이 베트남의 핵심 우방국으로 자리한 것이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정말 이 소식은 이곳 베트남에 생활의 터전을 잡고 있는 우리 교민에게 더없이 반가운 뉴스일 수밖에 없다. 이제 양국이 서로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며 더욱 긴밀한 관계 발전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외교 군사분야에서 차관급 연례대화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이번에 격상시킨 양국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양국 지도자의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이런 양국의 관계 발전은 자연스럽게 양국의 교류를 빈번하게 만들어 우리 교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희소식임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우리교민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예의를 차려야 하듯이 가까운 국가일수록 서로 배려하고 챙겨주는 관심을 교환해야 한다. 나랏일이야 그 동안 잘 훈련 받은 엘리트 공무원들이 어련히 잘해나가겠지만 민간 교류부분에서 가장 첨병의 역할을 하는 우리 교민에게는 이제 좀더 새로운 마음의 자세가 필요한 단계가 되었다.
바로 우리가 민간 외교관으로서 매일 베트남 인들과 부딪기며 살아가는 최선봉의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행동이 그들에게 바로 한국인의 이름으로 각인되어 한국인의 인상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새삼스럽게나마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구심점이 없는 교민사회라는 특성상 이곳에는 사회적 정화 장치가 가동되지 않는 곳이다. 또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국이라는 지역은 우리에게 일탈의 기분을 불러일으켜 자칫 어긋난 행실의 유혹을 받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아직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기에는 내공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청소년이나 젊은이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나이만 든 미숙한 어른들의 무심한 행동이 사회적 물의를 만들어 전체 한국인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일이 잦다. 구체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는 심심찮게 우리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지금까지의 우리 교민사회는 완전 자유방임의 상태 속에서 스스로의 입장과 판단에 의해 행동하고 그 책임 역시 개인 스스로 지고 말았지만 이제는 입장이 조금은 달라진 것이다. 예전에는 그저 서로 인사나 하고 지내는 먼 집안에서의 생활이었다면 이제는 가까운 친척집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잘못하면 가까운 친척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고 또 바로 우리 부모님들에게 그 행동이 고스란이 전해지는 곳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다 잡아야 할 행동은 무엇인지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다.
개인의 행동을 다잡는 것 외에도 좀 더 효과적인 결과를 얻기 위하여 교민사회의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진출자들이나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이들의 관습과 전통, 그리고 문화를 알려 진출 초기에 겪는 시행착오나 불필요한 잡음으로 한국인의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사회 교육 기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런 교육기관을 이용하여 교민들이 베트남어를 손쉽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에 관심이 더욱 높아갈 베트남 인들을 위하여 한국어 교육을 함께 병행한다면 그 효과는 단지 그곳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의 규모로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일들을 우리 교민들의 권익을 위해 자생된 각급 교민단체들이나 종교단체에서 앞장서서 관심을 가진다면 많은 교민들의 동참을 기대할 수도 있으리라 믿는다.

모든 이들이 잘 알다시피 베트남 인들에게 한류는 결코 낯선 모습이 아니다. 그들은 매일 TV를 통해 우리보다 더 많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의 모습을 각자 만들어 가고 있다. 사실 어찌 보면 거의 일방적인 공세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한류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단편적인 TV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는 한국의 모습은 결코 전략적이지 못하다. 이제는 이런 문화 교류의 질을 거를 수 있는 창구도 이곳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통제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양질의 문화를 추천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장기적 안목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믿는다.  

이제 우리 교민사회에 또 다른 과제가 하나 떨어진 셈이다.
국가간의 관계발전에 적어도 우리의 존재가 방해가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수없이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우리 교민사회의 가장 부족한 요소는 사회 교육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을 구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꼭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교민사회의 수많은 사적 단체들, 종교단체 그리고 나라의 지원을 연결할 수 있는 공관이 관심을 갖고 접근을 한다면 결코 못할 일이 아니다.    
글:베트남교민잡지 챠오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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