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否認)을 통해 확인하는 존재의 가치
우연히 인터넷에서 공감 가는 글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라는 글귀입니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모를 때 아름다운 풍경앞에 서 보면 된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누구와 함께 보고 싶은지…
● ●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곳에서 혼자 덩그러니 바라보는 그림보다는 누군가와 그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그림이 한결 어울리지 않습니까? 바로 그 빈 자리를 채워주는 존재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죠. 공감이 가는 글귀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보면서도 성숙하지 못한 반골의식이 남아있는 소인은 빈자리를 채우는 사랑의 가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존재를 부인하여 그 가치를 알아보자는 역설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있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가정해보면 그 존재의 가치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매일 대하는 가족이라 특별히 소중함을 느낄 기회가 많지 않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고 가정하면 가족의 귀중함이 너무나 절실하게 느껴지듯이 말입니다.
이 방법을 우리 교민사회에 대입해 보았습니다.
교민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체들, 그들의 가치는 얼마나 무거운가, 그들의 존재를 부인하는 역설적인 방법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영사관을 보도록 하죠. 평소에는 전혀 필요를 느끼지 않는 곳이지만 정작 없다고 생각하니 나름대로 상당한 가치가 드러납니다. 기본적으로 영사관이 없다면 당장 여권을 만들거나 갱신하거나 혹은 자신을 증명하는 일이 필요할 때 상당한 곤란을 느끼겠죠.
그것만으로도 영사관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확실한가 봅니다.
여러 교민 단체들은 어떤가요? 각 경제 단체, 동우회, 동창회, 향우회 등등 모두 가입한 당사자에게는 나름대로의 존재의미가 상당합니다. 그런 단체들은 참여자에게 소속감이나 동지로써의 동질감을 공유하고, 개인적인 친분을 나누고, 사업상의 협력의 기회도 얻을 수 있으니 그런 단체들이 사라진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필요하고 가치 있는 단체들임이 확인된 셈입니다.
뭐 종교 단체는 두 말 할 필요가 없죠. 자신의 종교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니 그의 부존(不存)을 가정하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외에 대 교민 사업체들은 어떻습니까?
식당, 식료품점, 가라오케, 골프 연습장 등등 정말 없으면 교민들은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모든 대 교민 사업체들은 나름대로 사랑 받을만한 자격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민사회의 가장 큰 조직인 한인회는 어떨까요?
한인회가 없다면 교민 여러분들은 어떤 불편함이 생길까요? 또 어떤 아쉬움을 느낄까요?
대단히 미안한 얘기지만 선뜻 한인회의 부존(不存)시 생기는 별다른 아쉬움이나 불편함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일 년에 한 번 하는 교민송년회와 골프대회, 혹은 비자대행, 그밖에 서예공부를 어디서 하느냐 정도의 아쉬움? 어찌됐건 한인회라는 이름에서 주는 느낌은 제법 웅대한데 정작 사라진다고 해도 그다지 불편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 필자가 한인회가 하는 일을 잘 몰라서 이렇게 단순하게 판단하는 것일 수 있지만 교민의 입장을 넘어 정보 속에서 살아가는 잡지 편집자가 모른다면 그런 인식을 심어준 행위자의 책임도 묵과되지 않겠죠.
제가 이런 글을 쓰면 대뜸 이런 질문이 나올 겁니다.
그렇다면 너희 잡지는 어떠냐? 하고 물을 겁니다.
좋습니다. 저희도 평가를 받아야죠.
교민들에게 무료로 각종 정보와 뉴스를 전해주는 교민잡지가 없어진다면 어떤 불편함이 생길까요? 일단 교민잡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살피고 그 결과를 유추해 보겠습니다. 다른 잡지의 경우는 제가 언급할 수 없는 일이니 저희 씬짜오 베트남만을 예로 설명을 드립니다.
씬짜오 베트남이라는 교민잡지에 실리는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베트남 뉴스가 실립니다. 베트남의 중요 일간지를 꼼꼼히 읽어서 교민들이 알아둘 만한 뉴스라고 생각되는 것을 번역하여 올립니다. 또 다른 뉴스로 교민사회 소식이 있는데, 이것은 본지 기자들이 교민사회의 각종 움직임을 직접 취재하여 교민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립니다. 그리고 각 분야별 칼럼이 실립니다. 저희 칼럼 진들의 글은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베트남에 관한 모든 정보 - 여행, 음식, 쇼핑, 문화 그리고 베트남어 공부까지- 베트남에 생활하는 교민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모아서 연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베트남에 관한 정보의 상당부분은 저희 잡지에서 퍼온 것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심도 있는 내용을 지난 7년 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실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전 교민 업체가 수록된 전화번호부와 그들의 광고가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광고라고 아무거나 다 받지는 않습니다. 교민들의 사행심을 자극할 만한 카지노나 유흥 업소의 광고는 사절하고 있습니다. 광고도 일종의 정보라고 본다면 사실 저희 잡지에 실리는 내용에 교민들에게 해가 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또한 저희를 포함한 모든 교민잡지는 각종 뉴스나 기사를 통해 교민들에게 간접적인 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습니다. 전 교민이 공동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교민들의 마음에 우리가 같은 울타리에서 살고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이런 역할을 하는 교민 잡지가 사라진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 까요? 가끔 비판을 받아오던 단체들이나 감투에 목매달고 사는 일부 인사들은 속이 시원하겠지만, 대다수의 교민들은 아쉬움을 느낄 것입니다. 먼저 각종 뉴스를 앉아서 편하게 제공받던 루트를 상실하게 됩니다. 교민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홍보의 수단이 약화되겠고, 각종 단체나 기업체들은 전체 교민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소식을 알릴 방법이 마땅치 않겠죠.
진짜 중요한 것은 같은 뉴스와 정보를 공유하며 간접적으로 나누던 대화의 장이 사라짐으로 무엇보다도 교민들의 공동체 의식이 옅어지는 결과가 발생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단합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쉽게 채울 수 없는 크나큰 손실입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어떻습니까? 교민잡지, 없어져도 괜찮은 존재인가요? 독자들이 판단에 맡깁니다.
교민사회의 어떤 인사가 교민매체를 매도하는 전단지를 뿌렸기에, 이 기회를 통해 저희들의 역할을 제대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좀 쑥스러운 글을 썼습니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통해 교민 잡지의 가치가 제대로 인식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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