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치는 이유
왜 골프를 시작했나? 골프가 흥미로워 시작했는가?
솔직히 말해보자.
흥미롭기는 했지만 골프라는 운동에 대하여 아는 바도 없이 시작했다. 단지 좀 먹고 살만하다는 친구들이 다 한다는 게 흥미로웠을 뿐이다. 스스로 그 대열에 끼어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당시 20여 년 전, 제일 먼저 한 일은 무려 백여만 원이나 주고 골프채를 사는 일이었다. 나보다 한 두어 달 먼저 골프를 시작한 친구의 조언대로 골프채를 사고 워커힐 골프 연습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연습 공 한 박스에 아마도 한 5천원정도 한 것 같다. 매일 2-3 박스 정도를 치며 필드에 나서기를 꿈꿨다.
이제 막 프로 자격증을 획득한 새내기 프로에게 매월 10만원을 내고 레슨을 받았다.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것도 아니고 연습장에 나가서 그 프로가 있으면 그때 잠시 몇 마디 교습을 듣는 것이 다였다. 뭔가 좀 특별한 레슨을 받고 싶어서 별로도 10만원을 프로에게 쥐어 주고 특별 교습을 부탁했다. 레슨시간이 한 5분 더 길어진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지만 그래도 남들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레슨을 받는 듯 착각하며 지냈다. 어찌 보면 좀 덜 떨어진 인간이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나 친구를 따라 머리를 얹었다. 참 정신 없이 돌았다. 그 당시 스코어가 얼마인지 기억도 없지만 그나마 생각나는 건 골프장이 한없이 길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골프가 이제 20 여 년이 지났다. 이제서야 골프에 대한 재미를 좀 안다. 일초를 못 참던 급한 성격도 골프로 인해 참 많이 순화됐다. 이제는 골프 없이 생활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도 든다. 더욱이 이런 이국에서 술도 못 마시는 알코올 장애인에게는 더욱 각별하다. 당연히 술 친구도 없고 일 외에는 특별히 관심 갖는 것도 없으니 사귀는 친구도 역시 골프를 함께 치며 어울리는 사람들이 전부다. 그러니 한 주에 두 번 정도 찾는 필드가 유일한 외부와의 소통 창구인 셈이다. 그런 소통의 창구를 막아버리면 어찌 숨을 쉬고 살수 있겠는가?
골프를 배운 것은 한국인데 요즘은 한국가게 되더라도 연습장도 가질 않는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술 마시는 대신 스크린 골프장에서 만담 식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필드의 아쉬움도 달래고 친구들의 근황도 듣는다.
한국에서는 첫째 돈이 많이 들어서 못 치겠다. 이곳과 비교를 하니 골프에 들어가는 돈이 과하다는 느낌이 들어 선뜻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둘째 친구가 없다. 이제는 골프장에 가자는 친구가 귀하다. 자주 모이는 죽마고우 중에 가끔이라도 골프장에 드나드는 친구는 아직도 굳세게 무역업을 하고 있는 친구 한 명뿐이다. 나머지는 전부 백수다, 백수 주제에 한번에 몇 십만 원이 드는 골프장을 드나든다는 것은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죄악을 행하는 기분일께다. 그러니 골프장에 가고 싶어도 혼자 갈 수도 없고, 같이 갈 친구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골프는 생활에서 빠진다. 그저 가끔 마당에 풀을 자르는데 골프채가 동원되곤 한다.
3년 안에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약속을 가족들과 했는데 사실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할 일도 없고 골프도 못치고 그저 골방에 박혀 책이나 읽고 티비나 보면서 뒹굴어야 할 것 같은데, 그 생각을 하면 점점 우울해진다. 그래서 가끔, 살아가는 생활비도 적게 들면서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 골프비용도 싼 나라에 노후이민을 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궁리를 하게 된다.
이렇게 장년 가장이 생활 무대를 송두리째 바꾸는 것 마저 고려할 수 있도록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마치 마약처럼 중독성이 심각한 골프라는 운동의 매력은 무엇인가?
바로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생활의 기반을 바꿔도 골프를 즐기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골프만이 갖는 특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골프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또, 실력의 고하에 관계없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 아닌가 싶다. 80대를 치는 60의 장년과 100개를 넘게 치는 약관 청년이 함께 즐길 수 있고 50대의 여성과 30대의 남성이 함께 즐겨도 어색하지 않은 경기가 골프라는 운동이다. 골프장에는 항상 친구가 기다리는 셈이다.
바로 골프의 핸디캡이라는 제도가 개인의 차이를 절묘하게 메워 서로의 간극을 좁혀주기 때문이다. 세상에 어느 운동에서 탁월한 실력을 가진 고수가 허접한 하수에게 지고도 그러려니 하며 발 뻗고 편하게 잘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아마 테니스나 축구, 혹은 권투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게임에 진 고수는 평생 그 게임을 한탄하며 지내지 않겠는가? 그러나 골프는 다르다. 모든 플레이어를 평등하게 만든다. 고수는 고수대로 하수는 하수대로 각자 자신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된 게임이 골프다. 더구나 서로 치열한 경쟁 속에 게임을 치른 후에도 진정으로 서로에게 감사하다고 모자를 벗고 인사를 나누는 경기가 골프 외에 어디 있는가?
그러면 현대 생활에서 골프가 급격히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 올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눈으로 보는 스포츠가 아니라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몇 안 되는 스포츠라는데 있는 것 같다. 현대생활에서는 엘리트 스포츠가 대세를 이룬다. 축구나 야구 배구 등 모든 인기 스포츠는 정예화된 엘리트들의 게임을 보면서 대중은 직접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리만족을 구한다. 그래서 축구를 직접 해본 적도 없는 사람도 축구의 광 팬이 되기도 하고, 야구의 클러브를 껴본 적도 없는 사람도 야구 선수의 신상을 줄줄이 괘며 야구장을 뻔질나게 찾는다. 그러나 골프는 골프를 직접 하는 사람만이 주로 즐긴다. 그래서 골프가 대중적 인기가 높다는 것은 골프에 직접 즐기는 대중의 수가 많다는 얘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골프 곁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골프가 가져다 주는 사람과 자연과의 조화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친한 친구들과, 혹은 언젠가 함께 시간을 나누고 싶었던 지인들과 깔끔하게 정돈된 고운 잔디를 밟으며 저 멀리 페어웨이 너머 그린 위에 외롭게 펄럭이는 노란 깃발을 향해, 푸른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흰 공을 바라볼 수 있다면, 골프가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운동이라는 데 어떠한 의문도 갖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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