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베트남 쇼핑은 2011년 8월 16일 호치민시로부터 제2호점에 대한 자산 소유권(소유권 등기에 해당)을 취득하였다. 롯데 베트남 쇼핑이 팟닷(Phat Dat)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한2007년 1월 12일부터 진행되어 온 일이니 무려 4년 6개월 이상 진행되어 온 지루한 논쟁이었고, 이제 막을 내린 것이다. 이는 롯데마트 2호점이 법적으로 잘 정리되었다는 축하의 의미를 넘어 베트남 부동산 제도의 일대 혁신을 의미하기에 우리 모두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소중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베트남 정부의 이번 결정은 그 동안 인정되지 않았던 상업시설(상가, 오피스) 건물의 일부에 대한 소유권 제도를 외국 투자자에게도 인정해 주겠다는 시발점으로 평가되고, 이는 부동산 제도에서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좀 더 충실히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사례이다. 이에 따라 외국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긍정적 파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루한 공방의 과정
롯데베트남 쇼핑이 팟닷 개발사가 진행중인 에버리치(Everrich) 복합건물(상가건물과 아파트로 구성) 일부(상가 건물 5층까지)만을 분양 받는 계약을 체결하였던 2007년 1월 12일 경에는 아직 베트남 부동산 제도나 법규에 익숙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한국에서야 너무나 당연히 인정되는 분양 계약이었지만 이곳 베트남에서는 아주 생소한 계약이 되었던 것이다. 특히 외국투자자가 한 건물의 일부만을 소유하겠다는 계약을 어떻게 해석하고 인정해야 할지 난감해 했다. 이것은 법규정의 공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였다. 베트남은 선진 자본주의 시장에 맞게 계속 법 규정을 신설하고 있지만, 아직도 분야별로 많은 입법 공백 상태에 있다. 법률 규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구체적인 실행 규정이 부족하여 행정당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법률 공백 상태에서 롯데베트남 쇼핑은 부동산 등기 업무를 관할하고 있던 건축부에 질의회신을 통해 이를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2009년 4월 2일자 질의회신서). 하지만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법률 규정에 없기 때문에 외국 투자자에게 복합 건물의 일부에 대한 구분 소유권을 인정해 주기 어렵다는 답변이었다. 본인과 롯데마트 담당 직원들이 함께 베트남 유수 로펌, 특히 부동산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로펌들을 방문하여 논의해 보았지만, 팟닷사를 자문하고 있는 D로펌 이외에는 모두 부정적인 답변이었다. 베트남에서는 “안 되는 것도 되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법 규정에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경우는 없어 보인다. 그렇게 되면 분명하게 문제의 소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이 그러한 위험을 절대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감한 상황에서 다행스럽게 2009년 12월 10일자로 등기제도를 규정하는 88/2009/ND-CP 시행령이 발효되었다. 한국의 부동산등기법에 해당하는 규정이지만 너무 간단하고 일반적이어서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명백한 언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건물의 일부 소유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 규정들이 몇 개 있었다(3조2항 등). 롯데베트남 쇼핑의 끈질긴 노력 끝에 2010년 1월 19일 최초로 구분 자산 소유가 가능한 것으로 언급한 공문을 수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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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베트남 쇼핑의 투지와 성과
선례는 아주 중요하다. 뒤에 오는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에서도 대법원 판결의 선례를 살피곤 한다. 해당 사안에서 이미 어떠한 법적 평가와 판결이 내려젔는가를 살펴보면 이미 재판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롯데베트남 쇼핑은 외국 투자자들을 위해 엄청난 공헌적 선례를 남기는 결과를 만들었다. 2호점 마트 영업 라이선스 자체도 유통업 분야의 아주 긍정적 선례를 만든 것이라 하겠지만, 특히 이번에 이루어진 구분 자산소유권 취득은 외국투자자들에게 베트남에서 부동산 제도를 선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높이 평가된다. 일단 유통업 분야만을 축소하여 본다면 그 동안 상가 건물의 일부만을 소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체 건물을 소유하며 운영하든지, 아니면 일부 상가만을 상업시설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합작 형태 또는 프랜차이즈 형태라는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P 백화점의 경우에서 볼 수 있음). 하지만 이제부터는 외국 투자자 이름으로 상가건물의 일부를 구분하여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불편함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이를 일반적으로 확대 적용하면, 외국투자자가 오피스를 위해 건물의 일부 공간만을 분양 받거나 매매하여 소유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구분소유라는 문제 이외에 투자허가라는 문제가 선행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우리 투자기업들이 서로에게 긍정적 힘이 되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특히나 베트남과 같이 여러 가지 위험적 변수들이 작용하는 국가에서는 더더욱 필요한 요소라고 본다. 베트남에서 투자환경과 제도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역시 대기업 몫이라 하겠다. 롯데베트남 쇼핑은 부동산 제도의 변화를 이끌었고, 이를 모든 투자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한 기업의 성과가 우리에게 얼마나 긍정적 힘이 되는지 보여준 사례이기도 한다. 이제는 한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여타 기업들이 힘을 보태주는 협력도 요구된다. 베트남에서의 한 기업의 성과가 곧바로 다른 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한 기업의 실패는 여타 기업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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