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가족공동체내에서 여성의 권한이 어떠한가를 살펴볼 때, 베트남에서는 집안의 대소사를 우리 한국의 여성과는 달리 대부분 여성이 결정한다. 베트남의 속담에 여성을 내장(內將), 즉 가정내의 general, 베트남어로는 노이 뜨엉(noi tuong)이라 부른다. 이것은 여성이 가정 내의 책임자로 하여 대외적인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여성이 호주 될 수 있다

이를테면 베트남에서는 여성이 가족을 대표해서 호주(Chuho)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독신가족이나 이혼가족 혹은 남편이 사망한 결격가족이 아닌 데도 남편대신에 여성이 가족의 호주가 되는 것을 말한다. 베트남에서는 이런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여성도 남성처럼 동등하게 대외적인 일에 얼마든지 참여할 권한이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유교의 출가종부(出家從夫)의 영향을 받았지만, 한국이나 중국처럼 강하게 받지는 않았다. 받았다 하더라도 주로 상층부에 국한되었고 또한 상층부가 받은 영향의 정도도 한국과 중국의 정도와 다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베트남 여성이 남편 집에 시집가더라도 그 남편의 가족과 종족 [가문]에 종속되지 않는다. 그들은 법적으로 개인의 권리에 대한 보호를 받는다. 이를테면 재산소유권, 상속권 등에서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다. 그리고 가족의 조상제사 의례에도 직접 참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남편, 아내의 재산 상속권리 없다

이와 같은 제도는 전근대시기의 베트남의 법전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아내의 재산권에 대해 가족재산은 남편이 자기재산의 가족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과 아내가 자기의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그리고 부부가 결혼 중에 공동의 노력으로 취득한 재산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부 각자가 상속받은 재산은 결혼생활 중에도 하나로 합하여지지 않고 분리된 채로 존속하였으며, 다만 그 관리만이 공동으로 행하여지면서 그로부터 생기는 이익이 부부의 공유재산으로 되었을 뿐이다. 남편은 아내의 재산을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갖지 못하였으며, 아내 또한 남편의 재산에 대한 권리가 없었다. 이혼할 경우에도 남편의 재산은 남편에게 아내의 재산은 아내에게 돌아갔으며, 결혼 중에 공동으로 취득한 재산은 두 사람 사이에 균등히 분배되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남편이 아내의 재산을 상속할 권리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부부 사이에 자녀가 없을 때조차도 아내의 재산은 그가 사망하고 나면 그의 부모나 친족에게로 되돌아갔고 그의 제사도 이들에 의해 지내졌다. 이 사실은 베트남 여인이 결혼에 의해 남편의 권위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