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계기



롯데 PTA는 주력산업인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 화학섬유의 원료) 사업의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PTA 제품은 화섬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으로 국내의 화섬업체가 중국 및 개도국으로 이전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국내의 공급 과잉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개선책의 일환으로 해외에서의 공장의 신설 혹은 인수 필요성을 인식했다. 그러던 중 세계 최대의 코팅 생산업체인 AkzoNobel측이 주력사업분야가 아닌 PTA 사업을 매각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지역이 파키스탄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최종 결정에 이르는 시점까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 준비과정



파키스탄은 국가적 위험도가 큰 지역으로 공장의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으며 경제적 및 정치적 불안으로 외국기업이 떠난다는 상황을 알았을 때는 투자의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한 리스크 가운데의 기회요소 파악에 중점을 두고 재분석을 하기로 했다. 파키스탄 내의 유일한 생산업체로 관세 및 운송료 등의 비용에서 수입산보다 우월한 경쟁력, 섬유산업의 성장이 9~10%로 견실한 점, 중동지역에서의 석유화학 원료의 확보가 유리한 점, 아울러 향후 상대적으로 PTA 생산이 부족한 중동·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수출에서의 유리한 지리적 위치 등의 기회요소를 확인하면서 향후의 성장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이에 국가적인 위험요소를 감안한 최적의 가치산정을 통한 인수 그리고 인수후의 최대의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전략을 마련해 나갔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2008년 11월 Non-binding offer를 제출한 지 10개월 만인 2009년 9월 AkzoNobel 측과 지분인수계약을 마무리했다.



□ 현지 네트워크 구축 에피소드



인수가 완료되는 시점에 맞추어 파견 주재원 3명을 선발했으며 약 3개월간 한국에서 파키스탄의 현지 상황 및 인수하고자 하는 회사의 자료를 검토 및 사전 Study를 진행했다. KOTRA의 국가별 경제 및 무역동향 자료는 전반적인 부문의 정보를 사전에 접할 수 있는 좋은 학습자료가 됐다고 생각한다. 카라치 도착 후 호텔에 투숙한지 약 3일이 되던 날에 투숙하던 호텔에 파키스탄 정부 측 인사의 경제인 모임이 예정돼 있다는 정보와 함께 이를 겨냥한 탈레반의 테러 협박 Letter를 접하게 됐다. 이후 긴급하게 그 기간 동안 카라치 시의 외곽지역 숙박시설로 이전하게 되면서 말로만 듣던 위험성에 대해 피부로 느끼게 됐다. 아울러 매일 약 50㎞ 떨어진 공장으로 출퇴근을 함에 따라 실제로 좋지 않은 도로사정과 치안의 위험 등 안전에도 문제가 많음을 느끼게 됐다.



또한 도착 한달 후에 겪는 라마단은 호텔의 식당도 점심영업을 하지 않아 어김없이 가져온 비상식량으로 점심을 떼웠으며 업무협의를 위해 찾아간 사무실 한편에서 자리를 깔고 기도하는 모습에서 파키스탄인의 생활에서 종교의 자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엄격한 종교규율로 인해 여가문화가 거의 없으며 술 판매가 금지돼 있어 하루의 피로를 해소할 여유를 찿기도 힘들었다. 업무 진행에 있어서도 진행이 느리고 융통성의 발휘가 부족하며 자료를 통한 보고 및 분석 보다는 구두로 진행하는 회의가 다반사임에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여름의 Monsoon 계절에는 배수시설이 돼 있지 않아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어김없이 공장 – 호텔의 50㎞ 거리를 빗물로 첨벙되는 도로 위로 아슬아슬하게 약 5시간의 여행이 되게해 깊은 인상을 남기게 하기도 했다.



□ 애로사항 극복기



파키스탄의 경우는 IMF 상황으로 상대적으로 외환이 절실하며 이에 따른 외환관리도 까다로운 상항이었다. 즉 기업의 경우 외화통장의 보유가 허용되지 않기에 환차의 관리를 위해서는 자체적인 방안의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사의 경우는 원료의 구매를 거의 해외에 의존하다보니 환에 노출이 돼 있었으나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품의 판매가격을 국제가인 달러에 연동하고 매월의 루피 평균환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해 나름대로의 헷징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외화송금의 경우는 배당금을 제외하고는 사소한 경비도 계약서가 있어야 하며 계약서에 의거해 정당한 송금임을 State Bank of Pakistan에 증명하고 허락을 받아야 함. 당사의 경우도 인수초기 수익이 발생했기에 여유자금이 있을시에 기존의 Loan 금액을 분할상환해 이자부담을 줄이고자 했으며 이러한 분할상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약 6개월에 걸쳐 분명한 이유와 이러한 것이 결국은 파키스탄에 있는 당사에 유리함을 서면으로 여러차례 제시하고 방문 및 설득을 통해 결실을 이루었다.



한편,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조세제도는 매년 예산수립 시 중앙 및 지방정부의 재정상황에 따라 명목세의 부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투자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매번 법적 혹은 현지의 동업 타사와의 협력을 통해 대응하고 절충안을 찾아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중앙 및 지방정부의 힘겨루기 등으로 인해 전산정보의 공유가 되지 않아 행정처리가 지연돼 Tax의 환급 등 정부의 지출이 이루어지는 부문의 행정처리는 굉장히 진행이 더디다. 이러한 경우는 특별한 행정적인 청원 등 별도의 해결책이 없기에 양쪽을 찾아가서 설득하고 독촉해 해결을 해 나가야 하는 번거로운 수고가 많이 필요했다.



아울러, 인력의 경우는 자원이 그리 풍부하지 않고 유능한 인재 및 엔지니어는 인근 중동국가로의 유출이 많은 상황으로 이러한 유능한 인력 혹은 주요 경영진 Level의 경우는 한국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고 매년 약 10~15%의 인플레이션에 의한 임금인상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놀라운 현실이기에 이러한 부문은 Consulting 및 동종업계의 조사를 통해 현지의 현실을 최대한 한국의 대주주에게 설명을 해 반영해야 한다. 동시에 최대한 한국의 기업문화를 현지 경영진에게 이해시키는 노력도 진행해 Gap을 좁혀나가야 한다. 상장회사의 경우는 이사회, 주주총회 및 Corporate Governance등의 규정이 너무나도 이상적인 제도를 지향하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제도적인 규정은 파키스탄의 엘리트가 서구적인 교육을 통해 만들어 놓거나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사무실 밖의 어수룩한 파키스탄의 모습과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않는 상황이나 조심스럽게 최대한 현지규정을 준수하면서 개선점을 찿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기타 생생한 투자경험담



파키스탄의 경우는 희생정신의 발현을 찾아보기 힘들다. 즉 사회가 공동의 발전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최소 어느 한 부문의 희생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희생으로 더욱더 값진 발전을 이루어갈 수가 있으나 파키스탄의 경우 개인적으로 이러한 희생의 용납이 곤란하기에 좀 더 발전된 다음단계로의 진일보가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문제가 없다는 말이 다반사인데, 이 의미는 정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나오는 의견과 현재 그러한 문제가 없어 보이나 향후에 그러한 문제가 생길지는 현재로서는 누구도 모른다는 의견이 있다. 현재의 나로서는 문제가 없다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포괄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나라의 정치 및 경제상황으로 볼 때 후자의 경우가 대부분인 듯하다. 즉 아주 Critical 한 부문은 투자자가 직접 확인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대책을 세우는 것의 필요가 있다. '파키스탄은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말을 파키스탄에 오래 주재한 분으로부터 들었을 때 이 나라에서 확실한 것을 찾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