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약사가 난무하고 있다?
구정이 시작되기 전, 어느 독자로부터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만나자는 요청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탄빈지역 모 식당에서 만난 독자는 의외로 60이 넘은 어르신네였다. 어르신네는 두툼한 서류 뭉치를 펼치며 사연을 털어놓는데, 요점은 자신의 동네에서 무자격 약사가 한국인에게 약을 조제하며 판매를 하는데 그 조제도 믿을 수가 없기도 하지만 약값자체로 엄청난 폭리를 하고 있어 진정을 한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교민사회의 독으로 작용될 수 있는 무자격 약사들의 행태를 고발한다.
독자 분이 들고 온 서류에는 그 약사라는 사람의 행실에 대하여 고발 고소를 위한 진술서와 진정서 그리고 관련 증거 자료들이 있었다. 아마도 그 약국을 운영하는 분이 다른 식당 겸 휴게소를 운영하며 특정인을 음해하여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사건에서 본 건이 시작된 듯하다. 어째든 진정인이 들고 온 서류에는 무자격 약사라는 사람의 약사 자격증 사본도 있었는데 그 사본은 누가 봐도 진품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조잡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름과 주민증들이 인쇄되지 않고 손으로 쓰여져 있었고 관련 기관의 직인도 드러나지 않은 엉성한 사본이었다. 만약 그 사본을 내걸고 영업을 한다면 오히려 의심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 약을 샀다는 사람들의 자필 진술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한결같이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다. 진술서에서 몇몇 교민들은 그 집에서 구입한 약이 너무 비싼 것 같아 일반 베트남 약국에서 문의한 결과 구입가격의 통상적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제약의 효과도 없다는 얘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아직 증언을 직접 자필로 받지는 못했지만 심한 경우 2만 동 짜리가 2백만 동에 판매되었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한다. 그분이 말하는 요점은 무자격 약사가 약값을 터무니 없이 받는 것도 문제지만 잘못된 약을 제조하여 줄 것 같아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런 진정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정서 내용은 개인적인 사안이 대부분이라 여기서는 언급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 증거 자료에는 어느 상점이 개업을 하는지 그 상점 앞에는 개업 축하 화환이 늘어져있었는데 그 사진 속의 화환에는 대한 민국 영사관이라는 표기가 되어있는 화환도 있었다. 이 사진이 왜 증거자료가 되는가 이유를 물었더니 가짜 화환이라는 것이다. 진정인이 영사관에 확인 결과 그런 화환을 그 곳에 보낸 일이 없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기 위해 가짜 화환을 임의로 내 걸어 교민들의 신뢰를 거짓으로 득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가짜 화환을 내건 사람은 뭔가 잘못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될 만하다.
이미 지난 2006년 총영사관에서는 호찌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국인의 약사 자격증 유무를 확인한 바 있다. 그때도 무자격 약사들로 인한 피해 사례가 접수되어 있던 탓이다. 조사 결과는 놀랍게도 아무도 약사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호찌민에서 한국인에게 약국의 이름을 내걸고 영업을 하는 분 중에는 정식 한국인 약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때 이미 서너 개의 한국인 약국이 호찌민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결국 총영사관은 본지 2006년 7월 본지 84호를 통해 이 사실을 공지하고 무자격 약사에게 속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번에 독자가 고발하겠다는 대상 약국 역시 그 당시 총영사관의 조사에 포함되어 정식 한국인 약사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약국이었다. 그 약국에 한국인 약사가 새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 약국은 단지 지역을 바꿔 또 다시 무자격 영업으로 교민들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진정인은 바로 이런 교민들의 피해가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사관의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교민사회가 날로 커지면서 별에 별사람들이 다 들어온다. 게중에는 교민들을 상대로 부당한 이득을 위하려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교민들 서로 같은 한국인을 의심하는 풍토가 생길 판이지만, 무엇보다도 특수한 전문직업인 약국의 경우, 정식 약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가의 여부는 확실한 사실 확인을 거쳐야 할 일이다. 한번 잘못된 약을 쓰게 되면 인명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로 그 피해가 어떻게 확산될지 누구도 가늠하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교민들이 그런 약국을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손쉽게 한국인이 운영하는 약국을 찾다가는 크게 낭패를 보는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더불어 총영사관 역시 교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이번 일에 관심을 갖고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영사관의 일이라 믿는다. 베트남에서 사법권이 없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민들의 생명에 관련된 무자격 약사의 행실을 방치하다가 차후에 그로 인해 교민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면 영사관은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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