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베트남에는 외국인투자의 영향으로 많은 수의 외국인이 베트남 내 각종 회사와 근로 계약관계를 맺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은 외국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내국인과 달리 근로계약 외에 요구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노동허가서(working permit)입니다. 처음 베트남에 오신 교포 분이라면 한 번 쯤은 노동허가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셨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베트남 노동법상 베트남에서 직업을 얻고 일을 하고자 하는 외국인은 노동허가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근로계약은 체결하였으면서도 노동허가서는 발급받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이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절차의 복잡성에 기인한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이유로 드물기는 하겠지만 근로자로서는 회사에 노무를 제공하고도 노동허가서가 없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회사입장에서도 노동허가서 신청의무를 해태한 사실이 일부 악의적인 근로자들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노동허가서에 관하여 간략히 알아본 후 노동허가서와 근로계약의 효력 관계 그리고 이에 관한 베트남 법원의 태도를 알아보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1. 노동허가서와 관련된 베트남법령
베트남 노동법은 외국인도 베트남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는 동시에 3 개월 이상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은 노동허가서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동 시행령은 외국인 근로자의 채용 절차에 관하여 보다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외국인을 근로자로 채용하기 전에 회사는 이를 신문 등에 공고하여야 하며, 채용지원자가 회사에 채용 신청서를 제출하면 회사는 이를 가지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하여 노동허가서 발급 신청을 하고 근로계약은 회사의 신청에 따른 노동허가서가 발급된 후 체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법문을 충실하게 해석하면 노동허가서 없이는 근로계약의 체결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노동허가서 없는 근로계약은 효력이 없다는 결론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노동허가서가 없는 경우 근로계약이 무효가 되는 연유로 근로자는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2. 노동허가서와 근로계약의 효력
노동허가서를 둘러싸고 근로계약의 효력이 문제되는 경우는 주로 근로계약에서 정한 기간의 만료 전에 한 쪽 당사자의 일방적 근로계약 해지가 있는 경우입니다. 정상적인 근로계약 중에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당사자는, 법에 따라 상대방에게 일정한 보상을 하여야 합니다. 회사의 경우는 잔여기간의 임금과 일정한 보상을, 근로자의 경우는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받을 수 없고, 반 월치의 급여 상당액 및 회사가 근로자를 위하여 지출한 교육비를 회사에 보상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규정도 근로계약이 무효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계약이 처음부터 효력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보상할 의무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근로계약의 효력 유무는 근로계약의 해지에 있어서 당사자들에게 민감할 문제일 수밖에 없고, 근로계약의 효력발생을 위해 노동허가서(working permit)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에는 노동허가서와 근로계약의 효력관계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3. 베트남 법원의 태도
하나의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A씨는 외국인으로 베트남 내에 설립된 베트남 회사에 취업하여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였고(누구의 과실인지는 일단 불문합니다), 회사는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기간 만료 이전에 A씨를 근로계약 위반을 이유로 아무런 보상 없이 해고하게 됩니다. 당시 A씨는 노동허가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A씨는 회사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관할인민법원에 베트남 노동법에 따라 잔여계약기간에 대한 급여 상당액과 2개 월 분 급여 상당액의 보상을 요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노동허가도 없는 A씨의 청구가 받아 들여 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베트남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A씨의 손을 들어주었고, 대법원도 과실부분에 약간의 이견은 있었으나 A씨의 손을 들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판결이 노동허가서 없이 체결된 근로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은 모두 노동허가 없는 근로계약이 무효라는 점에는 의견을 달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러한 판결이 나왔을까요.
일부 견해는 노동허가서의 신청의무는 회사에게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계약의 유효성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노동허가 없음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무효로 할 수 없고, 이는 노동자 보호에 입각한 베트남 노동법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베트남 법원의 이러한 판결은 베트남 법원의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접근 태도에 기인한 것이라고도 합니다.
4. 노동허가서의 중요성
노동허가서가 없음을 이유로 근로계약이 무효라고 하는 동시에 근로계약에서 정한 급여 상당액의 배상판결을 내린 법원의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선은 노동허가서와 관련한 근로계약의 효력에 대한 명시적인 법령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관련 법령이 아직 미비한 현 상황에서는 법원의 태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법령 해석에 대한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보았을 때 베트남에 근무하는 외국근로자는 법에 정하여진 바에 따라 노동허가서를 받는 등 근로계약의 효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분쟁의 소지를 미리 차단하여 적법한 취업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고 필요해 보입니다.
글_ 법무법인 정평 이재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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