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표시제한

kimswed 2009.06.07 08:20 조회 수 : 1628 추천:504



글_ 법무법인 정평 이홍배 변호사

● 달러화(Dollarization)의 우려와
     달러화 표시 제한
최근 베트남 정부는 자동차 판매 회사들에게 자동차 가격을 달러로 표시하는 관행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내 미국 달러 통화에 의한 가격 표시는 비단 자동차업계 뿐만이 아니라 일반의 모든 사업 영역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형성된 상관행입니다. 베트남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거시적 관점에서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정책의 틀 안에서 기능하는 것으로 보이며, 직접적으로는 베트남 내 사업자가 환리스크를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불만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대응책인 것으로 보입니다.  

통화는 기본적으로 가치저장수단, 계약의 표시수단 또는 지급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지니고 있는데, 달러화(dollarization)란, 일 개의 국가에서 당해 국가의 법정 통화 대신 역외 통화(일반적으로는 달러)가 광범위하게 이러한 기능을 대신하는 경제현상과 그 정도를 말합니다. IMF에 의하면 이 수치가 3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달러화의 진행 정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베트남의 경우, 달러화의 수준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나 현재 대략 20%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며, 이웃국가인 태국의 경우에는 1%, 중국의 경우에는 9%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베트남 내 달러 표시 제한 정책의 법률적 측면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해보고자 합니다.

● 외환관리규정
베트남 외국환관리법은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의 거래에 있어서는 베트남 동화 또는 외국환을 모두 자유롭게 사용하여 송금할 수 있지만, 베트남 영토 내에서는 외국환의 사용에 관하여 엄격히 제한하는 원칙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즉 베트남 외국환관리법은 금융기관 사이의 거래 또는 자금중개기관을 통한 결제, 그리고 총리승인을 받은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외국환(통화, 외화표시 증권 등)을 이용한 거래, 결제, 게시 또는 광고행위 등은 강제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법률규정은 다소 애매한 듯한 표현을 사용하고는 있는데, 법문에 따른 문리적인 해석만으로는 원칙적으로 달러를 통한 계약의 표시행위나 지급행위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 최고인민법원 및 중앙은행 질의회신
2003년 나온 베트남 중앙은행의 질의회신과 베트남 최고인민법원의 결정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내용은, 특정 계약서에서 계약에 따른 대가의 지급에 관하여 외국환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 그 계약서 조항은 효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내용은, 이러한 계약서 조항이 그 자체로는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베트남 동화에 의하여 결제가 이루어지는 한, 거래상 물품과 용역의 가치를 고정하기 위한 목적 하에(for fixing prices-in order to ensure the fixed value of goods) 외국통화를 계약서에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위 결정과 질의회신 규정의 법률적 기초에 따라 그 동안의 거래관행은 미국 달러화(유럽연합의 유로화)를 계약서에 계약통화로서 사용하고 다만 실제의 지급 시에는 베트남 동화를 (특정 상업은행 고시 환율)지급통화로서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위 결정과 질의회신 당시에도 외국환으로 가격표시를 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그 발행 시기가 위 외국환관리법 제정 이전에 나온 것이라고 하는 점과 외국환관리법 위반 시 과태료 규정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정부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하는 점은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 탈달러화
외국투자기업(거주자)을 운영하시다 보면, 달러사용의 제한을 받게 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베트남에서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비거주자라 하더라도 베트남 동화계좌를 개설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도의 내용은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베트남 외국환관리법 역시 외국환규제 목적의 하나로, 베트남 역내에서는 오로지 베트남 동화만을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achieving the objective of using only Vietnamese dong in the territory of Vietnam) 이는 베트남 동화에 기반한 독자적이고 안정적인 경제시스템을 조직하는데 기본적인 것으로 이해됩니다.

한편, 2008년 5월 16일부터는 베트남 금융기관의 베트남 거주자에 대한 외화 대출을 (1) 수입대금 해외결제, (2) 역외대출 조기상환, (3) 베트남인의 해외 직접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대출취급이 가능한 것으로 더욱 엄격하게 제한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외국인 주식투자의 경우에 달러를 통한 결제를 가능하게 허용해 달라는 일부 업계의 요구가 있었으나 이러한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극히 일부 예외 있음), 금년 달러 표시 국고채 발행 시에도 베트남 내 달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나온 사례가 있었으며, 위 자동차업계의 달러 표시 행위를 제한하는 정책도 먼 훗날에 보면, 중요한 정책변화의 길목으로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 현실적인 어려움
이번 정부 정책의 직접적 타켓이 되었던 자동차업계를 보면, 자동차유통업자의 경우 자동차 수입대금이 달러로 지급되고 있고, 베트남 내 자동차제조업계의 경우에도 부품 국산화율이 낮아 수입원자재의 상당 부분이 달러 가격에 기반한 비용지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그 매출구조를 달러화에 연동하도록 하고 싶은 기본적인 필요와 욕구가 있을 것입니다.

지난 3월 베트남 중앙은행은, 개별 시중은행이 달러의 특정 매매환율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중앙은행이 고시하는 기준환율 대비 +/- 3% 범위에서 정할 수 있다는 기존 규정을 +/- 5%로 그 범위를 확대하였고, 앞으로 이 수치가 어떻게 변화될지도 궁금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달러로 표시하여 계약체결을 하였던 사업자가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이익을 누리게 되었다는 점을 확인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장래 달러 가치 하락의 기조가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베트남 동화는 지속적으로 절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실제로도 현재의 동화가치는 상당히 고평가되어 있는 상태이며, 올해 역시 작년 만큼은 아니겠지만 상당한 수준의 물가상승이 예상됩니다.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리고 업계 관행에 뿌리깊게 새겨져 있는 관행 역시 마찬가지인데, 지난 1월 베트남 정부가 경제침체에 대비한 정책을 발표할 때, 정부가 발표한 경기부양안은 100조동 또는 200조동의 경기부양책이 아닌 “USD 1 BILLION STIMULUS PACKAGE”였다고 하는 점은 좋은 사례입니다. 한편 베트남 경제발전을 위한 자금조달의 문제는 역외에서 조달되는 달러에 의하여 상당 부분 채워질 수 밖에 없으며, 역사적 경험에서 나오는 달러자산 보유 경향, 지하경제 관행과 규모, 극대화된 사업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들의 기본적인 태도 등을 생각하면 탈달러화 정책이 얼마나 정교하게 입안되고 실행될 것인지 그리고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성과를 낼 것인지에 대하여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법무법인 정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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