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생산성 빠르게 향상…고급인력 양성은 숙제
베트남의 노동 생산성 향상은 투입자본 비율이 높은 외투기업에서의 생산성 제고 덕분이라는 말이 많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과 6%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은 베트남 노동자의 임금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노동 생산성 개선과 임금 상승의 대세 속에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노동 관련 이슈는 무엇일까?
▶베트남 노동자 10명이 한국인 1명만 못하다? =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베트남의 노동 생산성은 한국 대비 9.33%, 즉 1/10에 불과하고 평균 급여는 한국의 6.9% 수준이다.
2013년 기준 노동자의 1인당 연간 산출물 가치는 한국이 5만8298달러인 반면 베트남은 5440달러였다. 같은 기간 중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한국이 2624달러, 베트남 181달러였다.
이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인 1명이 베트남인 10명분을 해낸다’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낮은 노동 생산성을 단순히 베트남 노동자 개인의 역량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들이 종사하는 산업과 1인당 자본/장비 비율에 크게 영향 받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쓸 만한 관리직 직원은 돈을 많이 줘도 못 구한다? = 고급 및 기술 인력 양성은 베트남의 숙제다. 현지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도 쓸 만한 관리직 직원은 급여를 많이 줘도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이는 곧 고급 및 기술 인력은 임금이 올라도 단기간에 공급되지 않는 노동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반영한다. 베트남이 글로벌 경제에 편입된 게 길어야 20년에 불과한 상황에서 시장과 기업을 이해하는 숙련된 인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베트남의 대학 진학률은 과거에 비해 많이 올라갔지만 고등교육 시스템의 비효율성 때문에 기업이나 사회가 원하는 인력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베트남의 대학 진학률은 2000년 10%에서 2013년 25%로 급증했다.
그러나 베트남 대졸자와 노동시장의 니즈 간 미스매칭이 커서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직업을 찾는 경우는 절반에 불과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필요 인력을 교육, 훈련을 통해 양성해야 하는 실정이다.
베트남의 경제성장은 고급 인력 수요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며 고급 인력은 산업의 고도화를 이끌 주요 동력이기에 이들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가 베트남의 어렵고도 중요한 숙제다.
참고로 베트남의 해외 유학생은 급증하고 있다. 2006년 2만3334명이던 것이 2012년에는 5만380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베트남 교육체계가 제공하지 못하는 고등교육에 대한 니즈가 해외유학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 때문에 불안하다? = 베트남뿐만 아니라 많은 아세안 국가들이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저임금 제도는 외투기업 생산직 직원의 급여산정의 기초가 되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는 단체협상을 통한 임금책정이 불가능하거나 부재한 아세안 국가에서 임금을 설정하는 주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다. 노사 간 결정사항에 사실상 국가가 개입해 기준점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최저 생계비와 물가 상승률 등을 기준으로 산출되며 지역을 구분해 단계별로 산정된다.
임금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노동자에게 돌려주는 가장 중요한 채널이기 때문에 베트남의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한 최저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완만하고 예측 가능한 임금 상승은 기업에게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기업의 선택지로는 생산시설의 현대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 직업교육 활성화 등이 있고 공장이나 회사의 이전 역시 가능하다.
참고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분권화함으로써 한 국가 안에서도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반면 베트남은 결정구조가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어 지역 간 노동환경 격차를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특정 산업이나 지역, 특히 대도시 인근 지역에서의 급격한 임금 상승 역시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주간무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