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의 경제활동을 분석하는데 있어 사회생활 모습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건물의 기초공사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베트남과 한국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짚어보기로 한다.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경로사상이 있는 국가이다. 연세가 많으신 분이 버스를 타면 젊은 사람들은 얼른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한다. 여러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할 경우에도 연세가 많은 분이 먼저 시작해야 식사가 시작된다.
결혼식은 양가 가족들의 문화잔치이다. 음식점에 모여서 양가 친지들이 연예인 못지 않은 의복부터 솜씨 좋은 노래 축하연까지 벌인다. 굳이 토요일, 일요일 요일과 저녁시간을 가리지 않으며 축의금은 수입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결혼식 비용부터 혼수품까지 모든 비용을 남자가 부담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농경사회의 관습에 뿌리가 있으나 프랑스의 지배에 따른 서구문화가 접목되어 있다. 따라서 일반생활은 동양적이고 비즈니스는 서구식이다. 팁의 문화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어떤 비즈니스를 부탁하면 열심히 도와주며 당연히 도와준 대가를 지불한다. 즉 역무 제공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식당에서 회식 후에 남은 음식을 싸서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는 권한은 음식값을 지불한 사람에게 있으며 음식 값을 지불한 사람이 음식을 싸서 가지고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것인지 결정하기 전에는 누구도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
직장의 회식은 참석자 모두가 무료이다. 회식의 비용은 직장에서 회계상 복리후생비로 처리하며 금액의 제한 없이 모두 경비 처리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의 회식은 모두 모여서 나누어 먹는 음식의 종류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월남쌈, 샤브샤브 같은 음식이다. 최근에는 뷔페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남녀 모두가 직장생활을 한다. 가정은 공동으로 운영한다는 것인데 오히려 모계사화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남아 선호사상은 한국과 동일한 수준이었으나 점차 핵가족화 되면서 퇴색되어 가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열은 대단하다. 학교의 공부가 끝나면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오토바이가 장사진을 친다. 부모 또는 조부모 중에서 꼭 한 사람이 학교 앞으로 마중을 나온다. 저녁에는 과외를 한다. 특히 어려서부터 영어를 가르치려는 노력은 대단하다.
경제활동을 하려는 노력은 나이, 남녀 불문하고 역동적이다. 길거리의 음식좌판이나 오토바이에 물건을 실어 나르는 업무뿐만 아니라 사람을 실어다 주는 오토바이 택시까지 다양하다. 밤의 노천카페 손님들에게 땅콩, 말린 과일 등을 팔러 다니는 아낙네 들이 많은데 체면을 중시하는 베트남 사람들이지만 가족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가게 주인도 이들의 영업행위를 방해하지 않는다. 특히 큰 가게 앞에서 좌판을 여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며 가게 주인도 이를 방해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은 임대료(?)를 받는다고 한다. 상생의 정신이 뛰어난 국민이다.
저녁 7시가 되면 모든 가게는 철수 준비를 한다. 돈을 잘 벌게 해달라고 가게 앞에 향을 피우고 꽃을 바치고 부적을 놓아둔 탁자에서 부적과 꽃을 태우고 탁자를 철수하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음식점은 저녁 9시부터 철수 준비를 해 10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내일 아침 7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근로자들이 모두 집으로 들어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24시간 영업은 외국인 여행자거리에서만 가능하다.
베트남은 주간 44시간 근무제이다. 토요일도 오전에 근무한다. 은행도 학교도 모두 동일하다. 제조업체를 포함한 일반 기업체도 물론 근무한다. 44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나 휴일 근무의 경우 표준 임금의 300%를 지급해야 한다. 국가가 정한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 중에서 치안이 아주 좋은 곳이다. 호치민 아저씨가 정하고 모범을 보여준 협의와 타협의 정신이 존재한다. 잘 다투지 않는다. 화를 내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다른 사람을 설득하거나 설득 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적이다. 항상 대화 중에 웃고 미소를 지으며 농담과 덕담을 건넨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베트남만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즈니스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사람들이 각종 규제 및 복잡한 규정에 대하여 베트남을 후진국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규정은 모두 상생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며 정치권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으면 독단적으로 강행할 수 없고 정치권에서 정하여도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면 시행할 수 없는 베트남만의 특성이 있다. 이는 베트남의 영원한 아저씨 호치민이 남긴 통치 철학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한다.
속전속결의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답답한 일이며 베트남 정치권에서도 최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석운 한국-베트남문화교류협회 기획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