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외국인과 베트남 내국인 사이에 법률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의 외국인은 자국의 법원에서 자국의 법률에 따라 재판 받기를 원할 것이고, 베트남 내국인들은 그 반대일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어느 나라의 법원에서 어느 나라의 법률을 적용하여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법원의 재판 후에 판결의 집행은 다른 나라에서 가능한 것일까요?
이러한 고민은 발생하는 이유는 외국인과 베트남 내국인 사이의 분쟁은 섭외사법적인 법률문제로서 관할과 준거법의 충돌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관할이나 준거법이란 용어가 익숙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어느 곳에서 재판을 받는지를 정하는 기준이고, 준거법은 사건에 적용될 법률을 정하는 문제입니다.
2. 관할
예를 하나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의 A회사는 베트남의 B회사를 현지 파트너로 하여 합작회사 C를 베트남에 설립하였습니다. A와 C사이에 C가 A로부터 수입한 설비에 관하여 분쟁이 발생하였고, 이와 관련한 계약 체결 시 관할과 준거법에 대하여 정하지 않았다면 어느 나라의 법원에서 어느 나라의 법에 따라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선 한국의 국제사법은 당사자 또는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으면 한국의 법원이 관할권을 갖는다고 하고 있고, 구체적으로는 피고의 주소지, 계약의 이행지 또는 불법행위지를 기준으로 관할을 정하게 됩니다. 위 예에서 A는 한국인이고 B가 A를 피고로 하여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면 한국 법원이 관할권을 갖고 재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B는 A를 베트남 법원에 제소할 수도 있습니다. 베트남 민사소송법은 원칙적으로 외국적 요소가 포함된 모든 민사사건을 규율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인인 A가 B를 피고로 하여 베트남 법원에 제소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B를 피고로 하여 한국 법원에 제소하는 것은 한국이 의무이행지 또는 불법행위지라거나 B의 사무소가 한국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한국 법원의 관할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3. 준거법
한국이나 베트남 법원 중 하나로 관할이 정해지고 나면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 것인지 문제됩니다.
베트남 민법은 베트남에서 체결되고 전적으로 이행되는 계약은 베트남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일부 부동산, 건설 관련 분쟁도 베트남 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준거법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이 이행되는 국가의 법률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위 예에서는 설비의 인도가 어느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지에 따라 법률 적용이 달라지겠지만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이전은 실질적으로 인도된 때로 보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에 베트남 법이 준거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경우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계약 관련 분쟁에서 준거법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률을 적용하기 때문에 베트남 법이 준거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법원의 판단에 따라서는 한국 법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4. 판결의 승인과 집행
관할과 준거법이 정해지고 판결이 있게 되면 이 판결을 상대방 국가에서 승인 받고 집행할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이를 집행할 수 없다면 판결은 한 낱 종이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판결의 집행은 승소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집행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한국 또는 베트남 법원의 판결을 상대방 국가에서 집행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베트남 투자법은 분쟁의 한 당사자가 외국인인 경우 외국 법원을 분쟁해결기관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고, 한국민사소송법도 외국판결의 인정요건으로 “상호보증”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대법원은 미국이나 호주가 외국판결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 나라들의 법원판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예, 즉 상호보증을 부정한 예가 있습니다.
5. 중재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섭외적인 사건의 경우 관할과 준거법을 정하는 문제가 쉽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양국에서 모두 관할을 갖는 경우 국가간 재판권의 충돌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제거래에서는 중재를 분쟁해결의 주요한 방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1995년 소위 “뉴욕협약”에 가입하여 외국중재판정의 국내에서의 승인 및 집행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뉴욕협약에 따른 중재를 이용하는 경우 관할과 준거법은 당사자가 자유로이 협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당사국 법원에 의한 승인과 집행이 보장되므로 상대방 국가의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불안과 집행에 대한 염려를 상당부분 덜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물론 유엔협약의 가입국에 따라 일부 조건을 유보하여 가입하거나, 승인거부사유(예를 들면 자국의 공서에 반하면 승인을 불허하는 것)를 넓게 해석하여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한국 대법원과 같이 이를 청구이의사유에까지 확장한 해석이 있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문명국에서 합리적으로 인정되고 통용될 수 있는 분쟁해결 방안이라고 하겠습니다.
(법무법인 정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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