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해 건강기능식품 수요 다양화
자기 몸을 잘 챙기기로 유명한 베트남 소비자들이 경제성장으로 지갑이 두둑해지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
◆ 소비재 시장의 화두는 건강=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베트남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규모는 9억736만 달러다. 2012~2017년 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3.1%였으며 이런 추세라면 5년 후에는 시장이 지금보다 40%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작년 5월 하노이에서 개최된 ‘베트남 소비자 트렌드 포럼’에서는 주요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식품 안전이 언급됐는데 구체적으로 현지 소비자의 구매력 및 의식 제고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실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는 외국 브랜드가 강자다. 베트남 보건부(MOH)는 2016년 기준 베트남 내 건강기능식품 생산 및 수입업체가 4000개를 상회했으며 2만 종류 이상의 제품이 유통 중이라고 보고했다.
2006년까지만 해도 현지에서 유통되는 건강기능식품은 63가지에 불과했다. 참고로 4000개의 건강기능식품 취급 업체 중 837곳은 현지 업체로 분류됐는데 투자법의 제약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베트남 기업과 합작 또는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정황상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의 70%는 외국 브랜드로 보인다.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외국 브랜드는 미국, 유럽, 일본산이다. 이는 중국산 짝퉁이나 모조 식품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현지 소비자들이 품질을 신뢰할 수 있는 선진국 브랜드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기력, 관절, 미 의식이 중요=지난 5년간 베트남 건강기능식품 중 베스트셀러는 비타민, 오메가3를 포함한 식이 보조제로, 이들 제품의 유통액은 4억7872만 달러에 달했다. 호찌민 소재 약국 3곳이 공통적으로 밝힌 인기 비타민제는 물에 녹여 음료수처럼 마시는, 인도네시아에서 제조돼 베트남으로 수입된 스위스 브랜드의 발포정이다. 아울러 독일 브랜드의 비타민 발포정 또한 인기 제품으로 언급됐다.
간 기능 뼈 건강 향상 제품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 KOTRA 호치민 무역관이 현지 약국 8곳을 방문해 인터뷰에 응한 4곳의 문답을 취합한 결과 건강기능식품 소비자의 수요가 전보다 다양해졌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일례로 윙웬딘찌에우 거리의 한 약국은 “전에는 건강기능식품 중 오메가3 제품의 판매비중이 월등했는데 요새는 콜라겐이나 뼈 건강 관련 제품 수요가 꽤 많다”고 전했다.
또한 디엔비엔푸 거리에 소재한 한 약국은 “비타민과 오메가3가 가장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건강기능식품”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간 및 신장 기능 개선,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제품들이 잘 팔린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소아의 키와 성인의 뼈 건강을 강조한 칼슘 보조식품들을 약국 선반에서 모두 쉽게 찾을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주요 구매자는 여성이었다. 일본 기반의 시장조사업체 DI마케팅은 2015년 베트남 소비자 11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에 비해 여성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을 더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 중 다이어트용 제품이 가장 큰 성장률을 기록했다. 유로모니터는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건강기능식품 중 다이어트 보조식품 시장이 연평균 10.4%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이어 약초 및 전통 건강기능식품(6.7%), 의약제품(6.6%)이 뒤를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중앙정보부(CIA) 자료 기준 베트남 성인의 비만율은 2.1%로 세계 192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이지만 호찌민, 하노이 등 주요 대도시의 비만율 때문에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다이어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 기반의 베트남 시장조사업체 큐앤미가 2015년 3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응답자(56.5%)는 ‘자신감을 위해’ 남성 응답자(43.9%)는 ‘건강을 위해 체중 감량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체중 감량을 원하는 특정 신체부위로는 ‘뱃살’(여성 82.3%, 남성 70.7%)과 ‘허벅지’(여성 46.2%, 남성 17.1%)가 우선 지목됐다.
최근 베트남 전역에서 널리 인기를 얻고 있는 다이어트 보조식품 중 하나는 ‘비앤티(Vy&Tea)’다. 이 제품은 우려 마시는 차 형태로, 연잎과 녹차, 여주 등의 천연 허브로 만들었다. 천연재료, 지방 연소, 식욕 저하, 피를 맑게 하는 효능 등의 문구로 홍보되고 있으며 현지 유명인을 이용한 광고와 온라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 구축에 힘쓰고 있다.
최근 베트남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눈에 띄는 제품 중 하나는 여성의 성 건강을 강조한 ‘안젤라(Angela)’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시외 지역에서도 갱년기에 가까운 4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이 제품은 ‘인삼추출물 100% 함유’를 키워드로 홍보되고 있는데 천연 약초, 특히 인삼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현지 소비자의 특성을 잘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최근 피부 건강과 노화 방지를 위해 콜라겐 및 항산화 관련 제품, 미용의식과 대기오염 우려로 디톡스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누스킨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는 현지 언론을 통해 “베트남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들이 가장 주목하는 국가 중 하나”라면서 “우리는 베트남 소비자들이 노화방지 관련 제품에 큰 수요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 한국산 ‘중가(中價)’ 제품에 기대=베트남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인지도가 가장 견고한 한국산 건강기능식품은 인삼 가공품이다. 이는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인삼 종주국은 한국’이라는 인식 때문인데 이 덕분에 현지에서 우리 인삼 가공품은 중가 이상의 프리미엄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다만 현재 베트남 인삼 가공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특별한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이상 현지 소비자와 바이어에게 이목을 끌기가 쉽지 않다.
현지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인삼 가공품의 효과 및 식음 주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건강과 기력 보충에 좋다는 믿음으로 구매하고 있다. 반면 베트남에서 인지도가 높은 성 건강 및 기력보충 제품 중 하나로 인삼 추출물로 만든 미국산 ‘안젤라(여성용)’와 ‘알리파스(남성용)’는 인삼의 특정 효과를 강조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KOTRA 호치민 무역관이 해외시장 조사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관찰한 사실은 많은 현지 바이어가 한국산 건강기능식품이 중가(middle price) 시장에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우리 제품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현지의 여타 소비재 시장과 마찬가지로 건강기능식품 저가 시장은 중국, 중저가 시장은 태국, 고가 시장은 유럽과 일본이 각각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베트남 바이어의 또 다른 요청사항은 현지 사정을 고려한 가격이다. 베트남 진출을 시도하는 일부 한국 업체가 제시하는 수출가격이 자신이 예상한 중가가 아닌 고가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을 언급한 현지 바이어들은 “수입 건강기능식품의 까다로운 수입절차와 유통과정 때문에 유통채널에 접촉하거나 통관 시 이른바 급행료와 같은 보이지 않는 금전 지출이 발생하므로 한국 수출업체가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강기능식품을 취급하는 한 현지 업체는 호치민 무역관에 “한국 업체가 제시하는 계약조건은 우리가 추가로 투자해야 하는 상황을 깊이 고려하지 않는 반면 미국 업체들은 물량이나 시간 측면에서 더 여유로운 조건을 제시해 우리가 느끼는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의 온라인 마케팅 콘텐츠 공유는 제품 원산지가 한국임을 증명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실제 한 베트남 바이어는 “한국 수출업체가 한국에서 사용하는 온라인 마케팅 콘텐츠를 공유할 경우 현지 홍보 및 소비자 신뢰 형성을 위한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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