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트남 소비자들은 더욱 전문적이고 편리하기까지 한 현대적 소매유통 채널을 자주 찾는다. 그러다 보니 소매유통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는데 베트남 통계청(GSO)에 따르면 2010년 700억 달러이던 것이 작년에는 1580억 달러까지 확대됐다. 2016~2020년의 연평균 시장 성장률이 11.9%를 기록해 오는2020년에는 소매유통 산업의 매출이 18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유통채널 또한 성장하는 것은 필연이지만 특히 주목할 것은 소매유통 채널이 빠른 속도로 현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닐슨베트남에 따르면 2016년 베트남의 현대 소매유통 채널 수가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편의점이나 미니마트, 헬스앤뷰티 스토어, 현대식 드러그스토어, 유아용품 전문점 등을 포함한 다양한 유통채널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세분되고 있다.
베트남 내 생활용품 잡화점 브랜드의 콘셉트는 크게 ‘한국’과 ‘일본’으로 양분된다. 베트남 시장을 선점한 생활용품 잡화점은 일본의 ‘하찌하찌’와 ‘다이소’다. 이후 2015~2016년에는 일본과 중국 자금이 투자된 글로벌 생활용품 잡화 전문점들이 동시다발로 베트남 시장에 진입했다.
이 중 단기간에 가장 많은 매장 수를 확보한 곳은 ‘미니소’다. 이외에도 중국계인 ‘무무소’와 ‘일라휘’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지 1년 만에 각각 30개에 육박하는 매장을 확보했다. 이들은 베트남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 한국, 일본의 국가 이미지를 활용해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기본적인 신뢰도를 구축했다.
미니소는 베트남에 진출한 지 불과 1년 사이 다이소의 6배에 달하는 매장 수를 확보했다. 다이소가 10년 전 베트남 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KOTRA 호치민 무역관이 관찰한 다이소와 미니소의 주요 차이점은 미니소가 균일가 대신 다양성으로 현지 수요를 충족했다는 것이다.
4만 동(2000원)이라는 균일가 정책을 내세운 다이소보다 최대 80만 동(4만 원)대의 상품을 구비한 미니소의 점유율이 더 높다. 이는 4만 동이라는 가격이 베트남 소비자에게 합리적으로 다가가지 못했거나 균일가 정책 때문에 한정된 상품 및 품질의 다양성이 대중의 흥미를 제한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호치민 무역관은 호찌민시 1군에 위치한 무무소 매장과 미니소 매장 각 1곳, 빈탄에 있는 미니굿 매장 1곳을 방문하고 6명의 현지 방문객들로부터 의견을 취합했다.
이들은 “특정 상품을 사려고 방문한 게 아니라 매장 분위기와 다양한 디자인의 상품이 시선을 끌어 구경하려고 들어왔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이어 “미니소나 무무소 등이 일본과 한국에 연관된 브랜드이므로 기본적으로 품질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전반적인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대답했다.
한편 다이소나 미니소 같은 생활용품 잡화 전문점은 베트남에서 새롭게 등장한 유통채널로, 현지의 고유 단어는 없고 일반적으로 ‘패션 편의점’이라는 신조어로 언급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패션 편의점이란 ‘패셔너블하고 편리한 가게’ 또는 ‘패션잡화를 판매하는 편리한 가게’를 뜻한다. 그러다 보니 ‘편의점’은 전통 소매유통 채널인 재래시장에 비해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접근성이 높은 소규모 유통채널을 가리킨다.
패션 편의점이란 이름에 걸맞게 베트남 생활용품 잡화점의 인기 판매품목 중 하나는 모자나 가방, 선글라스 등을 포함한 패션잡화이며 주요 목표 고객은 10~20대 학생과 청년층이다.
미니소와 같은 현지 유통채널에서 패션잡화가 호평받는 한 가지 원인은 소비자들에게 상품 품질에 대한 신뢰가 형성됐고 신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니소 베트남은 2017년 말 현지 최상급 인기 아이돌 선뚱과 브랜드 홍보 대사 계약을 맺어 주요 고객층과 브랜드 마케팅 방향을 짐작케 했다.
그리고 생활용품 잡화 브랜드들이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1~2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한 가지는 캐릭터를 이용한 디자인 상품의 전시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미니소는 만화 영화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으로 진열장을 채웠다. 무무소는 매장 한 공간에 자사의 캐릭터 전용 상품 섹션을 분리해 포토존까지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동용품 진열 면적도 넓어졌는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판매하는 아동용품은 찰흙, 게임 및 놀이용품, 색칠공부, 자동차 모형, 소꿉놀이 등의 장난감과 유아용 턱받이, 쿠션 등이다.
KOTRA 호치민 무역관은 “베트남에서 매장을 5개 이상 보유한 생활용품 잡화점 브랜드들의 특징은 한국이나 일본의 국가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한글을 사용한 포장, 한국 가요, 한국을 연상시키는 브랜드명 등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