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와 세무의 차이
글_ 이정 회계법인 김종신회계사
베트남에서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영수증 없는 비용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일견 단순한 질문 같지만 많은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질문 입니다.
먼저 여기에서 말하는 “영수증” 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통상 베트남에서 “영수증” 이라고 말하면 세무서에서 인정하는 정식 세금계산서인 Hoa Don 또는 레드빌이라고 하는 붉은색 용지를 뜻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두번째로 “어떻게 처리하는가” 라는 말에서 “처리” 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일까요? 업무 처리를 위해 회사 자금을 사용하였는데 세무서에서 인정하는 정식 세금계산서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도로 해석되는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참 간략하게 답변 드리기가 난감합니다. “처리” 라는 단어의 뜻이 애매하기 때문인데요. 특히 질문하시는 분이 관리나 회계쪽에 문외한인 경우, 질문은 참 간단하지만 답변은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계 (Accounting) 와 세무 (Tax) 의 차이를 이해하여야 합니다. 또한 상기 질문에서 말하는 “처리” 에는 회계상의 처리와 세무상의 처리가 구분되어야 하며, 각각 달리 적용된다는 것을 이해하여야 하는데요. 이는 앞서 언급한 “영수증” 의 개념에도 마찬가지로 각각 달리 해석 , 적용되어야 합니다.
회계에도 재무회계,관리회계,원가회계 등 여러 분야가 있으나, 여기에서는 각 나라의 정부 또는 정부에서 위탁을 받은 기관에서 정해진 기준 (기업회계기준) 에 따라 결산을 하고 재무제표를 만들어서 정해진 기관에 보고하는 재무회계만 언급하겠습니다.
이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각 기업에서는 결산을 하고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정해진 기한 내에 보고 하는 것입니다. 기업회계기준의 원칙은 기업의 재무 상태 및 영업 성과를 “있는 그대로” 작성하여 보고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거래 발생의 근거인 영수증의 형식을 규제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무런 영수증이 없어도 실제로 회사 자금이 지출되었다면 당연히 회계처리를 하여야 합니다. 즉, 회사 자금이 지출 된 것이 사실 이므로, 영수증 여부에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 회계처리를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의 결과를 가지고 경영자는 향후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으며, 주주 및 투자자는 경영진에 대한 성과 평가를 할 수 있게 되며, 은행 등 채권자는 여신 정책을, 정부는 각종 통계 및 경제 정책의 근거로 활용하게 됩니다.
단, 경영자가 영수증 없이 회사 자금을 마음대로 지출하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해 내부 통제 제도 및 절차를 수립하여야 하겠지요. 이를 위하여 지출 결의서 제도, 현금 출납부서와 회계처리 부서의 분리, 내부 감사 등의 내부 조직을 갖추게 됩니다. 아무튼 기업회계의 원칙은 영수증의 형식에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 실제 발생한 거래 대로 장부상에 처리를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무는 다릅니다. 세법은 재무회계와 달리 오로지 과세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므로, 영수증의 형식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이 형식에 어긋나는 영수증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각 나라 별로 인정되는 영수증의 범위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근본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같습니다. 또한 정책적 목적으로 여러 가지 추가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접대비를 규제하기 위한 한도 설정, 노동법 준수를 유도하기 위한 노동계약서 없는 인건비 불인정 등)
이렇게 기업회계기준과 세법이 그 제정 목적 및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그 결과물도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두 규정의 차이를 조정하는 것을 “세무 조정” 이라고 합니다. 기업회계기준에 맞게 만들어진 재무제표를 세법에 맞게 법인세 신고 목적으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통상 연말 법인세 신고시에 이 세무조정을 하게 됩니다.
기업회계와 세법상 차이가 나는 것은 이 세무조정의 과정에서 모두 조정이 됩니다. 즉, 기업회계상 “있는 그대로” 처리 해 놓은 것을 세법 규정상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 추가로 인정되는 것 등을 가감하여 법인세를 산출하게 됩니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A 기업의 기업회계기준상 결산 내역
매출 : 100
매출원가 : 60
일반관리비 등 : 30
세전 순이익 : 10
그런데 매출원가 및 일반관리비 중 세법규정에 맞지 않는 비용 (정식 세금계산서가 없는 비용, 접대비 한도 초과, 기타 세법에서 인정하지 않는 비용) 이 20 원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면,
A 기업의 법인세 신고서상 세무조정 내역
재무회계 결산상 세전 순이익 : 10
손금 불산입 비용 가산 : 20
손금 산입 비용 차감 : 0
법인세 과세표준 : 30
상기와 같이 재무회계상 순이익은 10 이지만, 법인세 과세를 위한 과세표준은 세법에서 인정되지 않는 비용 20원을 다시 가산하여 총 30에 대해서 세금을 내시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법인세 신고서상에서만 이루어지며, 상기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를 수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회계와 세무의 차이를 정확히 인식한다면, 영수증 (즉, 레드빌) 이 없는 비용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답을 얻으셨으리라 봅니다. 다만, 대부분의 베트남인 회계 직원들이 이렇게 회계와 세무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세법에 따라 회계결산을 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정식 영수증이 없으면 아예 회계 장부에 올릴 수가 없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명백히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 자금이 내부 규정에 맞게 지출되었다면, 회계 장부에 올리셔야 합니다. 이렇게 장부상에 올린 비용이 세법에서 인정될지 안될지는 연말에 법인세 신고시, 세무 조정 과정에서 처리하시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사정으로 인해 회계장부에 조차 올리기가 곤란한 비용의 경우 (베트남의 경우 특히 많이 발생하는 것이 있지요)는 아예 회계처리에서 제외를 시키셔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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