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80만 명의 작은 나라 라오스에서도 젊은 청년들의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KOTRA 비엔티안 무역관은 최근 라오스의 대표 스타트업 ‘108job.com’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케오비속과 스타트업 커뮤니티 토 라오(Toh Lao)의 설립자 수파포네를 만나 현지 스타트업 동향과 협력방안 등을 물었다.
<스타트업 커뮤니티 토 라오>
- 토 라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라오스의 스타트업 커뮤니티로 4년 전 코워킹 스페이스로 시작해 현재는 창업 전 단계에서 기업을 육성하고 해외 투자자를 주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2개의 코워킹 스페이스와 디지털 마케팅 기업 비즈지털(Bizgital) 그리고 IT 분야 행사기획사를 운영 중이다. 우리 커뮤니티에는 라오스 기업 이외에도 프랑스,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온 젊은 기업이 입주해 있다. 사무공간 임대 외에도 멘토링, 네트워킹, 판로 개척 등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법인설립 시 주소 제공, 외국인 비자 갱신 같은 행정 지원도 가능하다. 지난 4월에는 우리 IT 행사기획사를 통해 ‘라오 정보통신산업(ICT) 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6월에는 미국의 IT 전문가를 초청해 스타트업 세미나를 열었다.”
- 라오스의 창업 지원 현황은 어떤가?
“초기단계라고 볼 수 있다. 스타트업 관련 정부기관은 라오스 산업통상부 산하 중소기업진흥과다. 그러나 정부 지원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지원은 미국, 호주 등 외국 정부와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기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라오스 내부에서도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 2016년에 ADB가 라오스에서 주최한 ‘아세안 스타트업 포럼’ 당시 유럽과 미국 투자자들이 라오스 스타트업을 방문했는데 ‘아직까지 기업운영에 대한 열의가 높지 않고 영어가 미숙해 자금을 투자하기 힘든 단계’라고 평가했다. 라오스 스타트업들 역시 비교적 소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금 유치보다는 해외 스타트업 전문가의 조언과 네트워킹 형성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라오스의 대표적인 창업기업을 소개한다면?
“라오스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 기업 중 하나는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 ‘108job.com’이다. 2012년 설립된 이 업체는 월간 1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매일 100건 이상의 구직광고가 새롭게 등록된다. 108job.com 이전에는 대부분의 구인구직 광고를 신문이나 지인 추천으로 진행했는데 이제는 사람을 구하거나 직업을 찾는 대표 사이트로 성장했다. 우리 스타트업 커뮤니티 토 라오 입주기업인 디지털 마케팅 업체 비즈지털도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는 코카콜라, 하이네켄, 화웨이 등 라오스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30여 개사의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3년 전 우리 커뮤니티에 입주할 당시만 해도 IT 기술자 3명만 있는 작은 회사였는데 커뮤니티에서 기업운영 멘토링,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한편 태국의 유명 투자자와 연결해줬다. 현재는 우리 커뮤니티도 지분을 투자해 같이 운영 중이다. 북 딜리버리(Book Delivery)라는 책 배달 스타트업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라오스에는 라오스어로 된 책이 많지 않고 빌려주거나 구입할 수 있는시설 역시 부족하다. 일부 태국에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라오스에서 발행한 신용카드를 외국에서 사용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어서 직접 구입하려면 어려움이 따른다. 북 딜리버리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태국 등지에서 책을 구매대행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배달해준다. 라오스 출판물을 대신 판매해주기도 한다.”
- 스타트업들이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한 가지 사례를 들려주겠다. 얼마 전 우리 커뮤니티에서 정부에 세금을 내러 갔다. 입주기업에게 받는 임대료가 월 100달러라고 하니까 공무원이 믿지 않아 오랫동안 스타트업 육성 커뮤니티에 관한 설명해야 했다. 몇 차례 찾아간 끝에 다행히 소명이 됐지만 정부의 규제나 절차가 스타트업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우리 나름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오스 정부도 비즈니스 포럼 등을 통해 소통하는 중이다.”
- 라오스의 스타트업 유망 분야와 한국과의 협력방안에 대한 의견은?
“수공예품, 농업, 교육, 관광, 핀테크가 현재 우리가 집중하는 분야다. 라오스 인구의 80~9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농업 생산력이 높지 않고 휴경기에는 일부 인력이 수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하지만 판로 개척, 마케팅 등의 문제로 소득이 많지 않다. 수공예품, 농업, 교육 분야에 부족한 인프라, 기술, 지식 등을 스타트업이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관광은 라오스의 주된 산업이다. 현재 한국인도 매년 17만 명도 정도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호텔, 관광 서비스업 전반에서 한국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외에 IT, 핀테크 분야는 기술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 청년들이 라오스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 라오스 스타트업의 전망은?
“라오스는 매년 6% 넘게 성장하고 있다. 지금 있는 건물 주위에도 2~3년 사이에 고층 건물이 많이 늘어났다. 라오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스타트업에게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비즈지털만 해도 3년 전까지는 작은 신생기업이었으나 지금은 화웨이 등의 온라인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인구 680만 명의 작은 시장을 감안할 때 아세안 시장을 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라오스 최대 온라인 구직구인 사이트 108job.com>
- 토 라오 대표로부터 108job.com이 라오스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라고 들었다. 라오스 스타트업 현황에 대해서 얘기해달라.
“7년 전에 108job.com을 설립했다. 라오스의 스타트업 커뮤니티는 크지 않다. 토 라오는 인큐베이터이며 나는 스타트업 1세대로 멘토이자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들어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맞춘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초의 배달 서비스인 폭스프레스(Foxpress), 맛집 리뷰 커뮤니티 ‘스푼닷라(Spoon.la)’ 등이 대표적이다. 나는 이런 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와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2000~3000달러의 적은 자본으로 스타트업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라오스의 인구가 너무 적어서 시장을 아세안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고민은 늘 갖고 있다.”
- 라오스의 대표 스타트업으로서 한국과 라오스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부탁한다.
“한국과 라오스 사이에는 많은 교류가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 관광객도 매년 라오스를 많이 찾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런 부분에서 스타트업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라오스에는 유명 여행정보 앱에 등록된 호텔 이외에도 소규모 호텔이 많다. 이런 호텔들을 소개하는 앱이나 커뮤니티를 만들면 라오스 경제와 한국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외에도 KOICA가 여러 가지 사업을 라오스에서 하고 있는데 카운터파트인 라오스 정부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는 더 이상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KOICA의 정부개발원조(ODA) 사업을 한국 청년과 라오스인들이 세운 스타트업이 수행하는 것이 연속성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라오스에는 보육원, 유치원 등의 시설이 많지 않다. 라오스 여성들은 직장생활과 육아 양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육원, 유치원 운영 노하우 등을 가진 한국인과 라오스인이 스타트업을 만들고 이를 KOICA가 ODA를 통해 지원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 또한 라오스보다는 베트남, 태국 등 주변국에 관심을 가진 한국인이 많은 것으로 안다. 라오스에 와 있는 KOICA, KOTRA 등 공공기관 인턴과 라오스 스타트업의 미팅행사를 개최해 서로 수요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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